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더니 맨 처음 정치인들은 탄핵을 시도했고 언론은 비아냥과 야유를 보냈다. 대기업은 투자거부로 대항하고, 지식인그룹은 고졸자 대통령이라며 냉소를 보냈다.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이 개혁을 통해서 이루려는 시도보다 소수의 기득권이 개혁에 저항하는 방법이 더욱 조직적이며 폭력적이다. 이런 저항에 대항하는 방법은 힘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대로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심판관이 반칙한 선수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할 수 없는 일이다. 휘슬과 경고 카드만 내보이는 답답한 노대통령을 보고 다혈질의 지지자들은 실망을 하고 서서히 등을 돌렸다.
운동 단체에 징계위원회가 있듯이 징계는 사법부에 맞기고 노무현 심판관은 경기 중 잘잘못을 관중들의 판단에 맡겼다. 그런데 언론은 관중을 가로막고 확성기로 심판관의 판단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이에 대항하는 극적인 재미가 없자 관중은 다 떠나가 버렸다. 이때부터 고독하고 외로운 게임이 진행됐다.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는 때로는 휘슬을 불어야 할 때도 그냥 넘어가는 게 운용의 묘다. 그런데 휘슬을 불지 않는다고 모두들 아우성을 쳤다. 승부를 가르는 경기지만 선수들이나 심판관이나 어느 쪽도 룰을 어기면 안 된다. 그게 원칙이다.
심판관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다면 게임이 온전히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며 기득권들은 그러하기를 유도했지만 심판관 노무현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짐 없이 씩씩하게 게임을 지켜나갔다.
전통적 기득권들은 우월적 위치를 이용하여 반칙을 일삼아 오다가 관습화시키기에 이르렀는데 이런 관습의 유지는 혁신만큼이나 난폭한 것이라고 베이컨은 주장했다.
보수들은 늘 발전과 안정을 부르짖지만 자신들이 개혁으로 인하여 내려놓아야 하는 것에 비하여 그동안 사회적 약자인 대수에게 부과한 무게에 비하면 턱없이 가벼운 것이다. 이를 알면서도 따라가는 것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주인님을 찾는 전형적인 노예근성이다.
노무현대통령을 ‘리트머스시험지’로 비유함은 얼른 듣기에는 그럴 듯해도 정확한 비유는 되지 못한다. 선과 악을 판별하는 무기질 종이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느 누구의 편도 들어 주지 않고 오직 가치와 원칙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 인격자인 심판관이 맞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이 심판관이 아니라 자기들의 구단주나 감독인 줄 알고 있었다. 상식을 잃어버린 자들이었다.
역사의 발전을 단기간에 끌어 올리는 방법은 혁명뿐이다. 혁명은 반혁명 세력의 규합을 불러와서 실패하기 마련인데 혁명은 그 과정에서 원칙을 다 지켜지지 못하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심판관은 혁명을 택하지 않고 잘못된 규정을 하나씩 바로잡아 나갔다.
노무현 심판관이 세운 원칙과 상식은 국민의 뇌리에 박혀서 깨지지 않는 거울이 되어 우리미래를 비췰 것을 믿고 그 가치를 지켜려고 해야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에 온 촉각을 세우면 노무현의 가치를 애써 빨리 지우려는 짓이다.
지금 그 거울에 비쳐져 더욱 단단히 굳어지는 진흙과 녹아 흘러내리는 버터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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