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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강화는 재벌 옹호

 

시장경제 강화는 재벌체제 변호론

- 공병호씨의 {시장경제와 그 적들} 저자 반론을 다시 반박함

 장 상 환

공병호박사는 필자의 서평([출판저널] 제210호, 1997년 3월  20일자)에 대하여 "시장경제는 속죄양이 아니다."([출판저널 제211호, 4월 5일자)라는 내용으로 반론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공박사의 반론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자유주의는 보수주의가 아니고  진보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시장경제는 독점의 심화나 공황, 실업을 가져오지 않고 경제성장과 풍요를 가져다주었으며, 환경파괴와 노동자 건강파괴를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 시장경제 강화는 재벌주도경제를 초래한다는 필자의 비판에 대해서 작은 정부, 규제완화, 민영화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반박한다.

신보수주의보다 더욱 보수적

공박사가 말하는 자유주의는 과연 진보주의인가, 보수주의인가. 결론적으로 공박사의 자유주의 찬미론은 지극히 보수주의적인 입장이다. 공박사의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에 가깝지만 신자유주의보다 더욱 보수적이다.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 사상을 핵심으로  하는 자유주의는 초기자본주의 시대의 반봉건적 이데올로기로서 봉건적 속박으로부터 인간의  영리활동의 해방을 주장함으로써  생산력발전의 측면에서 역사의 진보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현대자본주의의 최근의 이데올로기이다.

신자유주의는 공공부문의 민영화, 자유화와  영리적 기준의 부과, 민간부문에  대한 탈규제화, 고용 및 해고의 자유, 유연노동시장, 유연임금의 도입, 국제화의 적극 수용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해서 나타나게 되었는가.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이  드러나고, 사회주의권과의 체제경쟁이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노동자계급의 힘이 상승함에 따라  경기조절적인 재정금융정책과 소득재분배정책을 강구하였다. '케인즈적 사회복지국가'가 성립한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중반부터 세계자본주의체제는 심각한 구조적 불황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태그블레이션이다.  구조적 불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자본은 기업수준에서는 과학기술혁명의 상과를 생산과정에 도입하고 '기능적 유연화'와 '수량적 유연화'등을 추구하는 포스트포디즘적인 유연 생산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정부실패의 감축을 명분으로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을 후퇴시키는 동시에 '자본의 국제경쟁력 강화'(국가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노동자의 사회적 정치적 권리를 축소시키고  자본에 짐이 된 케인즈주의적 사회복지국가체제를 해체시켰다. 이른바 '슘페터적 근로국가'를 창출한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공세를 일컬어 '신자유주의' 또는 '신보수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탈규제화(자유화), 사유화, 민영화, 유연화, 지구화  등의 구호에서 뜨러나듯이 사회적 관계를 최대한 시장경제적 관계로 재편하고 사회의 모든 영역을 자본의 무한경쟁논리에 종속시킴으로써 자본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며, 자본축적의 위기에 따른  부담을 민중에게 폭넓게 전가시키려는 선진국 독점자본의 위기해결책이다.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실패를 시정하여 생산의  비효율을 줄이려는 의도를 가졌지만 결국은 강자의 약자에 대한 지배이데올로기이다.

공박사는 신자유주의보다 더 나아가서 시장절대주의를 주장한다.  "자유주의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철학이자 세계관이고, 여기서 치열함이란  결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존하려는 인간의 열의나 노고를 말한다. 이야말로 강자의 논리이다. 노동력을 팔아야만 살  수 있는 약자인 노동자가 서로 힘을 합하지 않고 어떻게 이 치열한 경쟁의 자본주의에서 견딜 수 있으며, 실업자가 된 경우 사회적 도움을 받지 않고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공박사에 의하면 노동조합이란 질투와 시기심에 의한 집단행동을 하는 조직으로서 시장경제의 적이  된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사간의 교섭을 뒷바침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모든 자본주의국가에서 노동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론의 타당성없는 절대 옹호론

필자는 시장경제가 모든 경제문제의 속죄양인 것으로는 말하지 않았고, 다만 공박사가 말하지 않은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지적했을 뿐이다. 시장경제는 과연 독점의 심화나 공황,  실업을 가져오지 않고 풍요만을 가져다주는가. 공박사의 시장경제에 대한 절대적 옹호론은 이론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타당하지 않다.

우선 이론적으로 시장의 실패는 경제원론이나 미시경제학  교과서에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이다. 시장경제의 장점은 있다. 생산될 상품의 종류, 생산방법 및 분배와  관련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시장에 의해 자동적으로 조정된다는 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최소의 비용으로 생산하도록 보장한다는 점, 수급불균형이 자동적으로 교정된다는 점등이다.

시장경제의 장점은 완전경쟁 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선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시장의 실패이다. 시장실패의 원인은 세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잇다. 첫째, 시장의 구조적 전제가 파괴되는 기능장애에 의한 것, 둘째,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제반 가정이 무너지는 시장의 내재적 결함에 의한 것, 셋째, 시장이 이상적으로 기능하더라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인 시장의 외재적 결함에 의한 것 등이다. 시장의 기능장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서 독점의 시장지배력과 가격경직성에서 오는 불황이나  실업문제들이 있고, 시장의 내재적 결함에 의한 것으로 외부효과, 공공재, 비용체감산업, 불확실성 등이 있으며,  소득분배의 불공정성은 시장이 이상적으로 기능한다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시장의 외재적 결함에 의한 시장실패이다.

