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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도축’→구멍뚫린 ‘검역’→못믿을 ‘원산지’

 
도망갈 길은 없습니다.
싸워서 때려 엎는 수 밖에 없대요.

불안한 ‘도축’→구멍뚫린 ‘검역’→못믿을 ‘원산지’

현지 인부들 숙련도 낮아 SRM 제대로 걷어낼지 의문
수입금지 부위 나와도 두차례 위반 안하며 중단 못해
원산지 표시제 허점투성이 소비자들 속으면서 먹을판

미국 ‘농장’에서 한국 ‘식탁’까지 미 쇠고기 유통 경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새 수입 위생조건의 고시를 확정함에 따라, 뼈와 각종 부산물까지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4년반 만에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 우선 지난해 10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등골뼈의 발견으로 검역이 중단되면서 국내외 창고에 발이 묶인 1만2천여t이 새 수입 위생조건에 따른 검역을 거쳐 국내에 유통된다. 수입조건이 기존보다 더욱 헐거워졌는데, 미국 농장에서 한국 식탁까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유통되는 과정 곳곳에 도사린‘구멍’은 여전한 터라 국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한국 정부 승인 없는 도축장, 안전할까?
미국 소가 도축돼 국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30~40일이 걸린다. 미국 곳곳의 농장에서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도축장으로 소를 실어 나르는 게 긴 여정의 시작이다.

기존 수입 위생조건에서는 우리 정부가 승인을 한 미국 내 31곳 수출 작업장에서 도축된 쇠고기만 수입될 수 있었다. 새 수입 위생조건에서는 고시 발효 뒤 90일 이후부터는 미국 정부의 검사하에 운영되는 모든 육류작업장에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다. 이런 작업장은 미국에서 800여곳에 이른다. 기존 수입 위생조건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 내 작업장을 전수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땐 수출 중단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수입 위생조건에서는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해서만 현지 점검을 할 수 있고, 중대한 위반을 발견하더라도 미국 정부에게만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미국 내 작업장에서는 숨통이 끊긴 소의 몸체에서 방혈(피 빼기), 박피(껍질 벗기기), 머리 부위 제거, 내장 적출, 식별 번호표 부착, 세정 과정을 거친다. 새 수입조건에서는 미국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는 곱창, 혀 등 부산물까지 모두 수입을 허용했다. 더구나 현지 작업장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인부들의 낮은 숙련도 등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여러 차례 수입이 금지된 뼛조각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등골뼈가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된 것도 그래서다. 뼈도 구분해내지 못하는 작업장에서, 월령에 따라 다르게 규정돼 있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제대로 제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나와도 해당 작업장 수입중단 안돼
작업장을 거친 쇠고기는 주로 냉동 상태로 선박에 실려 들어온다. 주로 부산항과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는 다시 보세창고로 옮겨져 검역을 거치게 된다. 수도권 보세창고는 경기 용인의 기흥·수지 등에 모여 있다.

광우병 논란을 의식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업체들이 검역을 신청하면 검역관은 냉동창고에 보관된 상자 중 3% 비율로 샘플을 골라 수출 검역증 등 서류상 표시와 실제 내용물이 일치하는지, 적정 온도(영하 18℃)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살핀다.

정부는 특히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부위와 관련된 혀와 내장 등은 해동을 시켜 조직검사를 하고, 검역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쇠고기는 반송되거나 폐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등이 발견된 쇠고기는 반송·폐기됐지만, 새 수입 위생조건에서는 연령과 부위 제한을 없애 그물망 자체가 헐거워진 터에 문제 있는 쇠고기가 얼마나 걸러질지 미지수다.

검역 과정에서 30개월 이상 소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같은 수입 금지 부위가 나와도 해당 육류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여전히 검역을 받을 수 있다. 새 수입 위생조건에서는 같은 작업장에서 생산된 별개의 물량에서 최소 두 차례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에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 미국산 쇠고기인지 모르고 먹을 수도
검역을 무사 통과한 쇠고기는 유통업체를 거쳐 식탁에 오른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제에 허점이 많아, 미국산인지도 모르고 먹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원산지 표시제를 전국의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하는 등 급하게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행정력이 뒷받침될지도 의문이다.

현재 면적 300㎡ 이상 일반음식점 4300여곳의 구이용 쇠고기에 한해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전국 58만여 일반음식점 전체와 2만8천여 휴게음식점, 3천여 집단급식소 등 61만곳의 음식점으로 표시 의무화 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속 권한을 가진 농산물품질관리원 특별사법경찰관리를 1천명으로 늘리고, 명예감시원 2만5천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60만곳이 넘는 업소의 원산지 표시 의무를 감시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원산지 표시 대상도 구이·탕·찜·육회 등에 한정돼 쇠고기가 부재료로 들어가는 여러 음식과 가공식품을 통제하기 어렵다. 서민 음식인 라면에는 쇠고기 양념분말, 쇠고기 맛분 등 소뼈 등을 이용한 원재료가 수두룩하지만, 주재료가 아니어서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다.

김진철 김수헌 기자 nowhere@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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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0590.html
한겨레

치세
2008-05-30 18: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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