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신뢰 담보 안된 인터넷은 독 될수도”
청와대에 ‘인터넷비서관’…방통위, 실명제 확대 추진

정부와 한나라당이 자신들에 불리한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개회식 환영사를 통해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인터넷은 신뢰의 공간이어야 한다.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은 인터넷 선도국가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인터넷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이러한 인터넷의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 인류에게 얼마나 유익하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인터넷에서 유통된 ‘잘못된 정보’가 광우병 우려를 확산시키고, 이것이 촛불집회로 연결되면서 정국을 흔드는 요인이 됐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정부와 한나라당은 인터넷 여론을 규제 또는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곧 인터넷 실명제 확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지난 5월부터 외부인사 16명으로 인터넷 실명제 확대 연구반을 꾸려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하루평균 이용자 수 30만명 이상인 포털 16개, 동영상 사이트(UCC) 5개, 하루 이용자 수 20만명 이상인 미디어 15개 등 모두 36개 사이트에만 적용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확대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은 “방통위는 그동안에도 시행령을 고쳐 인터넷 실명제를 강화할 틈을 봐 왔다”며 “인터넷 실명제 기준을 10만명 이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에 따라 인터넷 게시물 가운데 명예훼손이나 유언비어 유포, 청소년 유해 정보에 해당하는 것들을 골라, 삭제 등 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미디어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한겨레>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인터넷 책임성은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 논란거리”라며 “18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포털의 책임성 강화 문제가 논의되고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신설되는 홍보특보 산하의 인터넷담당 비서관도 앞으로 인터넷 여론에 적극 대응하고, 부정적 여론 확산을 차단하는 일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터넷 정책 수립·추진 과정에도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져 있는 마당에, 정부가 인터넷 신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통령이 먼저 인터넷과 시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대통령의 발언은 “인터넷에서 나타난 여론을 신뢰할 만한 여론이라고 생각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말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권태호 김동훈 김재섭 기자 ho@hani.co.kr　

▶ ‘화난 아줌마’에 화 돋운 조중동
▶ 이문열 “네티즌에 대한 의병운동 일어나야”
▶ ‘촛불집회 생중계’ 괘씸죄 논란
▶ 인터넷업계 “잘못된 규제는 반발 살 뿐”
▶ [아침햇발] 골목대장에 맞선 시민들
▶ 인터넷업계 “잘못된 규제는 반발 살 뿐”

출처) //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93902.html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