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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노라면

 

웹사이트를 매개로 자살 희망자들이 연결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동반자살을 약속하고 결행해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당연히 모든 매체가 이른바 '자살 사이트'를 융단폭격했다.
그 소란 속에서 한 신문이 '저승 사자'쯤으로 매도되고 있는 사이트 운영자를 인터뷰한 것은 괜찮은 노력으로 보였다. 그 쪽도 할 말은 있을 것 아닌가. 운영자는 자신이 한때 절망에 빠져 자살하려 한 적이 있으며 한 사이트에서 삶의 희망을 얻고 난 뒤 "다른 이들에게도 삶의 빛을 나누어 주고자" 사이트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이 그렇게까지 갈 줄은 몰랐다고 난감해 했다.

운영자가 이씨라는 것과 사이트 별칭이 '사노라면'이었다는 것을 기사에서 읽고, '자살 사이트'로 지목되었음직한 곳을 찾아가 보았더니 이미 문을 닫았다.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사노라면'은 들국화가 부른 노래의 제목이고 그 노래는 로 시작된다. 사이트 별칭을 이 노래에서 따왔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운영자는 회원들이 사이트를 통해 고통을 함께 하고 희망과 위안을 나누었는데 이제는 운영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은 믿는다면, 목적은 자살 방조가 아니라 자살 방지다. 끔찍한 자살 동행자들의 연락처가 된 것은 그의 뜻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개설 취지는 좋았더라도 그것이 악용될 가능성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자살 희망자들이 노출되지 않게 끼리끼리 이메일로 연락한다면 알아내기가 쉽지는 않다.

언론매체들이 '자살 사이트'를 박살내라 하고 검찰과 경찰도 '집중 수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럴 때마다, 빈대 잡자고 초가 삼간을 다 태울까봐 걱정된다. 자살을 꼬드기는 사이트라면 없애야 마땅하지만, 빈대에다 핑계를 대고 '표현의 자유'라는 멀쩡한 집을 태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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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parkk@columnist.com
대한매일 논설위원
벼룩시장 200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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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written by ()
2001-05-03 12: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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