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있는 시민 때리고 망설임없이 소화기·물대포
해산 아닌 ‘본때 보여주기’…‘카메라’도 의식안해

» 촛불문화제가 열린 이후 경찰의 최대 ‘강경진압’이 펼쳐진 29일 새벽, 서울시의회 앞에서 전경들이 시민들에게 방패와 곤봉를 휘두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찰 ‘80년대식’ 강경진압 어청수 경찰청장이 ‘예고’했던 ‘80년대식 진압’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단순한 엄포가 아닌 노골적인 강경진압이 실제로 진행됐다. 경찰은 “시위대의 과격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현장의 시민들은 “
80년대 마구잡이 ‘토끼몰이식’ 진압과 다를 바 없다”고 몸서리를 쳤다.
[‘6·29 진압’] 경찰 ‘무차별 폭력’ <한겨레> 생방송 요약 //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210864
[시민제보] ‘눕자 행동단’ 짓밟고 곤봉 내리치는 생생 영상 //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21096628일 서울시청 앞 집회에 나온 회사원 최종현(35)씨는 “정부와 경찰이 일부 과격한 시위대를 근거로 집회에 나온 모든 이들을 폭력집단으로 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위대가 흥분하고, 그 결과로 비폭력 주장이 위축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의도가 먹혀 들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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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강경진압 28일 밤 11시50분, 서울 종로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 사이로 전경 600~700명이 소화기를 뿌리며 방패와 곤봉을 들고 시민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뿌연 분말 사이로 시민들이 후퇴하면서 몇몇은 넘어졌고, 수십명은 방패와 소화기·쇠뭉치에 찍혀 피를 흘렸다. 물병 등을 던지며 저항해 봤지만 역부족이었고, 비명과 욕설로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25일부터 노골적이 된 경찰의 과잉진압은 시위대가 많이 모여든 27일 밤부터 ‘해산’이 아닌 ‘본때 보여주기’ 방식으로 돌변했다. 전과 달리 시위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언론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고, 소화기 난사와 물대포를 직접 쏘는 데도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쇠뭉치와 빈 소화기가 시위대 사이로 날아들었고, 인도에 있는 시민들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연행했다.

» 29일 새벽, 서울시의회 앞에서 전경들이 시민들을 향해 방패와 곤봉을 내리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의도적 자극 최근 경찰의 진압 양상을 보면,
의도적으로 시민들을 자극하려는 행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28일 집회 현장에는 방패를 들지 않고 곤봉과 운동화 차림을 한 이른바 ‘공격형’ 전경이 등장했다. 이들은 항의하는 시위대 앞으로 나와 “덤벼봐” “너도 연행되고 싶냐”며 욕설과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에게 맞은 부상자도 속출했다.
정부와 경찰은 주말을 기점으로 그간 시위대에게 허용했던 세종로 앞 네거리를 아예 차단하고 방어선을 시청 앞까지 점차 좁혀가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경복궁 관람을 불허하고, 지하철 경복궁역을 무정차로 통과시켰다.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방송도 시위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경찰은 “여러분은 비폭력을 외치며 폭력을 행사하고 있고, 옆에서 이를 방관하는 자들도 모두 공범이니 엄정 처벌하겠다”는 협박성 경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나아가 물대포를 쏘던 경찰은 “
비옷 입고 있는 사람도 잡아가겠다”는 황당한 방송을 내보내 시민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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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진압 정당화 28일 집회에 앞서 경찰은 집회용 음향기기를 대여했던 사장의 집을 찾아가는가 하면, 집회 장소와 관계없는 곳에서 방송 차량을 빼앗으려 시도했다. 경찰의 집회 방해 공작도 80년대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대목이다.
경찰 수뇌부가 지난 26~27일 ‘
해산 위주 진압을 검거 위주로 바꾸고 물대포에 최루액과 형광색소를 넣겠다’고 선언한 것도 현실이 됐다. 경찰은 28일 밤 10시30분께 형광물질이 포함된 물대포를 약 7분 동안 시위대를 향해 쏘았다. 형광물질은 90년대 초반까지 사용된 뒤 자취를 감췄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폭력·반정부 시위에 고립화 전략을 쓴 게 한두 번이냐. 큰 사고만 안 나면 이대로 밀고간다는 게 지휘부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과거 회귀 행태는 경찰 자체 판단은 아닌 듯하다. 29일 ‘최루액 사용’을 공식화한 정부 담화는 ‘선량한 시민’과 ‘일부 과격 시위대’란 이분법으로 폭력 진압을 정당화했던 80년대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 경찰이 29일 새벽 0시20분께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이 놀라 달아나는 시민들을 지하도 들머리까지 쫓아가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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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29일 새벽 서울 종로 거리에서 경찰 쪽에서 날아온 금속물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다친 한 시민이 29일 새벽 서울 종로 거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시민 의료지원단이 상태를 살피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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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29일 새벽 서울 태평로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회사원 장아무개(24·여)씨를 발로 짓밟고(첫번째), 곤봉으로 내려치자(두번째), 장씨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노컷뉴스> 누리집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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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6048.html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