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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위한 변명1

 
변명이라. 글제목 참 기분 더럽다. 변명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 1.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함 2.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힘 두가지의 뜻으로 풀이된다.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변명이란 말은 1번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나는 2번의 사전적 의미로 글을 쓰고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번의 의미로 통용되는 변명이란 단어를 사용한 의도는 너무도 무도하게 자행되는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공격이 버거워 조금은 수세적인 움츠러듬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또한 어쩌면 이글은 찬양의 의미가 더 강한 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찬양이란 글제를 썼다간 글의 진정성을 떠나 "노빠"라는 선입견을 미리부터 조장시킬 것 같아 차라리 세상의 모든 "노까"들이 변명이라고 받아들이면서 편하게 대해주길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아무튼 나는 지금 노무현의 잘못을 비호하기 위한 변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노무현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찬양하기 위한 것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 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혀보고자하는 의도로 글을 쓰고자 한다는 점만 다시 강조한다.

한편 이 글은 그동안 자칭타칭 진보개혁세력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서 함께 호흡했던 분들을 위한 글임을 미리 밝혀둔다. 어차피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살고있던 조중동을 위시한 이땅의 강고한 기득권구조와 그 기득권에 세뇌당한 가엾은 중생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점도 미리 밝혀 둔다.
 
앞서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이란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나는 이들을 설득불가능한 상대들이라 이미 포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앞에 두고 대통령 노무현의 진실을 토로하는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기독교도들에게 마호메트의 위대함을 설득하는게 오히려 더 쉬운 일일테니 하나마나한 짓이다. 아니 했다간 짱똘 맞을 각오도 해야하는데 내가 미쳤나? 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내몸을 육보시할 정도로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1. 리더쉽이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대통령 노무현을 이야기할 때 리더쉽의 문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은 분명 기존 정치인의 리더쉽과 다르다. 일단 쉽게 얘기하자면 노무현에게는 계파가 없다. 가신도 없다. 정치인으로서는 정말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한국정치의 가장 큰 폐해로 노무현 이전에 꼽았던 문제점이 바로 보스정치, 가신정치 아니었었나?

민주개혁세력의 유일한 구심점이었던 김대중 전대통령 조차도 그 비판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진정 민주개혁세력의 시대적 열망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믿고 있는가? 착각하지 마라. 절대 아니다. 최초의 민주개혁세력의 집권을 이뤄낸 수평적 정권교체의 힘은 민주개혁세력의 성숙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집권세력의 IMF라는 대삽질과 철새 이인제와 자민련으로 대표되는 우파분열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역사에 가정은 필요없다는 걸 전제하더라도 IMF가 없었다면, 이인제가 없었다면 수구집단 자민련과의 결탁이 없었다면 한국사회는 아직까지도 수평적 정권교체라는건 꿈에도 꾸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란 점은 분명히하자.

지독하도록 오래 지속되었던 삼김시대를 돌이켜보자. 입으로는 민주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자칭타칭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집단은 결코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했다. 김대중과 김영삼은 자신의 계보내에서는 철통같은 독재자였을 뿐이다. 보스중심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득실에 따라 원칙을 버리고 기회주의적 선택을 마다하지 않았고 집단내의 민주적 의견수렴절차 같은건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계파가신들은 오로지 보스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충성스런 거수기들이었을 뿐이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부연설명하자면 여기서 노무현의 리더쉽을 얘기하면서 김대중전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가미된다고해서 김대중을 폄하하기위한 의도가 아닌란걸 미리 밝혀두어야 겠다. 김대중의 리더쉽은 분명 민주적리더쉽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수십년에 걸친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민주의식의 결여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정치인 김대중이나 대통령 김대중에 대해서는 본인도 분명 노무현 만큼이나 애정을 갖고 있고 존경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노무현은 어떤 사람이었나? 2002년 이전 정치인으로서의 노무현이 과연 대통령이 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 김심의 의중이 이인제에게 있다느니 어떻다느니하며 전근대적인 보스정치, 계파정치를 민주개혁세력 진영 내부에서도 당연시하던 시절이었다. 아무런 계보도 없고 당내에 지지기반도 없던 독고다이 노무현이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을 때 코웃음 치던 인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인물들 꼼꼼히 살펴보자. 능력으로 보나 뭐로 보나 인간노무현 보다 낳은 사람이 과연 누가 있었나? 우리는 도대체 그 시절 무엇으로 대통령깜을 판단했나? 능력이나 인간성이 아니라 단지 가능성으로 판단했다. 그 가능성이 뭔가? 김심이 어디를 향해 있나? 당내 최대계파가 누굴 밀고 있나 하는 등의 현실정치의 흐름 아니었나? 그 당시 그 누가 있어서 김심이나 계파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민주적 경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나?

