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은 칼 세이건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The Demon hsunted World >을 인상 깊게 읽은 것 같다.
그러니까 자기 홈페이지에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인용했을 터이다.
그런데 좀 유치한 가정이지만 혹시 전여옥이 그 책을 제대로 다 읽은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읽었더라도 건성으로 봤거나 일부분만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전여옥 같이 영리한 여성이 그 책을 제대로 다 읽었더라면 그렇게 엉뚱하고 썰렁한 인용을 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칼 세이건은 점성술이나 심령과학 등의 사이비 과학이 난무하는 세상을 가리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라고 했는데,
전여옥은 이것을 난데없이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에게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칼 세이건은 악령 따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현대 과학자이다.
그가 악령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완전히 비유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여옥은 진짜 악령의 존재에 대하여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악령이라는 것이 하필이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고 한다.
우익 철새 전여옥의 입은 왜 줄창 열려 있나?
차분하고 냉정하게 전문가의 분석을 들어가며 해결되고 접점을 찾아야 할 문제가 ‘촛불집회의 이글거림’ 속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전여옥)
이쯤 되면 그가 지목한 악령이란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중들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전여옥이 극우 인사라고 해도 청계광장에 모인 멀쩡한 시민과 학생들에게 ‘악령’이라는 저주를 퍼 붓는 것을 보면 그가 남다른 독설가라고 하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그는 왜 독설가가 된 것일까?
그가 썼다는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를 읽어 보면 자신이 여성으로 태어난 것,
그리고 여자대학(이화대학)을 나왔다는 것 때문에 별의별 박해를 다 받았노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는 남다른 강단과 노력으로 방송사의 특파원을 하는 등 자기성취를 이루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사실 그녀가 유명해진 것은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 덕분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의 것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아마 여기에서부터 그의 독설 행각이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표절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다 보니 험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그는 상대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표절이 아니라고 펄쩍 뛰다시피 말했다.
그리고 이 독설들은 일정한 효과를 낸 게 사실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명망을 이용하여 정치 입신을 꿈꾸던 그는 2002년 정몽준 후보에게서 그 희망을 보았다.
그는 정몽준 의원이 만든 ‘국민통합 21’에 가담한다.
그는 정몽준 의원이 아니면 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말하고는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경쟁 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박근혜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그는 한나라당은 ‘유신독재의 잔당’이며 박근혜는 ‘유신공주’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그의 꿈과는 달리 정몽준은 노무현에게 져서 후보를 사퇴한다.
설상가상으로 정몽준의 돌출 행동으로 후보 단일화마저 깨지게 된다.
그러자 그는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다.
이것은 정치인 전여옥의 첫 번째 위기였다.
그를 구제한 것은 한나라당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그가 한나라당에 퍼부었던 독설에 힘입은 바가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나라당이 아닌 노무현의 참여정부에서 자기를 불러주기를 고대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인지 그는 노무현을 비판하지는 않고 주로 한나라당만을 표적으로 삼아 독설을 퍼붓는다.
한나라당이 구제불능이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나?
박근혜는 여전히 영남권 공주로서 특정 지역의 편애 속에서 안주한다. (2004년 2월 <미디어 다음> 인터뷰)
한나라당은 더할 나위 없이 부패한 당이다. 차떼기 정당이며 매수정당이다.(2004년 2월 <조선일보> 칼럼)
그런데 뜻밖에도 그를 부른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박근혜에게 밀리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박근혜를 저주하는 전여옥을 부른 것이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전여옥은 한나라당의 대변인 직을 수락하면서 말한다.
“그때는 정치를 몰랐다. 그런데 최병렬 대표가 대변인 제의를 해오셨을 대 나는 희망을 읽었다.”
한나라당 대변인이 된 이후 그의 3차 독설이 시작되는데
그것은 주로 한나라당의 경쟁 상대였던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다.
그는 노무현에게 “고졸 대통령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일 때에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해서 아예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런 독설에 힘입어 그의 성가가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때 그는 독설이 자기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지를 실감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독설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감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당의 실권을 잡게 된 박근혜에게 감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박근혜 대표”라고 선언한다.
이후 그는 한나라당 최고위원 직을 차지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이명박 후보가 더 유리하게 부각된다.
그는 끝까지 판세를 관망하다가 경선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이명박 캠프에 가담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이명박에 대한 감언과 박근혜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시작했다.
전여옥,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살았나
전여옥은 우리 정치사에서 남다른 감투정신을 갖춘 정치인이다.
그는 영등포 갑에서 김영주 통합민주당 현역의원을 제치고 당선했다.
그 자신이 “뜨거운 햇볕 아래 아스팔트 위에서 수도 없이 싸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우파 단체의 옥외 집회에 예외 없이 등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퇴진이나 전작권 환수 반대 집회의 주요 연설자였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정권 교체의 감격적인 기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번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책 표절 전력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고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박사모>가 벌인 낙선 운동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불굴의 우익 전사답게 이 모두를 헤치고 국회의사당이 가장 가까운 지역구 의원으로 재탄생했다.
그는 “수구골통으로 낙인찍히면서 그리고 반 평화주의자로 몰리면서도 10년 동안 정권 교체를 고대하면서 살았다”고
실토한다.
그는 “온갖 음모 속에서도 이를 악물며” 정권을 되찾기 위해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웬 일인지 그는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권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점에서 전여옥의 유다른 능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온몸을 바쳐 힘든 사움을 하면서도 지난 해 재산을 13억이나 불리는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전 재산은 60억을 넘었다고 한다. 묘하게도
그는 미국 쇠고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심재철, 이계진 의원과 함께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재산을 불린 정치인 1,2,3위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 한나당에서는 여성 최고위원으로 나경원이나 박순자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쉽게도 그토록 장렬하게 싸운 전여옥 당선자의 이름은 거명되지 않는다.
혹시 이번 ‘악령’ 독설은 이런 저간의 사정과 관련되는 것은 아닌지?
그는 위기 때마다 독설이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상기했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지금 전여옥은 위기에 봉착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충성을 예의 그의 장기인 ‘독설’로 과시하면서
동시에 자기를 우대하지 않는 정권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전여옥이 인용한 칼 세이건의 책 제목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부제는 ‘암흑을 밝히는 촛불’이다.
전여옥은 청계광장의 촛불을 ‘악령’이라고 지목했는데,
정작 칼 세이건은 악령을 물리치는 진정한 과학정신을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악령은 누구란 말인가?
촛불은 밝은 아침이 되면 빛을 잃지만 악령은 변하지 않는다.
전여옥에게 책을 표절 당했다고 주장하는 르포작가 유재순은
전여옥의 표절을 인정하는 재판이 끝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여옥은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김갑수 (kimlector)
출처) //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politics:001001&uid=240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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