신자유주의는 하이에크가 씨를 뿌리고, 영국의 대처 수상이 가꿨으며,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이를 계승하고, 현재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질서로 세계가 재편되고 있다.
하이에크와 함께 케인즈에 비판적인 미국의 통화론자 밀튼 프리드만은 ‘복지국가의 물결'을 제치고 등장한 ‘자유시장 소생’의 물결에 ‘하이에크’란 이름을 달아서 정의한다. 신자유주의를 이해하려면 이 하이에크를 이해해야 한다.
하이에크(1899~1992,오스트리아 출생)는 ‘아담 스미스 이후 가장 위대한 자본주의 철학자’로 불리던 사람이다.하이에크와 마르크스는 사상적으로 극과 극에 속하며, 마르크스는 좌파이론을 하이에크는 우파이론을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마르크스는 오른쪽 귀가 먹었고 하이에크는 왼쪽 귀가 먹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우파의 소리를 듣지 못했고 하이에크는 좌파의 소리를 들지 못했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하이에크는 케인즈주의가 주목을 받던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케인즈의 그늘에 가리게 된다. 그러나 1970년대 케인즈주의를 신봉했던 국가들이 스태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케인즈 시대가 저물게 되자 그동안 외면 받았던 하이에크가 주목을 받게 된다. 급기야 그는 1974년 자유시장 경제론자로서는 최초로 화폐 및 경기순환에 관한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이에크는 전세계 보수적인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대처 수상은 야당 당수 시절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 A. Hayek)을 만나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사상은 대처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영국 언론들은 마가레트 대처가 집권했을 때 하이에크를 ‘대처의 정신적인 스승’으로 불렀을 정도이다. 대처는 1989년 하이에크의 90세 생일에 『당신의 작업과 사상이 우리에게 준 지도력과 영감은 절대적으로 결정적이었으며, 우리는 당신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로 하이에크를 꼽았고,하이에크가 사망하기 한 해 전인 1991년에 그에게 자유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하였다. 이는 미국에서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영예로운 상으로 표창장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하이에크는 자유의 전망과 윤곽을 탐구하면서 우리 시대의 어느 사상가보다 많은 업적을 남겼다.「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1944)은 아직도 곳곳의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있으며, 이후 그의 저서들은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고취시키고 있다.이후 세대들은 오늘날 우리가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경이감과 외경심을 가지고 그의 저작을 읽을 것이다.』
영국과 미국을 불황에서 구한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대부분 하이에크의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공통점은 작은 정부,큰 시장,규제완화와 감세정책이다.
하이에크 사회철학의 핵심적 주제는 개인의 자유의 절대적 중시와 사회주의의 부정이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그를 『금세기 경제적 자유주의의 가장 위대한 대변자』라고 일컬을 정도로 자유주의 원칙의 신봉자이자 이론가이다.
하이에크의 다음과 같은 말 속에서 그의 사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 불평등은 시회 어느 곳에나 있게 마련이다. 경쟁적인 경제는 반드시 불평등을 야기한다. 불평등이 없으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시장의 경쟁은 불평등을 감소시킨다. 경쟁에선 시장가치가 없는 특권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시장을 자유롭게 내버려두지 않고 간섭하면 시장보다 더 큰 불평등이 초래된다. 이런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이 되고 많은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억누를 것이다.
- 경제에서 제 3의 길은 존재할 수 없다. 시장 아니면 계획 둘 뿐이다. 두 원칙은 조화를 이룰 수 없다.
하이에크의 철학은 인간의 본성은 구조적으로 무지하다는 데서 출발한다.인간이 구조적으로 무지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일정한 「행동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인간의 구조적인 무지를 보완해 주는 행동규칙은 "~하지 말라"는 형식을 띤 금지의 규칙이다. 여기에는 종교규칙,도덕규칙, 전통과 관습 및 법규칙 등이 있다.
