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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는 부형의 의무.] '달봉투'를 아십니까?

 
얼마전에 친구로 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친구의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키도 작은데다가 눈이 너무 나빠서 특별히 담임선생님한테 앞자리를 부탁해 놓았는데,
어느날 학교에 찾아가보니 교실 맨 뒷자리 제일 구석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한테 딸이 눈이 너무 나빠서 칠판에 글씨가 잘 안보이고 그리고 반에서 키도 제일 작은 편에 속하니
조금 앞자리를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답변은 '다른 애들도 요즘 다 눈이 나빠요' 이 한마디였다고 했다.

물론 자신의 딸을 특별대우해 달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이 나쁜 정도와 가장 작은 키를 생각해 볼때
맨 뒷자리 제일 구석자리에 앉게 된 것, 또 너무도 성의없고 간단한 담임선생님의 대답은 
뭔가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닳게 했다.

여러곳에 수소문해 본 결과, 그 선생님은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초등학교 전체가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었던 것이었다.

일찌기 이혼한 몸이라 엄마가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항상 할머니가 일이 있을 때마다 올라가곤 했지만,
인사(?)를 미쳐 드리지 못한 결과가 딸에게 부당대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달봉투'를 줘라는 권유를 했다.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친구도 그때까지 '달봉투'가 뭔지 몰랐었다.
달봉투는 매달 얼마씩 돈을 봉투에 넣어서 돈을 주는 것이다.

경제적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지만, 친구는 고심끝에 달봉투를 하기로 했다.
매달 20만원씩...에게게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친구 입장에서
매달 일년 12번 20만원씩 담임선생님한테 주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달로 부터 할머니가 20만원씩 봉투에 넣어서 매달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런데 어느날 담임선생님이 불렀다.
할머니께서 학교에 일이 있을 때마다 10일에도 올라가고 15일에도 올라가서 달봉투를 줬었는데...
그게 문제가 되었다.

그 담임선생님 왈
"이렇게 매달 틀린날에 오시면 내가 예산을 못잡잖아요...다음달부터는 날을 정확히 정해서 오세요"
다시 말하면 돈을 쓰는 것을 정해놔야 되는데 언제 올지 모르니까 불편하다는 이야기였다.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내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 다음달 부터는 10일에 틀림없이 가져다 줬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달봉투가 학년을 졸업하면 다음 담임선생님한테 '리스트'가 넘겨진다는 것이다.
다음해 담임은 얘는 얼마짜리...쟤는 얼마짜리...증여받듯이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한번 달봉투를 시작하면 6학년 졸업할때까지 그만둘수가 없는 것이다.

이야기가 끝날쯤에 둘이서 담배를 거의 한갑을 다 피웠던 것 같다.
며칠뒤에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던 처남한테 달봉투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도 잘 알고 있었고 많은 학교에 만연되어 있다고 했다.
처남은 그래도 그런부분에서 정의감이 있었던 녀석인데...
자기도 요즘은 뭔가 선물을 받으면 무감각하게 받게 된다고 했다...

또한, 학교 학부모중에 간혹 담임선생님을 데리고 백화점을 한바퀴 올 쇼핑을 해주는데,
다른 담임선생님들 중 그것을 부러워 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는 이야기도 했다.

학교교육이 무너져도 이렇게 무너지다니...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딸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머리를 짓눌렀다.

우리딸이 다니는 유치원은 이런면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유치원이다.
처음 입학했을 때 내 와이프가 유치원에 방문하면서 맨손으로 갈수 없어서 음료수라도 한박스 사들고 갔었는데...
원장 선생님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고..' 하면서
이런 것들은 일체 안 받고 있으니 다음에도 오실때는 그냥 오시라고...

스승의 날에도 일체의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항상 미리 알려줬었다.
기념일에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오히려 좀 미안할 정도로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철저함이 있었다.

원장선생님이 이렇게 솔선수범하니 그 밑에 선생님들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원비는 그렇게 싸지는 않았지만 추가비용도 전혀 없었고 커리큘럼도 매우 좋았기 때문에
매년 원아모집 광고가 없었다.

항상 어머니들의 입으로 소문이 퍼져 자리만 나기를 기다리는 원아가 많았기 때문에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원아 어머니들이 저 원장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해도 잘 할꺼야 하는 말을 종종했었다.
부산 학장동에 있는 유치원이다.

이런 분위기의 유치원에 다니다가 초등학교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고민도 생겼다.
물론 아닌 선생님이 더 많다고 믿고 싶지만 양심에만 맡길 수 없는 상황까지 왔고,
뭔가 제도적으로 정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대한민국 교육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옛날부터 있었던 문제를 이제 자기 딸이 학교갈 나이가 되니까 걱정하냐는 비난을 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 일선에서 정말 아이들을 위해 땀 흘리시는 대다수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교육에 대한 걱정의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출처) //hantoma.hani.co.kr/board/view.html?uid=61995
한토마

치세
2008-05-21 13:23:48
536 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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