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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토마게시글 2008/02/29
01:28
이명박 대통령은 '능력'을 유난히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주 과제가 경제 문제라 유능한 사람을 발탁해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이 하나님 다음으로 믿는 게 있다면 '능력'을 꼽지 않을까 할
정도다.
사람의 능력을 분류하면 긍정적인 능력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의 원칙과 상식을 배반하는 부정적인 능력, 빗대자면
거짓말을 잘 하는 것도, 편법을 잘 쓰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이름있는 인사라고 해서 모두 긍정적인 능력에 능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창조적으로 도울 능력을 가진 사람을 발탁하기로 했다면 이런 시각에서 능력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하고 출발했어야 옳았다.
'교본'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기용한 결과는 인수위와 내각 인사에서 잘 드러난다. 첫 사례인 인수위는 대단한 일을 하는 양 거드름을 피우더니 무언가 한 건 해야 한다는 욕심만 앞서 졸속으로
'짜집기 정책'과 '즉흥 정책'을 발표했다 철회하는 혼란만 불러 일으켰다. 인수위가 두 달간의 활동을 담은 백서를 낸다고 했지만, 말 그대로 정권 인수를 준비하는 기계적인 일 이외에는 별로 보여준 게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청와대와 내각 인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섬기는 능력의 실체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발탁한 능력이 부동산 투기
능력인지, 편법으로 축재하는 능력인지, 출세를 눈 앞에 두고 변명이라도 해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능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의혹의 면면이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꼴이라서 어떤 누리꾼은 장관 내정자들을 '꼬마 이명박'이라고 비아냥할 정도다. 이를두고
'검증시스템 미완'으로 돌리는 기지를 발휘했지만 오히려 변명 능력만 발휘한 꼴이다.
이쯤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섬기는 능력의 한계가 드러난다. 비록 대한민국 지식인들이 부패한 면이 있지만 '어디 쓸만한 사람 없나'며 목을 빼고 찾을 정도는 아니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패러다임이 과거에 머물러 있기에 흘러간 물을 퍼올리다 보니 깨끗하고 유능한 사람이 없는 거지, 소위 '고소영 코드' 밖에는 쓸만한 인재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의식이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요즘 젊은 배우들이 뜨는데 영화 ‘마파도2’는 한물 살짝 간 중견 배우들을 모아 만들어 돈을 적게 들이고 많이
벌었다. 젊은 배우에게 비싸게 들이지 않고, 시간이 남아서 누가 안 불러주나 하는 단역으로 나올 사람들에게 배역을 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 말은 노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의미로 해석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등급을 매기는 천박한 의식이 드러난다.
대통령이 되자 소위 '깜'도 안되는 인사들을 모아 한 자리 주려다 반발을 사고 사과까지 했으니.
지금에 와서 "요즘 낡은 인물들이 뜨는데 이명박 감독의 영화
'성공시대'는 시간이 남아서 누가 안 불러주나 하는 한물
살짝 간 인사들을 모아 배역을 주니 얼마나 좋은가"며 힘껏 비틀어 되돌려 주면 깜짝놀라 사람을 보고
사람을 쓰는 철학을 정비할까.
이명박 정부의 위험 요소는 철학부재다. 미시적 의미로는 각 분야의 '교본'이 없다. '이념'을 '실용'의 종으로
보고 '사람'을 '실용'의 도구로 본다. 한 시대는 편리를 위한 '실용'만으로 이끌어갈 수가 없다.
'실용'이 약간 불편하더라도 '이념'이 가르키는 방향을 바라보며 잘 어우러져야 비로소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출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쪽 날개를 꺾고 출발하려다 보니 출항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는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뉴욕에 예정보다 하루 먼저 도착하라"는
선주의 명령을 기관사가 안전을 들어 거부하지 못했고, 근처를 지나는 선박이 주는 위험경고도 무시하고 최고 속도로 항해하다 빙산을 들이받고
침몰했다. 호화 파티를 즐기던 일등실 귀족들은 살아 남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삼등실 서민들은 대부분 희생되었다.
한쪽 날개를 무참하게 꺾고 출발하려는 이명박호가 어렵사리 출발했다 치자. 독선과 영웅심에 위험 경고를 무시하고
항해하는 이명박호가 빙산을 들이받지 않으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래도 이명박 정부의 '교본없는 능력'에 박수를 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