인간이 이러한 행동규칙들을 지켜 가면서 사회질서가 생겨나는데 하이에크는 이것을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라고 불렀다.자생적 질서는 질서를 바로 잡는 사람이 없어도 형성되는 질서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금지의 규칙을 지키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때 형성되는 질서이다. 시장에서는 외부의 간섭이 없이도 사람들 사이에 돈을 가지고 물건을 사고 파는 교환행위가 훌륭하게 이루어진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정부의 계획과 같은 외부의 간섭 때문이 아니라. 교환 당사자들이 일정한 행동규칙을 지키는 가운데 시장이라는 자생적 질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생적 질서에 대비되는 것이 인위적 질서(Artificial Order)이다.인위적 질서는 "~를 하라"는 형식을 띤 명령의 질서이다.하이에크는 시장경제와 같은 자생적 질서를 인위적 질서로 대체하려고 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한다.그 이유는,시장경제는 개개인의 지식이 최대한 활용되는 동시에 잘못된 지식을 사용할 경우 가격시스템을 통해서 금전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이런 과정을 통해서 잘못된 지식은 걸러져 나간다.그런데 그것을 인위적 질서로 대체하여 불완전한 지식을 가진 관료들이 지극히 차별적이고 자의적으로 통제를 하게 되면 시장기능이 정지되고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하이에크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라 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가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가격을 저절로 조절하게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비교
◎ 왜 세계는 신자유주의로 물결치고 있는가?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그 편이 다국적 거대기업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교육, 언론, 국제기구라는 세 가지 통로를 통해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
1. 교육기관 한 국가의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경제관료 및 재계인사, 지도교수들의 대부분이 외국(특히 미국)학위소지자이다. 이들의 출신대학이나 연구소는 대부분의 다국적 거대기업의 전면적인 지원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다국적기업은 해당 출신자의 주요 취직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들의 논지는 결코 다국적기업의 이윤추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미국 경제학의 주류는 다음과 같은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①미국경제는 마침내 케인즈식 경제학(복지국가)의 위기를 보완하는 관리양식을 발견하였다, ②완전 경쟁제제의 진행이 사회 보장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③그러므로 세계화는 불가피하다, ④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미국적인 제도를 채택해야 할 것이라는 논지이다. 이렇듯 무한경쟁의 도입으로 개인능력에 합당한 결과를 이루는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입장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코카콜라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시장이란 자유경쟁시장이 아니라 독점시장일 뿐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언론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의 여론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수호자이기도 하다. 타임워너, 소니픽쳐스 등 언론사 자체가 거대기업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언론사의 가장 주된 광고수입원은 바로 거대기업들이다. 그러므로 언론사는 해당 기업들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없으며 심지어 다국적기업에 유리하도록 호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의 수출산업부문의 위상을 고려해 농산물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3. 국제기구 또한 다국적기업들은 국제협상 테이블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막대한 로비금을 동원해 강대국의 권위를 등에 업고, 최대한 협의 내용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시킨다. 국가별 발언이 낱낱이 기록되는 공식회의와 별도로 선진국들로 구성되는 비공식 협상채널을 가동하는 것이다. 몇몇 주요국이 따로 모여 타협안을 도출한 뒤 언론을 이용해 여론몰이작업을 해가는 셈인데, 합의를 거부하면 원조를 줄이겠다거나 합의해주면 반대급부를 주겠다고 회유하는 방식을 통해 가난한 나라들을 각개 격파해나가는 것이다. (green room협상이라고 한다)
◎ 선진국이 칼자루 쥔 WTO · IMF 시장개방 확대와 무역장벽 철폐를 앞세운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재편에 활용되고 있는 핵심 국제기구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통해 전 세계 개도국의 시장자유화, 탈규제화, 사유화를 추구해왔다. 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전파하고 강요하는 무기가 WTO와 IMF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의 운영방식은 전혀 다르다. WTO가 ‘1국 1표’ 체제인 반면, IMF는 ‘1달러 1표’ 체제다. IMF에서는 각국의 IMF기금(SDR) 출자지분(Quota)에 따라 발언권과 영향력, 투표권이 달라진다. 예컨대 미국은 올 1월 말 현재 출자지분 17.46%로 IMF 최대주주다. 일본(6.26%), 독일(6.01%), 영국·프랑스(각 4.96%), 한국(0.77%) 등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다. 이 막강한 지분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투표권을 얻은 미국은 IMF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수결에 의한 표결을 거치지 않고 만장일치제를 원칙으로 모든 회원국간 합의를 추구하는 WTO는 평등한 국제기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개발경제학)는 “WTO 무역자유화는 본질적으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불평등조약인데, 체면이 있으니까 미국 등이 겉으로 다자간 협상 틀이라는 허울을 만든 것뿐이다. 