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뿐만 아니다. 햄버거를 비롯한 모든 패스트푸드, 대기업에서 만드는 조미료,
간식으로 먹는 죽, 라면 스프에도 쇠고기가 들어간다.
쇠고기에서 추출한 젤라틴은 알약 캡슐에도 들어간다.
허름한 식당에서 먹는 소머리국밥에서, 또는 쇠고기를 잘게 썰어 만든 햄버거에서도 프리온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4월21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 대책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300㎡(약 90평) 이상 대형음식점 구이용 쇠고기에만 원산지 표시 의무를 적용했다.
6월22일부터는 100㎡(약 30평) 이상 일반음식점에서도
구이용 쇠고기뿐만 아니라 갈비탕·튀김·찜·육회용 쇠고기도 원산지를 밝히도록 했다.
또 원산지 표시 단속 권한도 농산물품질관리원이 갖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다 적발된 유통업체는 390여 곳이었다.
해마다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또 여전히 단속 대상에서 빠지는 규모 100㎡ 미만 음식점은 전체 음식점의 절반이 넘는 55%에 이른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익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민건강은 개인사업주나 가공업체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질 문제다”
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쇠고기 협상은 너무나 무책임하게 결론 났다.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대통령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벌여야 할 판”
이라고 말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정책국장도
“닭이나 오리를 충분히 끓여 먹는다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릴 위험은 없다. 그런데 왜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 닭고기를 수입하지 않을까.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국민건강은 국가가 지켜야 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들은 ‘미국 사람도 먹고, 재미동포도 먹는데 우리는 왜 못 먹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김성훈 총장은
“미국 사람들이 먹는 쇠고기의 97%는 20개월 미만 소의 고기다.
또 뼈까지 고아 국물을 먹는 음식문화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닭·돼지고기 값도 떨어뜨릴 것
세계적으로 광우병은 대부분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발견됐다.
그래서 그동안 30개월 미만 소의 고기만 수입했으나 이번에 나이 제한이 철폐되면서
앞으로는 30개월 이상 자란 소의 고기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우리에게 제출하게 돼 있는 수출검역증명서에 소의 나이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점 역시 문제다.
OIE는 30개월 이상의 소에선 뇌·두개골·척수·눈·등뼈 등 7가지를 빼고 수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30개월 이하면 편도와 소장 끝만 빼면 된다.
우리 쪽은 협상 기간에 계속 나이 표시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
단, SRM의 하나인 등뼈가 들어가는 ‘T-본’ 스테이크만,
그것도 180일 동안만 ‘30개월 미만’이라는 나이를 표시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쳤다.
나머지 SRM의 경우 미국이 나이에 맞춰 제대로 제거해주기를 믿는 수 밖에 없게 됐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변경 내용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 정부가 즉각 수입이나 검역을 중단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미국 검역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정부가 자체 판단에 따라 수입을 전면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타결된 위생 조건에선 미국이 자체 역학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우리 정부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쇠고기 협상은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동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활동가는
“애초 정부는 마지노선으로 나이 표시만은 지키려 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굴욕적인 협상이었다.
정부가 한-미 FTA 타결과 국민건강권을 맞바꾼 것”
이라고 비판했다.
수입 쇠고기는 대체재인 돼지고기와 닭고기 값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가 들어오면 돼지고기 값은 13~20%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지 소값도 폭락하고 있다. 농민들이 소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를 팔려고만 하지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 3당은 4월23일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야 3당의 청문회 추진은 “정치 공세”라며 TV 공개토론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이미 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쪽과 합의해 개방을 약속한 사안”이라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은 ‘러시안 룰렛’처럼 언제 어디에서 ‘프리온’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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