그러나 노무현은 해냈다. 민주당이 민주적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로 당연히 당선된게 아니라 외부로부터 강제된 - 제주에서부터 시작된 노무현의 이변이 광주경선에서 폭발하였던 국민경선의 바람과 노사모의 등장 - 등떠밀림에 의해서 눈물을 머금고 대통령 후보로 노무현을 확정하면서 떫떠름했던 전민주당 지도부의 얼굴은 아직도 잊지못한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이 보스정치, 계파정치가 하루아침에 포말처럼 부서진 그 참담한 폐허 속에 도무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해 당황해하던 그 모습.

자, 여기까지는 아마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 조차도 대체로 인정하는 얘기일 것이다. 평가는 이 사건 이후로 갈라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아는 정치상식대로라면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이후의 노무현에게는 민주당의 절대반지가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이 칼을 잡으면 휘두르고 싶어지고 총을 잡으면 쏴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노무현이 민주당을 장악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무현은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시도는 대통령이 된 이후로도 지속된다. 노무현 그는 스스로 보스의 길을 버린 것이다. 제왕의 길을 걷어차 버린 것이다. 오로지 민주적 권력으로서의 (후보시절이든 대통령 시절이든) 권한과 책무에만 교과서적으로 충실했을 뿐 그 외에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권력행사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다. 계보에 들기위해 노무현 주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이들은 아무런 떡고물도 던져주지 않는 노무현에게 실망했고 보복이 두려워 잔뜩 움츠러들었던 반대파들은 아무런 보복도 없자 노무현이 우습게 보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더러운 인간사다. 노무현은 그 스스로 계파정치 보스정치를 혐오했었고 그런 신념에 따라 보스중심의 정치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이상으로 간직해왔고 실천하려 했건만 정작 현실에 참여하는 인간군상들은 그럴 준비가 되지 못한 것이다.

후단협 파동은 왜 일어났나? 민주당 분당사태는 왜 일어났나? 열린우리당 붕괴는 왜 일어났나? 모두 구심점이 없어서였다. 노무현에게 구심점이 되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나는 보스가 아니다". 우리는 이런 노무현에게 무능하다고 비난을 가한다. 과거의 정치적 리더쉽은 분명 이런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주인 잃은 개떼들 마냥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던 민주세력은 결국 자멸의 길로 들어섰고 그들 스스로 자멸해 가면서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노무현이 철딱서니 없는 건 맞다. 그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권력싸움을 할 줄 몰랐다. 너무도 초딩적 의미의 민주적 권력에만 충실한 나머지 현실을 도외시하고 원칙만 지켰다. 그러다보니 그는 다시 나홀로 들판에 서서 세상의 온갖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전직대통령이 퇴임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영향력" 이라는 것을 가장 영향력이 막강해야할 최근 전직대통령 노무현은 눈꼽만치도 행사하지 않고 있다. 혹자는 영향력이 없는 것은 노무현이 무능해서다라는 비판의 축으로 삼고 있지만 그가 영향력이 없는 것은 그동안 그놈의 영향력이란걸 스스로 부정해서 였다는 점은 헤아리지 못한다. 

