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보니까 글이 꽤 기네요. 양해해 주시고 오늘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용산에 살고 있는 박수창이라고 합니다.
퇴근 후에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9시 이후의 도심 행진부터 2시 30분 사이의 대치 상황까지 다 겪었네요.
맨 앞줄에 있었기 때문에 꽤 많은 일들을 보고 들었습니다.
워낙 정신 없었던 상황이라서 정확한 시간이나 위치는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양해 바랍니다.


처음에는 광화문쪽 시위에 참가 하려고 했습니다만, 위치를 잘못 알았는지 청계천 소라 광장을 거쳐 걸어 들어가 봤습니다.
이상하게도 세종문화 회관쪽에만 사람이 있었고 그나마 재즈 콤보 공연이었어요. 할수 없이 소라 광장의 집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뭐 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별반 다를게 없는 시위었습니다. 자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하고 싶은 말은 속시원히 하는 그런 집회였습니다.
시민 발언 맨 마지막에는 신촌 시위에서 머리채를 잡히신 한 아주머니의 한 맺힌 말씀이 있었습니다. 말씀이 있던 당시에는 설마 이분이 제 바로 옆에서 오늘 시위를 함께 하실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9시 이후였나...? 소라 광장 시위를 마친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일어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팔자걸음 치고는 꽤 빨리 걷는 편입니다. -_-a
정신차려 보니까 시위 유도 차량 바로 뒷쪽에 있더군요. 유도에 맞춰서 구호를 외치다 보니니까 명동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호응하시면서 동참하셨어요. 정말로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 오늘 밤은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라는 다짐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플랭 카드 맨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있던 꼬마 친구는 무사히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명동을 거쳐서 남산 1호 터널쪽으로 이동했는데 여기서 한가지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유도차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 버린겁니다. -_-;
시민들은 우왕좌왕하고 그대로 직진해버리는 분들, 유도차를 따라서 터널 안쪽으로 가버리는 분들... 이렇게 둘로 갈라져 버려 좋았던 시위 분위기 망쳐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되더라고요.
다행히 안국역 방향으로 좌회전 하면서 터널 안으로 들어갔던 유도차와 일행분이 직진했던 시민 시위대와 만나 합류해 별다른 문제 없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안국을 지나서 종로쪽으로 향했습니다. 예전 세무서가 있던 (좀 멋있게 생긴 건물) 앞으로 다다렀는데... 여기서 전경들이 길을 막고 있었어요. 그때가 11시쯤인가로 기억됩니다.


