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위 글을 쓰신 분이나 강성희님에게 답글을 드리는 것은 아니고 우연히 게시판을 읽다가 몇 가지 오류에 대해서 간략하게 씁니다.
1.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다릅니다. 또 공산주의와도 다릅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군주제나 독재,귀족정치 등에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국민이 국가를 지배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자본주의-공산주의란 경제 체제에 따른 분류 개념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도 민주주의국가일 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반대가 공산주의라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군주제와 독재, 귀족정치가 아닌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합니다.
2. 공산주의가 국가가 생산량을 결정하고 분배하는 체제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소련 등 초기 공산주의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은 이들이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의 계획경제'를 하나의 정책으로 삼았던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국가계획경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게 이론적으로도, 그리고 역사적으로도(계획경제공산국가의 몰락) 입증되었습니다. 소련 및 동구 유럽의 몰락이 곧 공산주의의 몰락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공산주의에 대해 천박한 수준의 이해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말일 뿐입니다. 사실 현대 자본주의는 초기 자본주의에 비하면 많이 수정보완된 것이며,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은 우리나라같은 사회에서 보기엔 순 빨갱이 국가에 가깝습니다. 오랫동안 사회주의정당, 노동당 등 좌파정당들이 집권해왔고(요즈음 반편향으로 우파들이 다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만, 유럽의 우파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좌익적입니다.) 세계에서 여성의 지위, 평등도 등에서 1,2위를 다투고, 국민들이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100년 가까이 좌파 정권이 권력을 잡고 정책을 펴온 나라들입니다.
3.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일치시키려는 노력 - 예를 들어 우리사주제, 사원이 곧 회사의 소유자인 - 이나 협동조합운동이나 조세제도에 있어서 누진세를 시행하는 것 등도 모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개혁하려는 공산주의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산주의의 이상은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만큼 분배받는 사회. 라고 일컬어집니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분배한다는 것과는 다른 말입니다.
4.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도 정확히 일치하는 말은 아닙니다. 역사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저는 그냥 공산주의라고 계속 통일해서 쓰기로 합니다.
5.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가 모두 일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앎이 모자라서 속시원히 이 자리에서 풀지는 못하겠습니다. 시장경제 일반을 지칭하기도 하고, 화폐경제를 지칭해 쓰는 사람도 있으며, 인간의 '노동력'이 상품화된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기도 합니다. 증권회사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들 그러는데, 자본주의의 극단은 돈이 돈을 버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의 노동이 없이 돈 자체가 돈을 버는 현상 말이지요. 자본주의는 곧 능력주의라고들 생각하는데,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부조리는 능력과 무관하게 가진 사람은 계속 가지고.. 없는 사람은 계속 없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거죠..
6. 김구 선생은 훌륭한 민족주의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주의는 사실 전세계적으로는 극우나 주장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만(나치즘, 파시즘같은) 억압받은 민족들의 민족주의는 저항적인 민족주의로 침략자들의 민족주의와는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일제 강점기 이후와 현재의 대한민국은 똑같지 않습니다. 김구 선생은 당시에는 훌륭한 민족주의자였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그가 오판한 것도 많았습니다.)
7. 박헌영, 여운형을 비롯한 훌륭한 사회주의자들이 해방 당시에 있었고,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사회주의 세력이 다수였습니다.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던 미국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한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헌영, 여운형 등은 결국 월북합니다만, 김일성은 많은 사회주의자들을 깨끗이 청소해버렸습니다.
8. 해방 이후 한국에 있는 자본가들은 대부분 친일파였습니다. 친일했기 때문에 자본을 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공산주의란 친일파 처단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들만큼이나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이들에게 공산주의자는 단지 자신들의 적, 지주들을 때려잡는 인민재판관.. 정도일 뿐이였지요. 과거 정권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을 하면서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많은 왜곡선전을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은 두 가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북한의 전쟁위협을 들어 진보적인 생각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빨간칠을 해왔습니다. 지정학적으로도 유럽과는 멀기 때문에 한국은 더욱 소련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미국식 자본주의의 추종자처럼 된 것이 있겠죠.
9. 경제체제에 대한 이해를 쉽고도 재밌게 넓힐 수 있으려면, 유시민씨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경제학 산책' 등의 책이나.. 김수행 교수의 '청년을 위한 경제학강의' 정운영씨의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 같은 책이 지금 당장 떠오르는 정도네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도 유용할 것입니다. 요즘 나오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매우 좋더군요. 강만길 교수님의 책도 많이 읽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