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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효자효녀가 되게 하는 전화와 인터넷

 

가정의 달인 5월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날이 많다. 1일은 노동자의 날이자 법의 날이고 5일이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이면서 재향군인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11일(음력 4월8일)은 부처님오신날이고 15일은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이 겹쳐 있다. 또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날을 꼽으라면 아마도 어버이날이 아닌가 싶다. 이날이 되면 아무리 불효자라도 한번쯤은 효도에 대해 생각해보고, 세상을 떠나셨거나 먼 곳에 계신 부모님을 그려본다. 직접 찾아 뵙지 못할 때는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는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머니 마음」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비록 필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이 노래의 선율도 그렇지만 가사 하나 하나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일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처럼 부모에 대한 효심이 많은 국민도 드문 것 같다. 설문조사를 해보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부모에게 불효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노인들은 거의 모두가 "자식들이 효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버이날이 되면 우리는 멀리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를 안부를 묻는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를 모르는 극도의 불효자거나,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몰라도 안부전화를 하는 것은 최소한의 도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전화효도」또는 「효도전화」이다. 확실히 어버이날이 되면 효도전화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한국통신에 따르면 어버이날의 전화사용 횟수가 평소보다 30% 가량 늘어나며,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발신되는 전화라는 것이다.

지방으로의 발신시간은 평상시가 오전 10∼11시, 어버이날은 오후 9∼10시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평상시는 업무 때문이고 어버이날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조사를 담당했던 한국통신관계자의 말은 뼈아픔을 느끼게 한다. 어버이날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에 지방으로의 통화량이 집중되는 것은 통화자들이 방송뉴스에서 어버이날에 대한 보도를 보고 갑자기(?) 부모님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필자가 지금까지 말한 전화효도 얘기가 어쩌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옳은 말씀이다. 우리는 전화 놓기가 힘들 때도 일부러 전화국까지 가서 시외전화로 부모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아니 좋아졌다고 해야겠다. 전화효도는 기껏해야 목소리만 들려줄 뿐인데 이제는 전보보다 더 빠르게 E-메일을 통해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다. 이런 일을 대신 해주는 웹사이트도 여러 곳 생겼다. 조금만 시설을 갖추면 집에서도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목소리와 함께 부모님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에 들어가 보면 필자의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애창곡들을 선별하면 이를 테이프로 만들어 가사집과 함께 고향의 부모님에게 보내주는 사이트
(www.musicity.co.kr)가 있는가 하면, 부모님의 메일계정을 만들어 준 뒤 사연을 신청받아 인터넷카드를 전송해주는 사이트(www.dearyou.com과 www.naver.com)도 있다.

한 인터넷카드 전문사이트(www.cardkorea.com)에서는 부모님에게 감사의 인터넷카드를 보내주고 이에 답장하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하는 부모에게는 추첨을 통해 선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이밖에 인터넷을 통해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부모님에게도 편지를 무료로 보내주는 곳(www.freechal.com)도 있다.

지금은 바로 안 되는 것이 없고 못할 것이 없는 인터넷시대이다. 인터넷은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리고 있다. 효도하는 방법 또한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전화사정이 좋아지면서 전화효도라는 말이 나오더니 지금은 「인터넷효도」라는 말도 생길 판이다. 세상은 이렇게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변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방법 역시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여! 당신들은 이번 어버이날에 부모님 얼굴을 뵈었는가. 아니면 전화라도 하였는가. 아직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지금 당장 전화통이나 핸드폰으로 버튼을 눌러라(이제 "전화걸어라"는 말은 맞지 않다). 그리하여 빨리 불효를 면하라. 전화하는 그 자체가 효도하는 일로 간주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감이나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우선 전화효도부터 하고 인터넷효도는 천천히 하라. 나 자신이 넷맹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모님들도 대부분 인터넷에 대해 거부감, 아니 두려움을 느낄 테니까 정다운 목소리로 전화를 거는 일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 세상의 부모님은 아무도 자기자식을 불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늦었지만 지금 전화하면 부모님들은 "우리 효자가 전화하는구나"하고 무척 반기실 것이다.

전화로 효도할 수 있는 시대-.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이 세상을 전화 없이 살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해도 만약 전화가 없다면 그건 삭막한 사막이나 다름없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일차적으로 전화를 통해야 함으로 이처럼 말도 안되는 가정을 해보는 필자를 용서해주기 바란다.)

전화 없는 인터넷세상은 그야말로 「오아시스 없는 사막」일 따름이다. 그래서 필자는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전화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감히 주장한다. 왜냐하면 전화가 없으면 효도도, 사랑도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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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net21@dreanwiz.com
200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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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2001-05-05 22: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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