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3시 50분쯤 충남 서천군 서천읍 두왕리 서해안고속도로. 캄캄한 새벽어둠 속에서 20대 여성 2명이 고속도로 1차로에 서서 휴대전화 액정을 켠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친구들과 여름휴가를 마친 뒤 집으로 향하던 황모(21·회사원·전북 김제시)씨와 금모(22·유치원 교사·〃)씨였다.
이들은 앞서 가던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1차로에 멈춰 선 것을 보고 멈춰 섰다. 뒤따라오던 차들이 사고 차량을 들이받을까 봐 걱정된 나머지 자신들의 차를 갓길에 세우고, 약 3분 동안 사고 차량 근처에 서서 뒤에 오는 차들을 향해 수신호를 보낸 것이다.
몇몇 차량은 이들의 수신호를 보고 사고차량을 비켜갔다. 그러나 카렌스 승합차 한 대가 미처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두 사람을 들이받았다. 황씨 등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휴가철을 전후해 고속도로 이용차량이 많아지면서, '2차 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2차 사고는 교통사고 직후 사고차량 혹은 주변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도로에 서 있다가 또 다른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9시20분쯤 경남 김해시 진례면 남해고속도로에서 쏘렌토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갓길에 서 있던 벤츠 승용차와 견인차,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요르단·인도·파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3명, 견인차 운전자 박모(36)씨, 견인을 돕던 화물차 운전자 김모(58)씨 등 5명이 가드레일 바깥으로 튕겨나가 숨졌다. 함께 있던 벤츠 운전자(30)도 중상을 입었다.
숨진 외국인들은 중동 해운회사 직원들로,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기 위해 김해공항에 내려서 거제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들을 태운 벤츠는 빗길 커브구간을 달리다가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춘 뒤 견인되고 있었다. 이때, 지나가던 쏘렌토 차량이 같은 지점에서 미끄러지면서 이들을 덮친 것이다.
이처럼 2차 사고는 1차 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숨진 황씨 일행의 경우, 남을 도우려는 뜻은 숭고했지만 갓길도 아닌 고속도로 1차로에 서 있던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가시거리가 낮보다 짧은 한밤중이었던 만큼, 뒤따라오는 차들이 휴대전화 액정 불빛을 인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남해고속도로 사고의 경우 일행들이 가드레일을 넘어 도로 밖에 서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김해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말했다.
2차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곳은 고속도로 갓길이다. 차선 전체가 말끔하게 비어 있어 차량을 비상 정차 시키기가 쉬운 반면, 나머지 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하기 때문에 그만큼 대형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팀 임진홍(37) 주임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장시간 자거나, 도시락을 먹거나 경치를 보며 노는 사람이 많다"며 "갓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서 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열명 중 한명(9%)이 갓길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숨졌고, 그중 상당수가 2차 사고 사망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단 사고가 나면 치사율(致死率)이 40%에 달하는 것이 갓길 사고의 특징"이라고 했다.
2차 사고 피해자들의 유형을 살펴 보면 ▲사소한 접촉사고에 흥분해 도로 위에서 상대방과 잘잘못을 다투거나 ▲사고 발생 뒤에도 위험한 지점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차량 견인 도중 마음을 놓고 안전 지점을 벗어나 있거나 ▲남이 낸 사고를 구경하다가 차에 치이는 경우가 많다.
교통안전공단 도로안전본부 조시영 교수는 "지난 2006년 10월 일어난 서해대교의 29중 추돌사고의 희생자 11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1차 사고가 아닌 2차 사고로 숨졌다"며 "공간이 허락한다면 무조건 가드레일 바깥으로 몸을 피해서 구조차량을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도 "가드레일 바깥쪽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갓길 안에서라도 최대한 가장자리 쪽으로 피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종로소방서 119구조대 김한림 소방교는 "경험 많은 구조대원들도 고속도로 사고현장에 출동할 때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갓길은 위험천만한 곳"이라고 했다. 김 소방교는 "몸을 피할 수 없다면 반대로 자기 몸이 다른 운전자들 눈에 확 띄게 해야 한다"며 "공구점에서 파는 야광 조끼나 발광 지시봉 등을 평소 차 안에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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