민주개혁세력의 구심점이 되길 스스로 포기한 노무현. 그의 리더쉽을 무능과 독단과 독선의 리더쉽으로 바라볼 것인가? 보스중심의 정치구도를 타파하고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살신성인의 구도자적 리더쉽으로 바라볼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각자의 판단을 요한다.
  

2. 민주세력 분열의 원흉?

결국 리더쉽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다. 김대중이란 거인 정치인의 통합력에 의해 의존되고 유지되던 민주개혁세력은 노무현 시대에 들어서 극단적인 분열의 길로 들어선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노무현은 그런 구심점이 되길 스스로 거부했다. 노무현의 리더쉽은 이것으로 요약된다. "원칙과 시스템". 그가 신주단지 모시듯이 신봉했던 원칙과 시스템은 오히려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딫히면서 무원칙과 무질서와 혼돈으로 기능한다.

노무현이 구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 그가 뒤에서 사주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사주했다는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민주당 분당 사태를 노무현의 책임으로 돌린다. 하지만 뒤이은 증언들에 따르면 민주당 분당은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의 당권장악을 위한 작품이었고 노무현은 그들을 끝까지 말렸다고 전해진다. 노무현에게 죄가 있다면 보스로서 아랫것들의 준동을 막지 못한 책임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책임 역시 우리가 그동안 익숙했던 보스정치, 가신정치 하에서나 물을 수 있는 것이지 노무현에게는 물을 수 있는게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구민주당의 지역주의자들은 분당의 책임을 오로지 노무현에게만 묻는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노무현은 원칙을 지켰다. 당의 일은 당에 맡겼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그가 믿고 맡긴 당은 스스로 분열했다. 노무현은 우려했지만 분당 사태에 대해서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았다. 당정분리원칙을 지키며 당의 선택을 존중했을 뿐이다. 제왕적 리더쉽하에서는 노무현의 책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지난 노무현시대는 그런 리더쉽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다 노무현 때문" 이라는 인식을 갖는 이들은 그들 스스로가 제왕적리더쉽, 비민주적리더쉽을 신봉하며 그러한 리더쉽을 보여주지 않은 리더에 대해 분열의 원흉이라고 비난하는 자기모순은 깨닫지 못한다. 그러면서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차라리 박정희 똥구멍이나 핥으라고 그래. (말이 좀 심한가?^^)

하지만 분당 사태의 본질이야 어쨌든 열린우리당의 창당 명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잠시 착각에 빠졌던건 사실이다. 아, 드디어 한국에도 지역주의의 폐단을 넘어선 진정한 의미의 정책정당, 전국정당이 출현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겠구나하는 식의 희망적 기대를 품었던 것은 솔직히 고백하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환상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모든 사태에 대해서 노무현의 책임은 없다. 노무현이 제왕적 리더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아랫것들을 통솔하지 못한 책임은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본인이 민주개혁세력의 일원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마키아벨리적 리더쉽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무현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를 비난하는 것이 결국 오늘날 민주개혁세력을 자칭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우리들 몸속에 흐르는 핏속에는 아직도 독재자의 피, 마키아벨리스트의 피가 섞여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또다시 자기부정의 함정으로 빠져든다. 대통령 노무현의 인기가 바닥을 향해 치닫자 100년 정당을 약속하던 처음의 호기는 어디다 내팽개치고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유령정당을 만들어 노무현을 부정하는 가롯유다의 길을 걷는다. 대통령 노무현은 여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응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실패도 다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레토릭으로 빠져들고 만다.

다시 구민주당과의 합당을 통한 통합민주신당을 꾸렸고 역시 이것도 대통령 노무현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대선에 실패하고나니 이것 역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로 귀결된다. 노무현이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후 치뤄진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 실패를 확인한 저들 가이사인들은  제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식이다. 차라리 노무현을 십자가에 못박아라.

