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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생각하기Ⅱ- 불평등한 경제와 사회는 흉보(凶報)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신의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인 산물이다. 불평등은 과세 전과 후에 밝혀지는 소득의 분배를 반영하고 있다. 불평등을 조장하는 오늘날의 테크놀로지와 변화된 직업세계는 사회적으로 그 발생배경이 있을 뿐 아니라, 세계화 시대 - 늘 실제 보다 지나치게 과장되는 개념이다. - 에도 사회적·정치적 행위에 의해 조성될 수 있다. 영국사회의 불평등 만큼이나 광대한 사립학교 부문은 그 존속을 허용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불평등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따라서 불평등의 결과를 용납할 수 없다면, 인간에 의해 폐기되는 것 또한 불평등이다.

 그런데 불평등의 결과는 절망적일 정도로 심각하고 그 격차가 증대하고 있다. 윌킨슨은 「불평등은 왜 나쁜가」에서 불평등이 어떻게 사회의 씨실과 낱실에 스며들어서 인간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훼소하는지를 뛰어나게 서술하고 있다. 설령 절대적 평등을 믿지 않는다 해도, 평등 이념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은 곧 도덕적·경제적·사회적 핵심목표를 저버리는 처사이다. 불평등은 사회적 연대를 무위로 돌려 버린다. 그리하여 사회의 일부 구성원과 우파에 의해서 인정되고 있던 개인의 자유 행사를 위협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사회는 사분오열되고 험악해진다. 비인간적이고 파괴적인 면에서 볼 때, 미국사회의 불평등 정도와 이런 미국을 뛰쫓아가고 있는 영국 사회의 불평등은 상호 막상막하라 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평등을 무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경험이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독립된 존재로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또 상대방에게 배려를 구한다. 이것은 인간 교류의 기본 요소이면서 동시에 야망과 이타주의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인간이 가장 깊이 빠져 들고 또 인간의 활기를 가장 북돋우는 경험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은 사실 배려의 호혜성에서 나오는 일종의 보상행위와 같은 것이다. 부모와 자식 혹은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애정을 나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들간의 교류이다. 다만, 이러한 기대와 호혜성에 대한 욕구는 좀 더 일반화된 형태의 욕구이며, 우정과 신뢰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 개념의 핵심을 이룬다. 사실 사회적 자분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그때부터 인간사회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불평등한 사회는 이와 같은 친화력을 파괴한다. 그리고 인간 존재가 상호 작용하는 공동의 공적·사회적 공간을 축소시키기 때문에 그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교류하는데 사용하는 공통의 언어와 도덕적 코드가 그 토대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수준이 점점 더 빈약해지면서, 사회구성원들은 진심으로 공감하고 신뢰하는 능력을 상실해 버린다. 이 악순환 과정에서 좋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 사람과 호혜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든다. 결국 분노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일이 흔한 일이 되고 증오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수치심 또한 느끼지 못하게 된다. 호혜성에 대한 유대감과 기대심리도 줄어든다. 윌킨슨이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사회가 자살율이 더 높고 신뢰감이 더 없고 폭력이 더 많음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불평등의 스트레스 증후군이며 불평등이 낳는 사회적 질병이다.

 그리고 불평등은 이와 같은 심리적·감정적 비용 이외에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불평등한 사회는 주택공급이 부족하고, 실업과 사회적 배제의 수준이 높은 허약한 사회이다. 또 이러한 불균형과 결함을 바로잡기 위해서 당연히 공공지출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부평등한 회사에서는 집단이 잘 형성되지 않을 뿐 더러 지속적으로 동기부여가 되기 어렵다. 도시와 지방의 빈부격차가 심한 부평등한 국가는 도시와 지방의 성장·발전을 이룩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유한 도시에 적합한 구조와 제도, 정책이 가난한 지방에도 적합할 수는 없다. 불평등한 사회는 호황에서 파산으로 요동치는 경기순환을 제어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상승국면에서는 소비를 더 많이 하고 하강국면에는 소비를 덜 하기 때문에-그리하여 경제순환의 양 국면의 추동력을 더ㅡ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가난한 구성원들은 직장 안으로 또는 밖으로 내던져지고 있다. 한마디로 불평등한 사회는 사회의 흉보(凶報)이다.

 -제3의 길은 없다 '우리가 건설해야할 국가(윌 휴턴)' 중에서



2007-11-06 01: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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