국민소득 100달러인 에티오피아와 4만3천달러인 스위스가 어떻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다자간 합의를 표방하지만 선진국의 회유·협박에 맞서 배짱 좋게 거부할 수 있는 국가는 인디아·말레이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런 WTO 협상의 본질은 지난 99년 시애틀 제3차 WTO 각료회담 합의 실패의 한 원인이었던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물질에 대한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 논의에서 극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규범에 따르면, 인류 건강을 위해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도 외국 정부가 ‘강제실시’를 통해 ‘국내 소비를 목적으로’ 에이즈 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도 등에서는 거의 같은 품질의 에이즈 치료제를 다국적 제약업체의 상품보다 훨씬 싼 가격(500달러 안팎)에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설비 부족으로 에이즈 약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특허권을 가진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제약업체에서 만든 비싼 에이즈 약품(1만∼1만5천달러)을 사먹어야 했다. ‘국내 소비 목적’이란 규정 때문에 인도가 아프리카에 약품을 수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참다못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인도 등 제3국에서 생산된 약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특허 규정을 바꾸라고 요구했지만 선진국은 다국적 제약업체의 초과이윤 보호를 위해 이를 거부해왔다. 이런 갈등과 대립 속에서 개도국과 후진국이 “세계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세계화이며 누가 주도하고 누구를 위한 무역개방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이것이 이번 칸쿤 협상에서 개도국들의 연합전선 구축으로 나타난 것이다 / 한겨레신문 |
< 신자유주의의 긍정적인 측면 >
1)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간섭 축소
신자유주의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간섭이나 통제를 반대합니다. 경제에 있어서 자유로운 시장 활동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개입을 반대하고, 정치 분야에 있어서도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제약한다고 하면서 국가의 간섭을 반대합니다. 형식적 민주주의체제를 도입해서 운용하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 가운데 다수국가는 지금도 권위주의적 민주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저발전 이유를 한마디로 국가의 지나친 통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시장경제를 통제하기 때문에 경제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과도개입이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적 제도를 약화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통제나 억압을 약화시키거나 축소시킴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합니다.
2) 경제적 성장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개방, 공기업 민영화, 국내산업 구조조정 등 자유경쟁을 위한 틀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 경제적 성장을 가져온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개방적 경제정책을 추진하였던 칠레, 한국 등의 제3세계 국가들이 폐쇄적 경제정책을 취한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통제경제정책을 추구한 다수 사회주의국가들의 경우,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는데 실패한 것이 이들 국가의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적 효율성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3)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개방화·세계화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
신자유주의는 개방화와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국가라는 장벽을 약화시켜, 세계의 모든 국가를 지구촌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개방화·세계화는 정보와 통신의 혁신적 발달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화의 진전으로 국가에서 독점하던 정보가 국민들에게 대부분 공개되어 공유됨에 따라 국가의 개인에 대한 통제력은 이전보다 약화되었습니다. 또 개방화. 세계화는 중앙집권화, 획일화, 집중화, 표준화, 규격화를 특징으로 하는 제2의 물결사회를 분권화, 개성화, 다원화, 다양화를 중시하는 제3의 물결사회로 바뀌게 하였습니다. 이제 개별국가는 이전과 같은 통제적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또 최근에 와서 무역문제, 환경문제 등 국가와 국가 사이에 연관된 문제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이전보다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도 개별국가의 민주화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 통신혁명을 기본으로 한 세계화의 진전은 개인이나 집단보다 더 우월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를 분권적 체제로 변화시켜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에 기여하게 한다고 신자유주의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부정적인 측면>
1) 개별국가의 주권 약화