그 어느 것 하나 노무현이 분열을 주도한 것은 없다. 대통령 노무현의 대중적 인기에 따라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손실을 영악하게 따지며 기회주의적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한 참담한 자칭 민주개혁세력의 정치놀음의 결과였을 뿐이다. 그들은 참 편해서 좋겠다. 자기들이 무슨 뻘짓을 하든 노무현 탓만 하면 되니까. 세상에나 그러면서 노무현이 민주세력 분열의 원흉이라고? 자신들만이 민주개혁세력의 적자라고? 미친 기회주의자들에게 그동안 던져준 표가 아깝다.

대통령 노무현의 인기가 높았다면 아마도 이런 일련의 코미디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게다. 그래 어쩌면 이 모든 원인은 대통령 노무현이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므로 결과적으로 노무현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열의 수괴들이 한입으로하는 소리가 바로 "어떠한 최선의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노무현에 대한 반감은 희석시킬 수 없었스므니다" 아니던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대통령 노무현이 설사 실정을 거듭하고 무능을 증명했다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너희들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냐? 구민주당 지지자들인 지역주의자들의 노무현 비판은 나름대로의 배신감으로 이해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나는 정동영을 비롯한 기회주의자들의 감탄고토식 노무현 비판에 대해서는 경멸과 환멸 밖에 보내드릴 게 없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과연 노무현은 실정한 대통령인가? 그는 무능했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대통령들도 집권시에 인기의 부침은 항상 있어 왔고 집권말기까지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대통령은 전혀 없었다라는 점을 비교감안한다면 노무현 집권 시기에 대한 실정이란 규정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그나마 민주개혁세력들에게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칭송받는 김대중대통령의 집권시기에도 실책한 부분들은 상당히 많다. 노무현의 대표적 실정으로 회자되는 부동산정책 실패나 양극화문제는 전임정권시절과도 연계되는 문제이다. 기타 이라크파병문제나 FTA는 민주개혁세력에게나 실정으로 거론되지 오히려 수구기득권세력들에게는 칭송받는 정책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노무현은 제왕적리더쉽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에 보호막이 전혀 없는 상태로 모든 비바람을 들판에 홀로서서 맞아야했다는 사실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기득권세력들의 비판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더해지는 지지층의 이반은 그의 모든 집권시기의 행보에 대한 비판을 과도하게 에스컬레이트 시킨 근본적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라. 노무현이 만약 차기 대권에 대한 단심을 비춰가며 아랫것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했더라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무현을 향한 비판의 칼날 앞에서 치열한 방패막이 노릇을 자청해가며 해줬겠는가? 하지만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아무도 그에게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안 이상 그를 위해 나선 이들은 없다. 순박한 유시민이나 이해찬 정도나 그저 미래에 대한 보장도 하나 없이 의리를 지켜가며 노무현과 생사를 함께 했을 뿐이다.
 

3. 노무현은 영남패권주의자?
 
어불성설이다. 그는 영남에도 아부하지 않았고 호남에도 아부하지 않았다. 영남은 그를 버렸지만 영남을 미워하지 않았고 호남은 그를 선택했지만 호남만을 편애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가 우직하게도 부산에서 계속 출마하면서 낙선했던 사례들은 익히 알 것이다. 그를 미련하다고 했다. 기회주의자 같았으면, 일신의 영달을 앞세운 이 같았으면 벌써 부산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로 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온몸으로 부산에서 지역주의에 맞서 싸웠다. 그랬던 그를 호남이 인정하고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 기회주의자 같았으면, 일신의 영달을 앞세운 이 같았으면 벌써 호남에 감사하고 호남을 위해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호남을 편들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을 지지해줬던 엄연한 기반인 호남의 지역주의 조차도 걷어차 버렸다. 정치인으로서는 참으로 미련한 행보의 연속이다. 자기 미워하는 놈을 같이 미워하고 자기 이뻐하는 사람을 같이 이뻐하는게 인지상정일진데 그는 자기 미워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고 자기 이뻐하는 사람만 이뻐하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호남쪽에는 밉보일 수도 있다.

