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의 높은 벽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스승을 받들어 섬기는 제자의 마음이야 백번을 가르쳐 넘칠 일이 있으랴마는, 문제는 스승이 되어 스스로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서 되려 제자에게 일방적인 충성심만을 강요한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체벌이라 함은, 스승이 제자에게 벌을 주되 매질로써 벌을 준다는 뜻이며, 벌을 준다는 정당성 아래 이루어지는 - 제한적인 - 폭력행사라는 점에서 최근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나는, 과연 매로써 벌을 가한다는 것이 온당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따지기 이전에, 무엇이 죄에 해당하며 따라서 체벌대상이 되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어 보고자 한다. 위에서 이야기 한, 제자로 하여금 스승을 받들어 섬기도록 강요하는 작금의 교육현실을 이야기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는 십오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때 받은 체벌만큼은 생생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저지른 죄과에 대한 뉘우침에 앞서서 "맞았다" 라는 수치심과 모멸감이 우선하였다는 느낌이며, 더더군다나 전혀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건방지다" 또는 "네가 감히 내게" 라는 이유로 받은 체벌일수록 그 정도가 더하였다. 결론적으로, 내게 가해졌던 체벌은 잘못을 저지른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게 한다는 벌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였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잘못을 저지른 학생으로 하여금 그 죄를 뉘우치도록 한다는 건, 애초부터 명분에 지나지 않았던 건지. 보다는 사제간의 위계질서와, 전체 학급의 분위기 유도에 체벌이 더욱 큰 몫을 담당한 것은 아닐까. 아니, 이조차도 지나치게 냉정한 해석이라면, 체벌이란 단지 "열받은" 스승이 그 대상인 제자에게 "화풀이" 를 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리만치, 매질은 욕설과 함께 무차별적이기가 일쑤였다. 구둣발로 채이고 밟혔으며, 지휘봉으로 찔렸으며 그 과정에서 난 수차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어야만 하였다.
스승은 제자의 거울이라 하였다. 그런 스승에게서, 제자가 배울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스스로의 권위만 앞세우고, 학생들에게는 폭언을 일삼기를 서슴치 않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주어진 별명 - 개백정, 월월이, 미친오리 등 - 엔 눈 까뒤집고 덤비는 그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 속에서, 학생은 일면 권력의 어두운 면만을 신봉하게 되었던 건 아니었을까.
최근 들어 일부 학생이 스승에게 보복행위를 하였다 하여 교권이 추락을 한 것인 양 하는 교육계 종사자들이 있다. 나는, 이를 필연적으로는 올 수 밖에 없었던 현상으로 보며, 나의 때에 이러한 일이 있지 않았던 것이 일면 안타깝기도 하다. 부정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 스스로도 "죽여버리고 싶은" 선생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부디, 제자가 스승을 해꼬지한다 하여 모든것이 끝장인 양 설쳐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전에 이미 교육은 끝장이 나 있었으며, 스승이라는 쪽에서 해꼬지는 이미 모질게, 그들의 제자들에게 자행되어지고 있었으니까.
헌데 왠일인지 교육계에서는 체벌을 되려 양성화하고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아마도, "체벌 불가피론" 주의자들이 앞장서서 선동을 해 댄 보양이다. 보면 하나같이 그로써 기득권을 유지하고 누려오던 작자들이리라. 애석하게도 이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조차 "체벌은 불가피한 것" 으로 인식을 하니, 이를 떠난 교육이 여태까지는 없어왔기 때문에 감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어서 였는지.
믿고 싶다면, 교육계에서 정한 체벌 이외의 체벌은 일체 사라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허벅지나 엉덩이도, 어떻게 때리느냐에 따라 가벼운 멍으로 끝날 수도, 살점이 터져 병원으로 실려갈 수도 있다. 또한, 학생과 실랑이를 벌인 당사자로 하여금 체벌을 하도록 할 경우 그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감정이 이입된 체벌은, 이미 그 교육적인 목적을 떠나 사사로운 보복행위로 간주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디 이번 체벌허용 방침이, 확대적용 또는 오적용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교육계의 이번 방침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고 싶다. 음성적으로 자행되는 체벌행위를 일체 금지시키는 대신 부분적으로나마 허용을 한 것은, 어쩌면 우리시대 다수에게 팽배하여 있는 "체벌 불가피 론" 을 어쩌지 못하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유명무실화 하지 못하고 다분히 자위적일 수 있는 재량권을 준 것은, 오히려 학교 내 폭력을 정당화시켜버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특히 경계할 수 밖에는 없는 부분이다.
이번 방침이 앞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 측의 거센 반발에 부딛칠 것으로 생각되며, 부디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 보다 완성된 세칙을 내올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아울러, 자칫 악용될 소지가 있는 이번 방침의 주의깊은 시행과정 감시에도 신경써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무엇이 죄이며, 따라서 체벌대상에 해당하는가. 앞으로도 꾸준히 제자들에게 "사랑의 매" 를 행사 할 우리시대의 선생님들에게 특히, 한번쯤 진지하게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