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교회·미국·고려대.’20여일 만남으로 본 키워드 셋 입력: 2008년 01월 10일 18:30:52
기업·교회·미국·고려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지난달 19일 대선 후 ‘동선(動線)’을 보여주는 키워드 들이다. 당선인으로 그가 지난 20여일 동안 만난 사람들을 보면 향후 국정의 방향이 짚인다. 먼저 ‘지지층’을 다독이면서, 기업·금융인들을 만나 ‘투자’를 독려하고, 미국·일본의 인사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온 행보다.
◇‘내 사람부터’=무엇보다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인 지지층 챙기기가 눈에 띈다.
지난달 22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송년회 참석을 시작으로, 27일엔 소망교회의 ‘대통령 당선 축하예배’, 31일 6·3동지회 송년회 참석, 지난 4일 고려대 교우회 신년하례회로 이당선인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9일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 특별기도회에 참석했고, 바로 이어 김수한 추기경을 예방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엔 최측근 지인들과만 테니스를 함께 했다.
내부의 “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일정은 가급적 줄이는 게 낫다”(핵심 참모)는 우려에도 불구, 대선 승리의 감격을 나누며 향후 5년의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가 컸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리에서마다 이당선인은 “기쁨은 잠시고, 두려운 마음으로 서있다”(한기총), “큰 저항이 예상된다”(6·3 동지회), “힘을 모아달라”(고려대 교우회)는 말을 되풀이했다.
향후 풍파 속에서 흔들리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달라는 의미다. 그 결과 같은 종교계지만 불교계 등이나 문민정부 이후 우리 사회의 한축으로 자리잡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소외됐다.
◇‘기업이 우선’=‘경제살리기’를 앞세우면서 기업인을 찾는 발걸음도 잦았다. 지난달 28일 전경련을 방문, 4대그룹 총수들과 회동한 이당선인은 지난 2일엔 삼성경제연구소 등 경제연구소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튿날인 3일엔 중소기업인 초청 간담회와 신년인사회에 연이어 참석했다. 9일엔 민간 은행장과 보험·증권사 사장들과 따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당선인은 “진정으로 기업이 원하는 규제를 풀겠다”(전경련)고 거듭 규제완화를 공약하면서 “투자를 유치하러 왔다”고 촉구했다.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맞다”(금융인 간담회)고 산업으로서의 금융도 강조했다.
반면 이당선인에게 가장 큰 의구심을 가진 노동계, 빈곤계층 등은 동선의 후순위로 밀리는 형국이다.
◇‘나는 달라’=향후 국정 ‘파트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만남도 있었다. 외교면에서 미·일 인사들과의 거리가 급격히 좁혀졌다.
미국의 경우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10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유력인사들(4일)과 잇달아 접견했다. 앞서 당선 직후 지난달 20일 첫번째로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 대사를 면담했고, 그날밤 조지 부시 대통령과 통화도 했다.
일본의 경우도 20일 시게에이 도시노리 일본 대사 면담과 21일 후쿠다 야스오 총리와의 통화에 이어 10일 모리 요시오 전 일본 총리 일행을 만났다. 같은 기간 중국·러시아는 지난달 21일 주한 대사들을 잇달아 면담한 게 전부다.
지난 4일 교육현장으로 입시 기능을 이양받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년회에 참석한 것도 눈에 띈다. 5년전 노무현 대통령이 ‘쇼’라며 터부시했던 현장 위로 방문도 적극적으로 했다. 태안(지난달 27일)·이천(8일) 사고현장을 전격 방문했고, 전방부대(지난달 31일)와 사회복지시설 선덕원(지난달 24일)도 찾았다.
〈김광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