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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990년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사실 우리는 한국의 1990년대를 어떻게 이론화 혹은 개념화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기성의 어떤 사회과학 이론에서도 세계 체제하에서 반주변부로서 성장한 한국의 1990년대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의 1990년대는 다른 모든 선진 자본주의 및 후발 자본주의와 동시에 지구적 자본주의의 영향권 아래 들어서게 되었기 때문에, 개발 독재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가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서 곧 지구화의 물결에 휩쓸려 들어간 대표적인 예가 된다. 통상적으로는 선진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로의 이행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정치학자들은 남미의 모델을 참고하여 '민주주의 이행기', 공고화(consolidation) 국면이라 말하기도 하며, 더러는 시민사회 혹은 NGO의 등장과 형성이라는 개념으로 이 국면을 설명하기도 한다. 사회주의의 붕괴와 북한의 고립으로 이제 민족주의 혹은 제3세계라는 개념은 점점 설자리를 상실하게 되었으며, 부르조아적 지배의 전면적 관철이라고 말하기에 이 자본주의의 성격은 너무나 복합적이다. 한편에서는 정보화가 일부 선진국보다 더 앞서서 진행되고 있으며, 제조업의 후퇴와 경제의 서비스화 수준도 빠르게 진척되었다. 그 반면에 전통적인 권위주의, 관료 부패와 재벌 주도 경제 체제는 의연히 존속한다. 그것은 바로 경제의 세계화, 지배 관계의 합리화, 사회 관계의 파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한국사회가 보다 전형적인 부르조아 사회, 즉 모든 사람을 더욱더 시장의 법칙에 종속시키고 세뇌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임에는 분명하나, 자본은 단지 물질적 능력으로만 구성원을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문화의 경쟁, 허구적인 선택의 자유와 개성의 공간을 더욱 확장시킴으로써 지배를 관철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아니라 좋고 나쁨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으며, 미학적인 고려는 상품의 내용 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자리잡았다. 개성이 강조되고 자유가 구가되고 있으나, 사회 내에 실지로 심각하고 중요한 현상은 텔레비젼 화면에 한번 스쳐가는 장면으로만 존재한다. 민중들의 의사표현과 정치 참여의 기회는 확대되고 있으나 지배세력의 기득권은 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지배력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더욱 안정화되고 있다. 분노를 상실한 시대에 모든 사람은 이제 하루종일 전광판과 컴퓨터 단말기만을 들여다보는 주식중독자들이 되었다. 전투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던 과거의 청년·학생들은 이제 거리에서 사라졌고, 오늘의 학생들은 학교 앞의 PC방에서 혼자 남아 주식시세를 체크하거나 하루종일 사이버 공간의 상대와 즐기면서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이것은 재래의 권위주의적인 가족 자본주의에다 오늘의 소비 정보 자본주의, 주주 자본주의가 불편하게 결합된 상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이들 서로간에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현실은 한국경제의 압축 성장, 자본주의 고도 성장의 후반이 곧바로 지구화된 경제 질서를 맞이한 사실들에 의해 규정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적인 이윤 추구의 극대화라는 목표하에서는 서로가 상충되지 않는다. 봉건적 제왕이나 가부장적 전제 군주의 정서와 문화를 가진 재벌 총수가 최신의 경영기법과 정보 기술에 매진하는데 아무런 모순과 장애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민주화의 기대는 시장화, 자유화의 담론과 자본의 지배에 눌려 버렸으며, 이제 사회의 집합적·중심적 주체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노동세력은 임금 상승의 신화 마이카 붐과 마이홈주의, 주식투자의 열기속에서 개인화·파편화의 길로 나아갔다.

김동춘  - 독립된 지성은 존재하는가. 중에서



2007-11-05 18: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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