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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힘이되는 사회를 기대합니다.

 
집요하게 말을 틀어막던 사회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하라면 거침없이 말하는데 어떠한 사안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혀 버린다.

혼자 참고, 참다가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사표를 내던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상사에게 의견을 묻거나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젊은 사원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 이유는 가정에서부터 학교까지 이러한 훈련과 배움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해서고, 부하 직원의 이야기를 끈기 있게 들어주고 그들의 입장에서 해결하고, 노력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상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거나, 불평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라는 주입만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겪은 사람은 상사가 되어서 또 같은 짓을 번복하기 쉽다.

"어 따 대고 말대꾸야!"

말을 막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원칙이 훼손되고 부정이 많다는 뜻이다. 이를 권위주의를 내세워서 말을 막아 봉쇄하는 짓이다. 역사적으로 얼마나 참혹하고 교묘하게 말을 막아 왔는가를 살펴본다.

요즈음에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어렸을 때 상당수의 가정에서 '밥상머리 군기'라는 것이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 말을 일절 하지 못하게 했다. 반찬투정을 막으려고 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정도가 심했다. 숟가락, 젓가락을 떨어트리거나, 그릇소리를 내고 씹는 소리도 커서는 안 됐다.

해방 후 친일세력은 반민족 행위자 처벌로 목을 잠시 움츠렸지만, 이내 세력을 다시 잡았다. 그 이후 나온 말이 '말 많으면 공산당' 이라고 했다. 당시에 공산당은 때려잡는 대상이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자기들은 나라를 팔아먹고 총칼로 권력을 잡아서 치부를 하여 수레에 꽉 채워 놓고, 돈 없는 민중에게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말을 막았다.

교회에서도 성경 구절을 가져다가 말을 막았다.

'네가 비난받지 않으려거든 남을 비난하지 말라'
'네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흉본다.'
'이 독사의 자식들아!'

이는 당시 자기 잘못이 더 큰 바리세인을 예수께서 호되게 꾸짖는 말이지, 인간 모두에게 한 말씀이 아니다. 비난과 비판은 다른 차원이며 자기 멋대로 성경을 해석하는 대표적인 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학살당한 수많은 유해를 찾아내고 있다. 학살 대상자인 국민보도연맹원들의 대다수는 마르크스즘을 신봉하는 공산당원이 아니다. 그저 우리의 이웃과 평범한 삼촌들이었다. 이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것을 보고 민중은 학살의 공포로 몰아 '친일'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도 못하게 막았다.

이후에는 교묘하게 말을 막는 말들을 생성했다.

'말 많은 사람치고 실천을 제대로 하는 사람 없다.'
'말보다는 실천'
'말을 앞세우기보다 행동을 먼저 하라'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등등 수도 없이 말을 막아왔다.

어느 분은 '말 잘하면 사기꾼'이라며 대통령은 말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이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구조에 물들어서 나온 말이다.

마지막에는 이런 말까지 나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 마라. 정말 아는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생각 없이 쓰는 이 말이 얼마나 웃기냐 하면,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모두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모르니까 말하는 것이고 제대로 알면 말을 더 해야 한다.

어린 시절 비교적 대화가 통하는 합리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해도 군대에 입대하면 무지막지만 폭압에 시달려 이상한 사람이 되기 쉽다. 군대에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알 일이지만 '까라면 까라'는 말이 있다. 남자의 거시로 밤송이를 까라면 까라는 뜻이다. 너무했다 싶던지 까는 시늉이라도 하란다.

'국가 보안법'은 원론적으로 민중의 입을 틀어막자는데 의의가 있었다. 문구도 애매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었다. 반국가 단체에 소속되는 것은 물론 이를 찬양, 고무해도 처벌을 받게 했다. 그윽한 눈빛만 보내도 '고무'인데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와 정권을 구별하지 못하는 수가 있는데 불의한 정권은 무조건 따를 일이 아니라 뒤엎어야 할 대상이다. 헌법에 4.19 혁명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이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말을 해야 할 언론들은 독재정권과 함께 뒹굴며 정보를 독식하고 실체적 사실에 대하여 왜곡을 일삼아 왔다. 자기편의 잘못은 적당히 덮어두거나 어쩔 수 없으면 시범 케이스로 그저 한, 두 놈만 손을 보는 것으로 넘겨왔는데, 조폭들이 이를 보고 배운 것이다.

어린 자녀나 아래 사람에게 '언행일치'를 요구하면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며 이도 말을 막는데 사용되었는데 아직 모든 것이 서투르고 이제 배우며 자라야 할 자녀나 아래 사람에게 윗사람의 기준으로 언행일치 요구는 애초에 말을 막으려는 의도다.

진정한 '언행일치'는 권력자나 윗사람이 아래 사람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비판을 막아왔던 자들은 자신들의 악을 말하는 노대통령의 입마저 막으려고 했다.

'막말을 한다.' '채신머리가 없다.'는 등등으로 폄하했다. 여기에 우매한 민중도 따라서 그렇다고 한다. 대통령이 너무 위신이 없고 가볍다는 것이다.

그럼 전두환 같은 놈을 다시 부르자는 것인가!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스스로 권위주의의 내려놓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권위도 떨어질까 봐 무조건 까대는 면도 있다. 진정한 권위는 자신이 원칙을 준수하고 논리적이어야 세울 수 있다.


논술로 까발려질 세상을 기대한다.

일부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달라고 주장하여 논술시험을 주관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찰시켰다. 이때 수능과 내신, 논술의 비중을 균형 있게 하자고 합의하고는 특목고가 불리하자 내신 비율을 낮추자고 한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가려는 것이다.

논술의 최고 수준은 온전한 비평이다. 그동안 비판을 막아왔던 자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펜을 들려서 '비판 공부'를 시키는 일이다. 앞으로 자신의 조부를 신랄하게 비판하여 장원 급제를 하는 김삿갓 같은 사람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자정능력이 있으려면 소통을 막아서는 안 된다. 대화의 끝은 비판이다. 논술 또한 상위로 갈수록 명확하고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인문학의 위기도 소통과 비판을 막아서 생긴 일이다. 스승의 그림자는 밞아도 되고, 스승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스승을 학문적으로 절대로 비판할 수 없는 구조의 대학은 이미 발전적 학문은 사망했다. 인문학의 위기가 정부의 보조금이 적어서 그렇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대학교수들을 보면서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기득권이 계속해서 말을 막아 온 사회에서 민중들도 기막힌 말을 생성했다.

"너나 잘하세요." 그런데 이 말을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다. 이 말은 자학적인 심성에서 나온 비아냥거림의 극치다.

'말은 생각에서 나오고 생각은 사상의 기반이다.'

과거에는 말을 할 사람은 정해져 있어 아무나 공식적으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정부가 인정하는 단체에 소속되어야 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는 누구나 대중에게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말문이 본격적으로 트이면 사회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다. 이는 혼란이 아니라 일종에 때 늦은 성장통이다. 달게 받고 감내해야 한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논술로 훈련받아 논리로 무장하여서 말을 막아 온 자들의 패악 질을 여지없이 까발릴 것이다.

 

ⓒ 두 아들 아빠



2007-12-02 15: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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