그의 원칙은 하나다. 지역주의 철폐. 그는 민주당 후보로 선거유세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정치를 왜곡시켜온 분열의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제왕적 권위주의를 몰아내겠으며 부정부패없는 깨끗한 정치를 만들겠다. 국민이 주인되는 국민참여의 정치, 모든 지역과 계층이 화합하는 국민통합의 정치,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신뢰의 정치, 깨끗하고 돈안드는 투명한 정치를 실천하겠다." 또한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저를 지지한 분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저를 반대하신 분들까지 포함한 모든 분들의 대통령으로 심부름꾼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적어도 그는 그가 말한 것을 지켰다. 하지만 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영남의 지역주의를 비판하지 않으면서 무슨 지역주의 철폐냐?", "자기 당 하나 통솔하지 못하면서 무슨 제왕적 권위주의 철폐냐?", "지지층의 기대를 배반하면서 무슨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냐?"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비난이다.

그가 영남의 지역주의를 비호한 적은 없다. 그렇다고해서 유시민처럼 대통령이 되어서 "영남인들은 정신병자" 따위의 말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스스로가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 지역주의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호남의 지역주의자들에게는 배신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집권자가 지역주의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하지 않겠나? 기존의 민주개혁세력들이 한입으로 호남의 저항적지역주의를 옹호하고 아부한 것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당을 장악하고 당을 자기 입맛대로 움직이는게 바로 제왕적 권위주의이고 그것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안했다고 그를 비난하는건 제정신인가?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국민모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지지층의 기대를 배반하고 반대편을 위한 정치를 했다고 비난하는건 또 뭔가?

노무현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서 선거유세를 통해서든 후보수락연설을 통해서든 미리 다 약속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겼을 뿐인데 이제와서 배신자 배반자라고 다들 비난하기에 바쁘다. 지역주의 철폐는 가장 먼저 해야할 일들이 정치인이 지역주의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처럼 온몸으로 실천해낸 사람도 극히 예를 찾기 어렵다. 그런 그에게 영남패권주의자? 그가 호남의 지역주의를 발로 걷어차 버림으로서 호남의 보스가 되길 거부했고 그에 따라 호남의 지역주의가 구심점을 잃고 분열되고 약화된 것이 결국 영남패권주의다?

오해다. 이건 정말 오해다. 노무현 그가 호남의 지역적 지지기반을 그 스스로 발로 걷어차 버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정치인의 참된 모델아니었던가? 구민주당 분당사태에 대해서 노무현의 책임을 다시 거론해야할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노무현이 영남패권주의자로 단죄받아야하나?

노무현이 지역주의에 대해 온몸으로 항거한 것은 이것 하나다. 비록 호남이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줬지만 그는 그 스스로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될 수도 있었던 호남의 지역주의를 걷어차버렸다는 사실 뿐이며 그를 사지로 몰아넣은 영남의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것 뿐이다. 그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영호남의 지역주의에 대해서 가장 균형잡힌 자세를 취했던 모범적인 정치인 모델이었을 뿐이다. 상대의 지역주의는 욕하면서 나의 지역주의는 옹호하는 자세가 모범적인 정치인이라고 여기지 않는 한 말이다. 그를 영패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역주의는 정당하고 타인의 지역주의는 부당하다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것 또한 변함없는 사실이다. 호남의 저항적지역주의에 대한 연원 및 그 정당성과 한국민주화의 숨은 동력이었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말자. 이미 예전에 수도 없이 했던 얘기니 말이다.
 
 
p.s: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결국 시리즈로 써야겠다고 작정했다. 예전처럼 글쓸 시간이 남아도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노무현을 위한 변명 2를 포스팅할 수 있을지는 나로서도 기약이 없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의 10분지 1도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노까들의 입장에선 아무리 길게 얘길해도 "쉣" 한마디로 모든게 요약정리가 가능한 글이겠지만 말이다. 어쩔쏘냐..,나도 노통처럼 오기가 있다면 있는 놈이니 되는데까지 가볼란다.
 
출처 : //www.skepticalleft.com/bbs/tb.php/01_main_sq


2008-04-14 13: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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