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8일(월) 2:52 [경향신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대운하가 지구온난화의 대책이 될 것이란 주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운하를 통한 수상운송 증가는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많은 도로운송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전문가들의 다수는 그러나 수상운송이 철도운송에 비해 CO2를 더 많이 배출하고, 물동량이 운하로 대거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인수위원·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 합동워크숍에서 박수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당선인은 지난 16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합동워크숍에서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보전을 안하면 그 국가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 대운하도 그런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기후변화특사인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제 그 말귀를 공유할 수 있는 총리가 오셨으니 내가 가만히 있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당선인측은 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기후변화와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1995년 기준 CO2 배출량의 5%를 감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수십조원의 경제적 비용이 들어갈 상황과 운하 건설을 연결짓는 것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배는 한 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수송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와 오염 발생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원인 물질인 CO2 발생량이 도로운송의 5분의 1이다”라며
“유럽에서는 운하를 이용한 수로운송이 도로운송에 비해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장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장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17일 “대형트럭보다 배가 CO2 배출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기차”라며
“이당선인측 논리대로 라면 운하를 팔 게 아니라 철도운송을 늘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CO2 문제의 핵심은 트럭이 아니라 자가용 승용차이고, 대도시 교통의 문제”라며
“운하를 지구온난화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른 지나친 단순비교”라고 말했다.

설령 ‘운하수송이 CO2 발생량을 감소시킨다’는 이당선인측의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이것이 성립되려면,
화물트럭을 이용한 컨테이너 운송이 운하로 대거 옮겨간다는 게 담보되어야 한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극단의 의견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운하 건설을 위해 주변 산악과 습지 등이 파괴되는 데 따른 피해 등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운하 건설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는 “운하 건설을 CO2 저감 대책으로 꼽는 나라는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CO2 배출의 60%는 발전이나 기업활동 등 산업 부분이고 운송부분은 20% 수준”이라며
“차기 정부가 정말 CO2 감소에 관심이 있다면 산업분야에서 먼저 친환경적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홍교수는
“운하건설의 근거로 처음에는 물류를 이야기하더니 비판이 이어지자 관광, 지역개발에 이어 이제는 기후변화 대책까지 나왔다”며
“애초부터 잘 짜인 계획이 아니어서 임기응변적으로 논리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박영환기자 yhpar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