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은화(銀貨)처럼 맑소"가 이상(李箱)의 소설 '날개'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기억되기는 하는데, 막상 어떤 분이 물었을 때 자신이 없었다. 검색엔진 엠파스에 이 구절을 그대로 쳐서 넣었더니 '날개' 원문이 실린 사이트들이 주루룩 여러 개 나와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래 전에 읽은 '날개'를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신선했다.
내친 김에 황석영의 소설 '몰개월의 새'를 웹사이트에서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이 소설 이름을 쳐 넣었으나 이번에는 산뜻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온갖 검색엔진을 다 동원하고도 얻은 것은 이 작품이 현대작가 33인 선집인가 하는 책에 실려 있다는 것하고 불어로 번역해 프랑스에 소개할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것 정도다.
소설작품 원문 서비스를 하겠다는 웹사이트가 1년 전엔가 생겨 반가워했던 게 기억났다. 거길 찾아가 보니 그 서비스는 상당히 축소된 듯했다. 아마 저작권 문제가 있어 어려움이 따르는 게 아닌가 싶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가전자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 작품 원문을 보려 시도해 보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한국소설가협회가 소설 원문들을 모아 거대한 스토리뱅크를 만든다 하는데 이용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어떤 시를 다시 읽어 보고 싶을 때, 내가 잘 가는 곳은 www.poet.or.kr다. 시 뿐만 아니라 소설 작품 원문들도 실려 있지만, 시가 훨씬 많다. 이 사이트는 회원 가입을 요구하지 않아서 좋다. 주로 시인들이 성금을 조금씩 내어 운영을 돕고 있다.
오늘은 거기서 박목월 시 '하관'(下棺)을 읽었다. 그 끝 부분은 언제 읽어 봐도 절창(絶唱)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진 슬픔을 이렇듯 잔잔하면서도 가슴 울리게 읊은 시를 나는 알지 못한다.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가을에는 생각나는 사람도 많고 읽어 보고 싶은 시도 많아진다. 한동안 여기 신세를 꽤 져야할 것 같다. 그 고마움으로 나도 운영비를 좀 보조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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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parkk@columnist.com
대한매일 DB팀장
벼룩시장 200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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