최근에 와서 세계의 경제에 초국적기업, 국제통화와 같은 초국적 행위자의 출현으로 국가의 자율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신자유주의는 개별국가의 시장을 개방화시켜 개별국가의 주권을 약화시킵니다. GATT체제에서 WTO체제로 변화된 경제상황 하에서 개별국가는 그들 국가의 경제력과는 상관없이 모든 국가와 대등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GATT 체제 하에서는 경제력이 우위에 있던 선진국은 약소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약소국의 상황을 고려해 주었으나, WTO체제 하에서는 모든 국가가 대등한 자격을 가지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한경쟁을 하는 냉혹한 현실 앞에 던져져 있습니다. 상품, 노동, 자본 등이 국가단위의 벽을 넘어 지구촌화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상품, 노동, 자본의 경쟁력이 약한 약소국은 국가 간 경쟁에서 지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경쟁에서 진 부문을 보상해 주어야 하는 약소국의 국가자율성도 함께 약화됩니다. 원론적으로는 한 국가에서 선출된 지도자가 최고권자이지만, 실제로는 초국적기업의 결정, 국경을 넘나드는 아이디어와 인구의 이동, 그리고 다른 국가에 미치는 충격을 통제할 수 있는 지도자의 능력은 제한됩니다. 그 결과 국가지도자들이 자국 시민들의 복지와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능력은 점점 더 줄어듭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 국가 내에 여러 분야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결국 이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 단일한 신자유주의적 세계의 형성은 반민주주의 흐름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유일한 질서로 간주하고 세계 시장을 단일한 시장으로 통일시킵니다.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이름 하에 힘 있는 국가는 새로 형성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를 지배하고자 합니다. 모든 노동, 모든 자본은 단일 시장에서 평등해야 하고 자유주의 경제 질서 이외 어떤 질서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절대명제를 내세웁니다. 자유로움이란 다양성·다원성의 인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다양성과 다원성을 몰아내면서 하나의 전체주의적 세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신자유주의적 세계의 지배자는 물론 강력한 초국적 기업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 서구 강대국입니다. 약한 국가는 강대국에 의해 영향 받거나 고립됩니다. 그런데 서국 국가의 힘이 강화되면 될수록 서구화에 저항하면서 비서구화를 주장하려는 국가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러한 국가들은 그들의 종족이나 인종 등을 이용하여 그들 나름의 정통성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서구 강대국에 의해 단일한 신자유주의적 세계가 구성되고 있지만, 비서구화를 지향하는 국가들은 반 민주주의적 국가로 변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
시장 개방, 수입 자유화, 국내산업 구조조정 그리고 민영화 등을 근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노선은 빈부차를 확대시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민영화를 추진할 때 대량으로 실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혹은 민영화정책으로 실직자가 된 사람들은 개인적 노력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가가 적절한 실업정책을 만들어 이들을 재취업시키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보았듯이, 국가의 자율성과 능력이 이전보다 약화된 상황이라 많은 국가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효과적인 정책을 취하지 못하게 됩니다. 국가의 능력축소와 역할 제한은 국가 내에 존재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몰락을 방임하게 합니다. "국가는 악, 시장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빈부 차를 확대시켜 결국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을 가로막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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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대담
책 소개 |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와 국민대학교의 정승일 교수가 한국경제에 대한 속 시원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다. 평소 학술서적과 논문을 통해서 자신의 경제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였던 장하준 교수는 일반 독자에게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다. 마침 월간 『말』의 이종태 편집장이 좌담 형식으로 본인에게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답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하면서 이 책의 구상이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자들이여, 그대들 아니어도 한국 경제의 부활은 가능하다! 그보다는 ‘서문을 대신해서’에 쓴 바와 같이 “많은 부분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이 한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서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많았는가 하면, 사실은 견해가 전혀 다른 분들임에도 자신들의 생각과 겹치는 일부만을 들면서 ‘우리 편’이라고 반가워하는” 황당한 경험 때문이다.하지만 장하준은 이미 그에 대한 대답을 다른 학술 서적과 논문을 통해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학술 서적과 논문의 성격상 ‘당연히’ 일반 독자들이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 설사 읽는다 하여도 그 논의 구조나 서술 방식이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장하준의 경우 일반 독자를 겨냥하여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글을 발표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경우 지면상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큰 그림의 제시가 어려웠다. 아니, 큰 그림의 제시는 고사하고 한두 가지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거나, 내용을 단순화해야 하는 경우마저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기는커녕 자칫 글을 쓰기 전보다 더 오해를 사는 경우마저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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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하준 |
