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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 근본주의의 종말

 
이제 80년대 이후 신노동당 정부를 포함한 대다수의 정부가 기반으로 삼던 가정과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오랜 견해를 재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근본적으로 이것은 자유방임주의, 즉 자유시장 경제가 그 어떤 것보다 우월하다는 가정이었다. 왜 이것이 원칙상 자본주의를 지향하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개인주의적인 정부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그 이유는 명백하다. 그러나 블레어 정부와 유사한 정부들을 바지입은 대처리즘으로 표현하는데는 좀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중략)

 소위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가 존재했다. 이들은 세계시장을 스스로 조절하는 마찰 없고 최적의 효율성을 가진 경제, 다시 말해 국가나 다른 기구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경제라는, 현실을 초탈한 목표를 꿈꾸었다. 세계적인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이꿈은 필연적으로 민영화와 규제철폐 정책을 수반한다. 이들 가운데 하이에크와 프리드만을 비롯한 몇몇 사람은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로 그러한 꿈을 꾸었다. 추측컨대 이것은 그들의 명제가 추상적인 기술적 고상함을 추구하는 취향이 있고, 현실생활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를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제학은 정치적·사회적 혹은 그 어떤 비수학적인 측면도 배제한 경제학이다. 현실적으로 이것은 경제적 호황기에 초국적기업과 그 운영자들의 경제에 적합한 경제학이다. 그러나 지금 이 컨센서스는 생명을 다해 가고 있다.

 물론 이 경제학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항상 비현실적이었다. 그 하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비교우위 원리에 입각한 순수한 자유방임주의는 '이익'을 배분하는 현재의 방식이 최적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데이비드 렌즈(D. Landes)가 『국가의 부와 빈곤(The Wealth and Poverty of Nations)』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 오늘날 비교우위는 내일의 비교우위가 아닐 수 있다." 1840년 자유시장 신봉자들은 독일에다 밀을 재배하여 그것을 팔아서 영국 공업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권고했다. 당시 독일인들은 미국인들처럼 이 충고에 그다지 귀기울이지 않았다.

 또 하나는 순수한 자유방임주의가 현실적으로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가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명제인 자본집중화 과정을 통해, 가급적 이 경제학자들의 논리를 피해 보려 한다. 브리티시 항공사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목표는 자기 분야의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혹은 거의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지, 자유로운 세계경쟁이 아니다. 정치가들은 경제가 피할 수 있는 정치적 제약들 아래서뿐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제약 아래에서도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가들에게는 자유방임주의 이론가들이 주장하는 '자연적 실업률', 다시 말해 그 높이에 상관없이 임금이 인플레 압박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실업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정치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실업률과 그렇지 못한 실업률만이 있을 따름이다. 경제이론은 노동을 포함해서 모든 생산요소들이 자유롭게 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구상의 그 어떤 정부도 - 자유롭게 선출된 정부라 하더라도 - 자유시장을 지지하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아무런 통제없이 무제한적으로 이민을 허용하지 않으며,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세계화 이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이든, 오늘날 국제적인 이민이 한 세기 전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대처 이래의 모든 영국정부가 세계적으로 영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연한 노동시장과 임금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현재 유럽내 어떤 정부도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춤으로써 우리의 노동비용이, 예를 들어 인도나 중국의 비용에 대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믿지 않을 뿐더러, 그런 시도 조차 하고 있지 않다. 역으로 말하면, 세계적 자유방임주의는 단순히 진화과정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보호주의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권력이 행사됨으로써만이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에릭 홉스봄  -제3의 길은 없다 '신자유주의의 죽음' 중에서



2007-11-05 18: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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