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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어느 연예인의 죽음

 

뻘글이면서 장문이야.
세줄 요약 없으니까 장문 싫어하는 횽들은 백스페이스 눌러.

 


목요일 아침이였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도착하던 버스와 지하철 덕택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게 되었어.
다음날이 개천절이라서 그날은 오전 근무만 하고 워크샵을 가기로 되어있었고
또 전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던 거나한 회식때문이였는지 사무실에 빈자리가 많이 보이더라.
나도 전날 꽤나 과음했던지라 갈증이 심해서 도착하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데
먼저 출근해있던 동료가 그러는거야.

"소식 들으셨어요? 최진실씨 자살했데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난 술이 덜깨서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던 찰나에 선배 기자가 얼른 현장으로 출동하라고 하더라.
엄밀히 내 일은 아니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이 출근을 안했었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영문도 모른체 카메라 기자와 잠원동으로 출발했지.


가는 차 안에서 수습기자에게 대충 보고를 받고 자택 앞에 도착해보니
경찰과 기자, 동네 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집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더라.
그 와중에서도 더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게다쓰와 트라이포드를 뻗쳐놓고 대기하던 중에
신애가 최진실 매니저의 부축을 받으며 나와서는 차에 올라탔어.
기자들은 신애를 찍기위해 우르르 몰려가서는 신애의 차를 막고는 창문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댔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더욱 더 많은 취재진과 언론이 도착하고,
조성민과 이영자가 도착하자 취재 열기와 그들의 몸싸움은 더욱 더 심해졌어.

나도 가끔 연예부 취재를 도와주긴 하지만 연예인들 사건사고 취재는 그닥 좋아하지 않아.
(대부분 영화 시사회나 드라마 제작발표회, 인터뷰 등이라 사건사고 취재는 많진 않았지만)
사회부에는 기자들 서로를, 그리고 기자와 취재원을 서로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암묵적인 룰이 있어.
비록 현장에서는 서로 더 좋은 그림을 얻기위해 가끔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지도 하지만
대기하면서 간식거리도 나눠먹고 같이 담배피며 잡담하고 일 끝나면 서로 수고하셨습니다 웃으며 인사하면 끝이야.
올해만 해도 이건희 검찰 소환이나 촛불 집회와 같은 대형 사건들은 정말 일은 몇배로 고되지만
역사의 현장에서 제일 처음 소식을 전하고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는 나름의 뿌듯함도 있거든.
그런데 연예부 사건 사고의 경우에는 기자들 뿐만 아니라 메이저 TV와 케이블의 연예 프로그램,
또 흔히 얘기하는 '찌라시'들도 국민의 알권리를 외치며 카메라를 들이대.
특종이 아니라 낙종을 하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욕을 하며 몸싸움을 하고는
망자의 가족들과 동료 연예인들의 오열하는 얼굴에 카메라를 돌리고 플래시를 터뜨리지.
'기자'들이 인간이 아닌 그저 '연예인'의 모습을 찍어서 올리면
사람들은 '얘는 옷이 왜이래?', '얼굴 봐라... 그동안 완전 화장빨이였나보네.' 하면서 창 닫아버리면 끝이야.

뭐 연예부 기자들이 모두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들도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고 매우 고생하는거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날도 역시 최진실의 자살에 대해 자기들끼리 농담조로 얘기하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
또 친구의 죽음으로 망연자실한 사람들에게 코멘트 한마디 딸려고
자극적이고 시덥잖은 질문이나 던지면서 대답해달라고 열내면서 소리지르는 몇명을 보니 한숨이 나더라.
뭐 나도 지금 내가 욕하고 있는 그들 중 한사람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연예인이라고 무조건 단순한 가십거리로 치부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건 참 그래.

아무튼,
경찰쪽에서 최진실씨 자택 빌라 입구에서부터 앰뷸런스를 모두 까만 천으로 감싸버리면서
집에서 '연예인의 시체'가 나오는 장면을 담으려던 언론들의 노력은 허사가 되었고 그쪽 현장 상황은 대충 정리가 되었어.
그리고는 병원쪽은 다른 선배에게 맡기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워크샵을 다녀왔어.
뭐 원래 워크샵이 술 마시고 노는 자리이니 술을 마시고 포커를 치며 밤을 새고는
다음날 오전부터 피곤한 몸을 이끌고는 체육대회와 또 다시 이어지는 술 자리를 소화하고 집으로 왔어.
워크샵 일정때문에 전날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집으로 오는 택시안에서 마침 최진실 자살 관련 뉴스가 나오자
기사 아저씨가 버럭 화를 내면서 나에게 말을 걸더라.

"이런 자살 사건에는 언론에서 명복을 빈다느니 애도를 표한다느니 하면 안되는거야.
 나처럼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돈 몇만원이 없어서 고생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밥 굶어서 죽어나는 사람들도 있는데,
 최진실이는 돈도 많고 누릴거 다 누리면서  뭐가 부족하다고 자살을 해?
 자꾸 언론에서 불쌍하다 안됐다 하니까 배부른 연예인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자꾸 자살을 하는거지.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들은 아주 배가 불렀다니까.
 아, 안그래요?"

정말 뭐라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어쨌든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남아있는 주위 사람들은 평생 상처를 않고 살아가는 거겠지.
고인의 명복을.

 




김삿갓
2008-10-05 03:02:07
1563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수선화 '08.10.6 7:33 PM 신고
    외로움~ 소외당한 기분이 들고, 우울증으로 고생했다는,,
    빈부의 차이는 행복의 요소와는 거리가 먼듯....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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