장하준 1963년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UN, 세계은행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와 영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각종 정부, 그리고 Third World Network(말레이시아), 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미국) 등의 시민단체의 자문역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 2003년 뮈르달 상 수상작인 <사다리 걷어차기> kicking away the ladder를 비롯하여 〈The Political Economy of Industrial Policy〉,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 〈Restructuring Korea Inc.〉, 〈Reclaiming Development - an alternative economic policy manual〉등이 있다. 정승일 서울대 물리학과를 다녔으며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1991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훔볼트 대학 사회과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그리고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정치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베를린사회과학연구소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금융경제연구소에 근무했으며 시민 단체인 대안연대회의에서 활동했다. 현재 국민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이다. 저서로는 (2004, Palgrave/Macmillan)가 있다 |
목차 |
서문을 대신해서…장하준 ‘내실 있는 성장’이라는 개혁론의 허구 ‘혁신 주도형’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주적·자립적 경제 발전이 가능한가? 신고전학파와 종속 이론의 희한한 동거 ‘분배를 통한 성장’만이 정의로운가? 시장주의를 용인하는 좌파는 없다! 주택 담보 대출에 열중하는 해외 금융 자본 영국의 망국병은 노조가 아니었다! 의대 집중 현상을 누가 탓할 수 있는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일본식 종신 고용제 외국 자본이 스웨덴에 몰려드는 이유는? |
(출저 : 네이버 책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598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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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 56호 (발행일 : 2007-09-01 / 입력일 : 2007-08-29 )
장하준은 반신자유주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 이 날 장하준의 강연은 주로 재벌과 대타협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동안 그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지상주의 논리 비판에 초점을 맞춰왔다.(≪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그는 제도경제학의 논리와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인용해 신자유주의자들의 금과옥조인 자유무역·지적재산권 강화·사유화·자본자유화 등의 폐해를 비판하고 허구를 파헤친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반신자유주의 활동의 주체 문제이다. 장하준은 반신자유주의 주체로 “깨우친” 국가 관료를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개발국가 되찾기(Reclaiming the Development State)≫같은 책은 아예 제3세계 국가 관료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 관료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하는 중요한 주체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반란이 보여 주듯 대중 행동만이 신자유주의를 저지할 수 있다.
둘째, 장하준은 시장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시장을 거부하거나 시장을 뛰어넘은 대안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세계시장 내 “민주적 개발국가”이다.
이번 강연에서도 밝혔듯이 “사회적 소유에 반대하지 않[지만] … 완전한 사회적 소유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장하준이 진정한 사회적 소유 경제나 계획 경제를 대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옛 소련과 동유럽 같은 폐쇄적 국가자본주의 사회를 ‘계획 경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재벌 문제의 진정한 진보적 해결책은 국유화이지만 나는 그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하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유화와 국유기업의 통제 문제는 운동의 급진화 과정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최근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의 격변 속에서도 국유화 요구가 등장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노동자 공장 관리 운동과 결합됐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참여계획경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장하준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투기 자본통제나 국유화, 복지국가를 얘기할 때는 독일 급진 좌파 정당 지도자 오스카 라퐁텐의 주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복지가 “기업의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는 ‘제3의 길’과 비슷하다.
또, “장기적 개발을 위해서는 대중 소비 등을 일시적으로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할 때는 박정희 식 ‘개발주의’의 망령이 떠오른다. 장하준의 독자층이 노무현, 에콰도르 중도좌파 대통령, 진보적 청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급진 좌파가 장하준 주장의 옥석을 잘 짚고 참여계획경제 같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장하준의 신자유주의 비판에 공감하는 진보적 청년들과 우호적 토론 속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맞불 > 56호 (발행일 : 2007-09-01 / 기사 입력일 : 2007-0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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