시위 행진을 유도 하시는 분의 일부가 "연좌 시위"를 제안했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앉았는데, 시위대 분위기가 어제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분위기었어요.
일리있다고 생각해 다시 일어서 전경과 대치했습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맨 앞줄에 있다보니 전경들 얼굴을 맞대고 있게되더군요. 이친구들이 작전 개시하면 나를 때릴까...? 나는 그냥 맞아야 하는지... 옆 사람들이나 여자 분들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시위 방향은 어떻게 흘러갈런지... 시위 유도자들은 지금 어쩐 생각을 하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냥 맨 앞줄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대치 초반에는 뚫고 지나가자는 의견, 폭력은 안된다는 의견, 우회해야 한다는 의견등이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전경들은 지시에 따라서 시간 별로 차츰 차츰 5보씩 물러났고 시위대는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닭장차가 앞에 서 있으니까 조금씩 끌어 들였다는것이 맞는 말일겁니다.
아래 다른 분이 말씀하신것처럼, 전경들과 물도 나눠먹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한 중년 분들과 앞쪽의 청년 두 명이 제안해 인도쪽에 계신 시민분계써 나눠주신 물을 전경에게 다시 나눠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 나갔지요.
한 가지 자신있게 말씀 드리는 것은 오늘 있었던 시위는 시민들의 자율로 통제되는 평화적인 시위였습니다.
물론 흥분하시거나 좀 격한 의견, 그리고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게셨지만 시민들 스스로가 잘 통제해 나갔습니다. 차츰 차츰 앞으로 나가기를 반복하면서 제 옆에 어제의 아주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2시경, 시위를 유도하는 확성기 소리나 깃발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시민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뒤쪽의 분들은 돌파를 해야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맨 앞쪽에는 다시 연좌 시위를 하거나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분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의견 충돌의 반복이랄까요...?
이러다가 제압 당하는건 시간 문제일텐데... 차라리 골목으로 각개이동해 광화문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세종 문화회관쪽으로 모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12시 30분 드디어 옛 서무서 건물 50m 지점까지 진출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여경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시위대는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위를 유도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참 궁금하더군요. 시위대 앞에서 의견을 내시던 분은 시위대 자체의 소리에 묻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순식간에 제압당하는구나... 제 뒷쪽인가에 있으시면서 계속 둟고 나가야 한다고 하시던 분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하는 좀 서글픈 생각이 들더군요.
점프를 하면서 보니까 그만큼 시간을 끈 이유가 있었습니다. 닭장차 5댄가로 길을 막아 버리고 전경 애들을 쫙 깔아버렸습니다.
이젠 정말로 제압당하는구나...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는 있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제 오른쪽에 계시던 분이 차분히 분위기를 정리해 주셔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돌출 의견이나 시위대의 행동을 바꿀만한 그런 의견을 묻어주셨어요. 전경과 대치 상황중에는 그냥 그 자리에서 차분하게 있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앞에 있는 전경에게 말했습니다.
"야.. 니들 다치면 안될텐데.." 그라자 그 친구는 그냥 고개를 떨구더군요.
"우리 서로 다치지 말자."
그 휠체어 아주머니는 저의 왼쪽에 계셨어요. 전 그냥 살짝 비껴서서 다른 분들과 팔짱을 끼고 손은 깍지를 꼈습니다. 누군가가 좋은 정보를 주시더군요. 맨 앞줄 사람은 뒷분들이 등을 잡아주시라고.덕분에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몇 번 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경의 안내 방송이 반복되다가 드디어 제압이 시작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엎치락 뒤치락 하는 그 상황은 정말로 제 몸하나 가누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전경이 제 목을 프로레슬링 "락"걸듯이 감싸 안으면서 잡아 당기고 저는 저대로 안 잡혀 들어 가려고 버티고, 뒷 분은 뒷 분대로 저를 꼭 잡아주시며 버티시고... 옆 사람이 어떻게 되던 다른 분의 안위는 눈꼽만치도 생각을 못하게 되더군요.
전경이 목을 딱 잡으면서 외쳤습니다. "잡았습니다!"
이런... 젠장 잡혀들어가는구나.
저는 목을 잡은 팔에 "탭"하면서 "야! 목!목!목!"을 외쳤고 그 전경 친구는 "그냥 따라 오세요"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그냥 놔 임마, 놔!"
전경이 절 걱정해서인지 아닌지 어찌어찌해서 풀려났고 두 번째로 연행 시도를 하는거 그냥 피해버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맨 오른쪽이 뚤리면서 전경이 진입해 왔습니다.
비명소리, 발자국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 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렸습니다.
저는 뒷쪽으로 냅다 뛰다가 왼쪽 롯데리아 쪽 인도로 도망쳤습니다.
시위대분들 어찌나 다급했는지 인도쪽 사거리 통로 쓰래기 봉투 위를 그냥 밟고 뛰시더군요.
그렇게 닭 몰리듯이 몰리니까 좀 허망하더만요.
잠깐 숨 돌리면서 담배 하나 물고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싶다가 다시 차도로 들어갔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시위로 들어갔네요.
닭장차는 차도로 진입해 오면서 사람들을 연행하고 제 눈앞에서 중년 한분이 연행 되는데 참 나 이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생각에 닭장차 주변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카메라 기자들은 우~ 몰려들고 시위대 분들은 구호를 외치고 이러고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닭장차는 후진으로 그냥 빠져 버렸습니다.
진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멍하게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 현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마침 진중권씨도 스쳐 지나가고.. 예비군 군복 입으신 분들도 한 몫 단단히 하시고...
약 20분 후, 아까 말씀 드렸던 휠체어 아주머니가 눈에 띄었습니다.
뭔가 번쩍했는데..
글쎄 그 아주머니께서 당신의 왼쪽 팔을 과도로 그냥 그어 버리신겁니다. 주변 여자분들은 비명을 지르고 다시 그 아주머니는 목에 과도를 겨누시면서 차도에 배치된 전경과 대치를 하시는 겁니다.
기자들은 다시 몰려들고...
정말 화나는 것은 이런 기자라는 것들은 당장 그 과도를 어떻게든 뺐을 생각은 안하고 카메라만 들이대는 겁니다.
"야 기자 이 XXX들아! 말리지는 않고 카메라만 들이대?"
너무 속상해서 애꿎은 여기자한테 상욕을 해버렸네요... 저도 인간이 덜 된 듯 싶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가 있는지...? 정말 어이가 없어서 계속 그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의료봉사진들이 투입되고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응급 조치를 받게 해드렸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 아주머니 주변에서 스크럼 짜면서 사람들 밀어내는 분들이 뒤엉켜 있었고 주변은 또 주변대로 계속 전경들과 대치하고 계셨고요.
그러던 중 BBC 콜이 들려서 저건 뭐지 하고 돌아 보니까 인도쪽에 외신 기자들이 나와 있어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영어 할 줄 아는 분 찾길래 냅다 소리 쳤더니 재미 동포 한분이 나서셔서 그 분 모시고 인터뷰 하게 해드렸습니다.
마침 아주머니 주변의 중년분께서 (이분도 맨 앞줄에 저와 계셨지요)
그러지 말고 이 아주머니를 취재하는게 어떠냐 하고 의견을 지더군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라, 다시 BBC 팀에게 사정말하고 데리고 갔더니 그냥 미적미적 하더만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썅....
다시 저는 아주머니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 오른쪽에 계시면서 분위기 정리해주시던 분을 무사히 만나게 됐습니다.
"무사하셨네요"
"거의 잡힐뻔 했어요"
"안보이시길래 잡혀가신줄 알았어요. 아까 의견 내던 분은 바로 잡혀가셨어요."
또 제 뒤쪽을 잡아 주시던 분도 만나게 되서 서로 인사하면서 아주머니 주변에 스크럼을 짜고 구경꾼을 막았습니다.
이 분들이 계셨기에 제가 무사히 돌아와 이 글을 쓰게 되네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주머니건은 그렇게 정리가 되고 앞줄 멤버와는 헤어졌습니다.
그 시간 차도 상황은 전경들이 거의 제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더군요...


