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코피아닷컴=박현일 기자, ukopia.com] 아무리 영어구사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가끔 황당한 일을 겪게 될 때가 적지 않다. 특히 상거래에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못하면 그야말로 낭패다. 언젠가 대기업 임원이 들려준 에피소드는 지금도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건 ‘옥수수 캔(can of corn)’이니 그냥 놔두고 이젠 ‘연기(smoke)’를 던져야 한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는 말에 함께 따라 웃을 수도 없어 무척 곤혹스러웠다는 것이다.
중요한 뜻이 담겨져 있는 듯해 용기를 내 물어봤다고 한다. 그제서야 그 미국인은 미안하다며 정중히 사과를 했다. 임원의 영어가 워낙 유창해 자신도 모르게 미국적인 표현이 나왔다는 것이다.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르지만….
그 미국인의 설명은 이랬다. “그건 잘 팔리는 물건이니 그냥 놔두고 이젠 경쟁업체가 꼼짝 못할 신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야구용어를 사용했으니 그 한국인이 알아들을리 만무였다.
‘옥수수 캔’은 평범한 플라이볼. 높게 뜬 공이어서 수비선수에겐 식은 죽 먹기다. 수퍼마켓 종업원들이 캔을 갖고 캐치볼 장난을 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즈니스에선 쉽게 이익을 창출해내는 효자상품으로 통한다.
‘스모크’는 강속구를 뜻한다. 워낙 빨라 타자는 볼을 보지 못한채 그 공이 그리는 궤적, 곧 연기만을 보게 된다고 해서 생겨난 용어다. TV 중계에서 슬로 비디오로 보여주는 강속구는 공이 마치 꽁무니에 연기를 달고 날아가는 것 같아 이 말이 유행하게 됐다.
타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스모크.’ 애플의 히트작 아이폰도 따지고 보면 ‘스모크’ 상품이다.
이 ‘사건’ 이후 그 임원은 야구 익히기에 열중했다. 그래서 이젠 대화가 웬만큼 된다며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턱 음악(chin music)’에 빗댔다. 타자의 턱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공이다. 아찔한 순간이어서 ‘비명’이 터져 나올만도 하겠다. 이를 ‘음악’으로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축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영국인도 비즈니스에선 사커와 관련된 용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야구를 스포츠가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무심결에 ‘스모크’를 던져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든다.
요즘 뜨고 있는 용어는 ‘5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 추신수 때문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팀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을 주류언론이 그대로 받아 써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우리말로 옮기면 5개의 ‘연장’을 가진 선수다. 타격과 파워, 스피드, 수비, 어깨가 좋아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선수를 일컫는다. 야구의 모든 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말이어서 추신수에겐 최대의 찬사다.
시즌 개막 후 맥을 못추던 팀이 추신수 덕분에 그나마 승률 5할대가 됐으니 클리블랜드의 매니 악타 감독이 “난파선에서 유일하게 혼자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표현을 쓸만했다.
심지어 한 동료는 추신수를 ‘6툴 플레이어’라 부르기까지 했다. 그의 겸손한 인간미에 반한 나머지 ‘연장’ 하나를 더 얹어 준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내가 가진 ‘연장’은 과연 몇개나 될까. 탐욕과 거짓, 원망과 분노, 좌절의 헛된 다섯가지 ‘연장’만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스타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를 돋보이게 한 것은 그의 여섯번째 ‘연장’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포츠나 일상의 삶에서도 역시 가장 큰 미덕은 ‘겸손’이란 두 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