우선 독과점현상은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경쟁의 결과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이다. 자본주의 각국의 현실을 보면 소수의 독점기업이 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다수의 소규모 기업이 시장의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구조가 완전경쟁적일 때는 한계비용에  의해 가격이 결정됨으로써 효율적 자원배분이 가능하지만, 시장구조가 독과점일 경우에는 가격과 한계비용이 같은 데서 이윤극대화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개별기업들에 의한 이윤극대화의 자원배분이 사회적으로는  최적의 자원배분이 되지 않는다. 독과점자는 보통이상의 독과점이윤을 얻거나 사회적 관점에서 최적의 생산량을 생산하지  않게 되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는 것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이 불공정한 경쟁제한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독과점규제정책이다.

둘째, 노동시장의 수급불일치나 임금의 하방경직성에 따른 실업, 총수요와 총공급의  불균형에서 유발되는 인플레와 디플레, 국제 무역 및 외환시장에서의 불균형현상인 국제수지적자 등도 시장기구의 한계에서 오는 거시적 시장실패라고 할 수 있다.  에에 완전 고용, 물가안정, 국제수지의 균형을 조화있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정금융정책을 사용하여 경제의 총수요를 관리하여  경기를 조절함으로써 물가안정과 적정 고용수준의 유지를 도모하는 것이다.

셋째, 시장경제가 초래하는 소득분배 불평등 문제이다. 시장경제에서 소득분배는 생산요소의 소유량과 가격에 의하여 결정된다. 불균등한 능력과 생산요소의 분배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초래하여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게 될 수 있다. 지역간, 산업간 불균형도  일종의 소득분배 불균형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소득재분배정책과 농업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공박사는 소값 하락은 정부의 무능이라  실책 때문이 아니라 사육농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이며, 사육농가단체가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시위를  통하여 보조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행동은 자기기만으로서 시장경제의 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농산물가격은  다수의 농가와 다수의 소비자라는 조건에다, 기후의 영향으로 공급이 불안정하고 농산물 수요의  소득수요 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두면 가격변동이 격심하고 농가경제가 악화되고 결국 국민식생활이 불안해지므로 정부가 개입하여 농산물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적 이야기이다.

다음으로 공황이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실패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보자 1929년  미국에서 발발한 대공황은 1920년대 미국자본주의에 누적된 모순의 귀결이었다. 1920년대 미국경제에는 노동생산성의 급격한 상승, 독점기업의 지배와 가격경직화, 노동운동의  쇠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 세가지 현상은 상호결부되어 미국인들의 소득분배에서 이윤의  대폭 증가와 노동소득의 상대적  저하를 초래했다. 1921-1929년에 미국기업의  이윤은 2.2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동일기간에 노동소득은 전체적으로 40%, 1인당으로는 15%증가에 불과했다. 이런 자본의 이윤증대와 배당수익은 주식투기로 집중, 이례적인 주식붐을 낳았다. 주식붐은 자본이익을 증대시켜 일부의  고액소득층에 의한 내구소비재 지출이나 서비스지출을 증대시켰다. 반면 주택건축과 같은 기초적 경제활동들은 이미 크게 후퇴하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복합적인 현상들이 1929년  미국 대공황 발발을 불가피하게  한 근본원인이었다. 이런 공황에 대하여 자유방임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있었던 당시의 고전파 경제학은  공황의 원인이 높은 임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실업이 증가해도  그냥두면 임금이 저하되어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태연하였다. 그러나 케인즈는 공황과 실업이 유효수요의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정부의 공공지출확대와 화폐공급확대를 통한 이자율 상승으로 불황으로부터의 탈출을 도모하는 정책을 권고했다. 그리고 뉴딜정책은 그후 자본주의의 안정에 기여했다. 이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우리나라에서 환경의 개선과 산업재해율의 저하도 시장경제의 자연적 산물이 아니라 정부의 아파트 난방용 중유 사용금지, 무연휘발유 사용의무화 등의 환경규제와 '산업안전법'의 제정과  강화 등 산업안전규제를 통한 정부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달성한 것이다.

작은 정부, 민영화가 해결책인가

작은 정부, 규제완화, 민영화는 현재 한국경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인가. 공박사의 문제의식은 그동안 있었던 정부의 자의적 인허가권 등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약화시켜 경제적 효율을 저하시키는 부분이 있으므로 시장경제를 강화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임을 강조하는  데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가져다줄 실패현상도 마찬가지로 중시해야 할 것이다. 자유경쟁과  시장경제는 다른 것이다.

시장경제 자체가 경쟁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박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자본주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지역간 불균형,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의한 기업의 낙후 등 시장경제의 실패현상이 심각한 지경이다. 선진국에서는 케인즈적 복지국가 확립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제 케인즈적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실시하지도 않고 있는 정부의 독과점규제정책과 농업보호정책을 후퇴시키면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독점기업도 자유경쟁을 제한하는데 재벌체제는 더욱 경쟁을 제한한다.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자금과 뇌물을 제공하고 정부의 인허가와 금융기관의 특혜대출을 받아 문어발식으로  업종을 확장하고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이 재벌의 행태였다.  최근의 한보부도사태는 재벌의 자본축적 행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여기에다 시장경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미 확고한 경제력을 확보한 재벌에게 유리한 것이다.

공박사는 필자의 주장이 많은 지식인들이 그러하듯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자신에게 되돌려져야 할 말인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공박사는 시장경제의 장점만 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장경제를 제대로 옹호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공박사의 다른 저서, [한국경제의 권력이동]에서 취하는 재벌옹호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재벌이 그동안 경제발전에 기여해온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된 환경에 맞지 않은 재벌체제의 부정적 측면을 제대로 분석해야 하는데, 공박사는 전세계 기업의 역사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한 업종전문화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장을 '편견', '지식인의 오만'으로 몬다. 지나친 재벌체제 변호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변호론에 기울면 재벌은 더욱 궁지에 몰릴 것이 아닐까.

//prome.snu.ac.kr/~wjkim/micro97/j212.html 출판저널 212호



2007-11-03 02: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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