시위대 사람들은 인도로 밀리고 전경들은 다시 스크럼을 차도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습니다.재진입 하려는 시위대와 그걸 막는 전경들... 밀고 밀리고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시위대 폭행이 있었는지 그걸 항의하는 분들도 계셨구요, 지금 이글 쓰는 순간에도 시간이나 상황 정리가 안 되어 정말 답답합니다.


차도 안의 몇 명의 환자도 계셨는데, 이때도 의료 봉사분들이 나서셔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의료 봉사진의 차도 진입을 막아서 시위대가 많은 항의를 했네요.


어느새 2시 반...
인도에서는 구호를 외치는 분들이 계시고 교통 경찰은 차도에 차를 진입하게 했습니다.
이젠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 그냥 주저 앉아서 담배 하나 물었습니다. 마침 거기 전경 소대 지휘자 분이 계시더군요.
"오늘 몇 명 잡았어요?"
"몰라요"
"내일 신문 나와 봐야 아나요?"
"그렇죠 뭐..."
"못 할 짓이예요"
"네?"
"못 할 짓이라고요!"
그 분 그냥 웃고 마시더군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요...?
이상입니다. 급하게 찍은 폰카 사진도 몇 장 올려봅니다.

오늘 함께 해주셨던 동지 여러분, 오늘 아침은 비록 피곤하겠지만 절대로 손해 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와 같은 자리에 있던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링크)
//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681270사진도 있으니까 많이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