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밥 할머니’라도 얼굴 안 내밀지. 당연해요. 보복이 무서우니까.”
서울 관악구에서 리어카로 호떡과 옥수수 등을 팔고 있는 이영화 할머니(75)는
‘김밥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시와 용역직원이 용서를 구하고 나섰지만 못미덥다.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려는 ‘쇼’로밖에 보이지 않는단다.
이 할머니가 ‘김밥 할머니’ 사건에 분통을 터뜨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할머니 역시 지난 3월2일 노점을 하다 단속 나온 구청직원에게 떠밀려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현재 척추 뼈가 내려앉은 12흉추 방출성 골절로 가슴에 깁스를 하고 손목에도 금이 간 상태다.
“작년 10월에 다리를 다쳐서 장사를 못했어요. 올해 2월부터는 단속이 심해져서 또 장사할 생각을 못 했고.
그런데 3월1일은 공휴일이고 2일은 일요일이니까 단속이 없을 것 같아서 나갔는데 단속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좀 봐달라’고 사정했는데 한 만원어치 구워놓은 호떡을 땅에 엎는 걸 보고 눈에 불이 났어요.
화가 나서 그 직원한테 다가가니까 확 밀치더라고요.”
떠밀려 주저앉은 상태에서 ‘119를 불러달라’는 말에도 구청직원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만난 구청 직원은 안부를 묻기는 커녕
“
당시 상황을 본 사람이 있냐. 당신 말을 못 믿겠다”며
“
억울하면 개인을 상대로 고소하라. 우리는 공무집행방해로 3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직원은 사과 한마디 없이 계속 노점상 단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노점을 하는 장면을 찍힌 증거사진과 함께 벌금 20만원의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이 땅의 국민을 보호해야 할 공무원이 노인을 밀어서 상처를 주고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건 믿을 수 없어요.
나이 80 다 된 노인이 길에 나가 앉아있는 건 어지간히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거예요.
그런 걸 단속한다고 하면 이 나라에 살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단속을 하더라도 사람들한테 상처는 입히지 말아야죠.”
한편 전국빈민연합은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밥 할머니’ 사건이 시민들에게는 충격적이었겠지만 노점 단속과정에서 행해지는 용역의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 비판했다.
이들은 “짓밟히고 뼈가 부러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감독과 처벌이 행해지지 않아
이들의 불법 행위는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지나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사과문처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근본적으로 모든 용역들의 폭력행사를 막아야하는데
용역을 고용하는 것은 단속대상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며
“용역들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용역업체와의 계약 체결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경향닷컴 기자
mong2@khan.co.kr>
출처)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5201411122경향신문 입력: 2008년 05월 20일 1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