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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 보이. 대실망.

 
테츠카 오사무를 꽤 좋아하는 관계로 영화 아스트로 보이를 봤습니다만... 뭐랄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영화가 좋다 나쁘다고 정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실망이었습니다. 이건...

아톰이 아니잖아!!!

아톰을 이야기하자면 테츠카 오사무부터 말해야겠죠. 철완 아톰, 나아가 테츠카 오사무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내용은 인생, 인간, 윤리에 대한 고찰입니다. 언제나 희망과 사랑으로 세상을 미화시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는 달리, 현실 세계를 냉정하게 살피면서 '나는 이런 추악한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의 정의를 관철시키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생각이 모든 작품에 깔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지막 작품인 블랙잭은 '나에게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주제를 추구하죠. 목숨을 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대가를 내겠는가? 네 목숨의 값어치는 얼마인가? 네 녀석은 살아 있어 봤자 별볼일 없는,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은 인간이니 아무리 돈을 많이 주어도 살려 주지 않겠어. 이런 식이죠. 참고로 텐마 박사나 블랙잭은 테츠카 오사무가 자신을 반영시킨 캐릭터.
게다가 60, 70년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설명을 하면서 작품을 이해시킨 같은 시대의 다른 작가들과 달리 철저하게 대화와 생각만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은, 현재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모자람 없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취향과 먼 이런 다크한 작품들로 '만화의 신'로 불릴 정도의 명성을 얻었으니 대단할 따름입니다.

아톰에 흐르는 기본 주제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때리면 아파하고 모욕당하면 슬퍼하고 분노한다면 어떻게 대할 것인가. 게다가 인간은 추악한데 로봇이 순수하고 정의롭다면 인간보다 로봇이 더 존엄하지 않은가.' 라는 것입니다. 애들 만화로 보이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아스트로보이는...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습니다. 비쥬얼과 음악은 그럴 듯하지만 스토리와 연출이 뒷받침해주지를 못하니 앞뒤가 이어지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테츠카 오사무의 아톰을어떻게 해석했을 것인가를 기대하면서 간 저는 한숨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테츠카 오사무의 철학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범작도 되지 못한 졸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영화를 보면서 이건 아톰도 아니고 수작도 안되니까 그냥 일반 애니메이션으로 생각하고 시간이나 때우자고 봤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졸작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점수를 주자면 5.8 /10정도? 스토리 텔링이나 연출에 있어 로빈슨 가족이 떠오르는 것이...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껴안고 웃으면서 어떻게든 감동을 주려고 애쓰고, 전체적으로 뭔가 설정은 많이 해 놓은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융화되지도 못하고 주제도 전달되지 않는 답답한 스토리텔링 능력이 보입니다. 아마도 과거 서구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아톰(영어제목은 아스트로 보이)라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대히트작인 인크레더블과 같은 구성을 통해 만들어 보자... 는 것이었겠지만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설픈 애니메이션이 되어 버렸습니다.

테츠카 오사무가 살아서 이 애니를 본다면 자신의 작품을 망쳐 놓았다며 통탄하거나 분노했을 것 같군요. 누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도 꽤 비난 받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톰 3번째 리메이크나 보면서 오늘 본 영화는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겠습니다.

* 제작사가 픽사가 아니어서 수정했습니다. 어디서 착각했던 걸까.



2010-01-10 14:53:24
912 번 읽음
  총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슬픈눈빛 '10.1.10 11:05 PM 신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플루토는 보셨나요?
    그건 나름 괜찮던데... ↓댓글에댓글
    • ㄴ 1. 관찰자 '10.1.11 7:38 PM 신고
      네. 괜찮았죠. 테츠카 오사무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 정도 수준의 재해석이라면 환영입니다.
  2. 2. 별명없다고 '10.1.15 1:49 PM 신고
    음..
    영화 볼려고 햇는데 평이;; ↓댓글에댓글
  3. 3. 무한질주 '10.1.29 10:56 PM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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