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불안론이 모락모락 일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섯달째 줄며 2400억달러를 밑돌게 됐다.
외환보유액이 6개월 연속 감소하기는 1971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불안론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넉넉하다”고 못박았다.
특히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모두 가용 외환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실재하지 않는 상황이 부풀려졌던 ‘9월 위기설’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 부정이다.
무슨 얘기를… 김황식 감사원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이한구 국회예결위원장(왼쪽부터)이
2일 국회 예결위에서 정부의 2007년 세입세출 결산보고가 끝난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범석 기자
◆6개월간 246억달러 줄어
=한은은 2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9월 말 현재 2396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8월 말 2432억달러보다 35억3000만달러 축소된 규모다.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를 밑돌기는 2006년 12월 말 2389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후 2년9개월 만이다.
8년 만에 순채무국 전환이 확실해지면서 대외채권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든다.
한은은 “스와프시장 참여를 늘린 데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의 약세로 통화표시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도 외환보유액을 감소시킨 원인이다.
외환보유액은 3월 말 2642억달러를 기록한 후 매월 줄고 있다. (
노무현 정부 때 벌어들여둔 분량 이후, 계속 줄어들었다는 뜻)
6개월새 줄어든 액수는 245억7000만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7월에만 105억7532만달러 줄었고 8월에도 43억2243만달러가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8월 말 기준 세계 6위였다.
중국이 1조8088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보유액을 지니고 있었다.
일본(9967억달러)과 러시아(5816억달러), 인도(2953억달러), 대만(2821억달러)이 그다음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중 중국, 브라질, 홍콩을 제외하고는 8월 중 외환보유액이 모두 감소했으며
우리나라의 감소폭이 외환보유액 감소국 중 가장 작았다고 설명했다.

◆가용 외환과 늘어난 단기외채
=외환보유액 감소는 대외채무 상환 능력의 약화를 뜻한다.
문제는 올 들어 대외채무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대외채무는 작년 말보다 376억달러 급증하며 6월 말 현재 42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유동외채 비율(단기외채와 1년 이내 만기 도래 장기외채가 전체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6월 말 86.1%에 이른다.
99년 말 99%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유동외채는 6월 말 현재 2220억달러에 달한다.
작년 말보다 233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만기 1년 내 외채를 갚고 나면 외환보유액이 177억달러밖에 남지 않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상환 부담이 큰 외채는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본점 차입, 환헤지용 선물환 등을 제외한 약 1600억달러로,
외환보유액 중 약 800억달러가 가용 외환”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한은 국제국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은
외화자산 중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에서 즉시 유동화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정부가 발표하는 외환보유액 자체가 모두 가용금액”이라고 밝혔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지금은 외환보유액 전액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라는 뜻이다.
◆불안심리 잡기 총력전에 나선 금융당국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외환보유액에 대해 “넉넉하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한쪽으로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지출하는데, 그 차이만큼만 외환보유액으로 막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보유액이란 쌓아 놓기만 하는 게 아니다”며
“너무 쓴 것은 아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종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도 가용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며
은행권의 단기 외화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용 외환보유액은 단순하게 유동외채를 차감해서 산출할 문제가 아니다”며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본점에서 차입했거나 조선업체들의 선수금이 부채로 잡힌 규모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
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도
“2400억달러 모두 중앙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액으로, 단기외채를 감안할 때
실제 가용금액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단순계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진석 기자 gija@segye.com
2008년 10월 3일(금) 10:15
[세계일보]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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