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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인가?

 
엄청난 과장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시대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단절보다 연속성이다. 소득세 인상에 대한 거부라든가, 취임초 2년간은 보수단의 재정지출 계획안을 수용한다는 결정은 연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세계화를 멈출 수 없다는 관념에 대한 묵종은  아마 무엇보다도 연속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일 것이다. 토니 블레어에게 세계화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이 힘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思考는 불과 몇 주일 전까지만 해도 관습적인 통념 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벌어진 의외의 사건들은 한때 신성시되던 신념들을 뒤엎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시작된 위기 - 서구 논평가들은 이 위기가 서구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연고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는 말로 교묘하게 둘러대고 빠져나갈 만큼 독선적이었다 - 는 현재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져가고 있다.

 그렇다, 역사는 일찍이 단 한 차례, 정확하게 1989년에 종말을 고했다. 그런나 러시아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실험이 지난 9월 산산히 붕괴되어 버림으로써 - 이것은 궁극적으로 볼셰비키 실험을 실패로 몰고 갔던 것과 똑같은 유의 主意主義적 사유가 낳은 재난이다 - 역사의 종말은 정확히 9년이 지연되었다. 블레어는 1997년이 한 시댕의 종말임을 우리에게 심어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의 사건들은 오히려 1998년이 하나의 획을 그을 수 있는 해라고 시사하고 있다. 1992~98년, 자유시장 러시아의 짧은 역사가 갑작스럽게 멈춰 섰고, 자유시장의 세계화 체제 또한 러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하여 조지 소로스, 제프리 삭스, 폴 크루그만 같은 사람들로부터 거대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로스와 삭스, 크루그만은 신 노동당이 공표했던 것보다 훨씬 급진적인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 노동당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선고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대체로 신자유주의의 예언(notra)을 잠자코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정치적인 면이나 지적 사유의 측면에서 신 노동당은 그와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블레어가 취임한 지 1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인지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적 위기는 시장이 자기조절을 하지 못하고, 경제를 전복시킬 수 있음을, 그리고 실제로 시장에 필요한 것은 통제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과거의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을 비롯해서 미국의 유수한 논평가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실로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세계금융체제의 가장 급진적인 개혁과 새로운 세계기구의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애석하게도 신 노동당은 여전히 빛바랜 찬가, 즉 국제무대에서 가장 소심한 개혁안을 읊조리고 있다.

 신 노동당은 새로운 시대로 앞장서서 나갔다기보다 前 시대의 말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물론 취임하고 1년간의 영광스러운 시기에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는 듯했다. 이 시기동안, 우리 모두는 토리당이 제거되었다는 데 안도감을 느꼈고 민중의 에너지가 발산되고 블레어는 자신의 원시적인 인민주의(populist) 특성을 표출하고 있으며 경제는 활성화되고 있고, 이 점에서 블레어 정부는 금세기의 그 어떤 정부보다 정치·경제적으로 정책을 전환시킬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신 노동당은 자신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한껏 과시하고 싶어했다. 확실히 신 노동당은 국제적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중도좌파 정부의 물결이라는 훨씬 광범위한 현상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환경에서, 클린턴-블레어 축이 미래의 길이라는 사고는 가장 현실성 없는 전망인 것 같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反자유시장의 시대를 맞이하기에 클린턴은 너무 면목을 잃었고, 블레어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제3의 길'의 런던-워싱턴 버전은 신보수주의에 지나치게 넓은 지면을 허용했다.

마틴 자끄  -제3의 길은 없다 '제3의 길을 해부하면서' 중에서



2007-11-05 18: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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