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수원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선혜 부장판사)는 한국음반산업협회 박경준 회장 등 회원 16명이 MP3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 ‘소리바다’ 운영자 양일환(32)·양정환(28)씨 형제를 상대로 낸 음반복제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양씨 형제는 소리바다 사이트를 이용, 박 회장 등이 음반 제작자로 돼 있는 음악이 들어있는 MP3 파일을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받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서울 강남구 논현동 H빌딩 내에 설치된 양씨 형제 소유 서버 컴퓨터 3대를 소리바다 서비스 또는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이 언론에 보도된 후, 소리바다 사이트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는 글이 들끓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반발했다.
◆“낡은 저작권법이 인터넷이란 새기술과 만나 소리바다 위에서 충돌중”
반면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음반업계와 가수·작곡가들은 법원의 판결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불법성이 입증된 만큼,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소리바다를 재기불능으로 만들겠다”며 “앞으로 ‘벅스뮤직’ 등 이와 유사한 형태의 각종 서비스에 대해서도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전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리바다의 두 형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작년 8월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가 두 형제를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을 때와는 딴 판이었다. 당시 양씨 형제는 곧장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낡은 저작권법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기술과 만나 소리바다 위에서 충돌하고 있다”며 “소리바다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대법원까지 법정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 형제는 판결 후 4일만인 지난 15일, 오후 소리바다 사이트에 자신들의 심정을 공지사항으로 띄웠다. 이들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소리바다의 입장’이란 글에서 “소리바다 프로그램의 구조적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않은 법원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입장을 표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판결문에 나온대로 이용자들에게 우리를 고소한 16개 음반사의 노래가 들어있는 MP3파일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하도록 시킨 사실이 없다”며 “우리는 기술적으로 이용자들의 업·다운로드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처분 명령에 따르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해당 노래의 업·다운로드 중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법원의 결정을 최대한 준수하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소리바다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음반협회 “유사한 서비스와도 전쟁”
19일 현재 소리바다 사이트는 예전과 다름없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 유재윤 부장은 “18일 집행관들이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KIDC)에 소리바다 서버(중앙컴퓨터)를 압수하러 갔지만, KIDC측의 비협조로 압수를 못 했다”며 “조만간 집행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리바다 형제는 공지사항을 통해 “법원이 음반협회에서 요청한 소리바다 서버 3대에 대한 압류 신청을 기각했으므로, 집행관들로 하여금 서버를 압류하겠다는 음반협회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소리바다의 변호를 맡은 태평양 법무법인 조원희 변호사도 “재판부가 서버 압류를 인정하지도 않았고, 기술적으로 소리바다가 특정 파일 업·다운로드를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의 ‘주문 2항’에서 소리바다는 서비스를 금지하라고 했기 때문에, 결국은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것이고, 본원 판결에서 소리바다측이 이기면 서비스 재개가 가능하지만,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수개월~수년이 소요돼 사실상 서비스가 폐쇄될 전망이다.
소리바다의 서비스가 중단되면 과연 음반산업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우선 소리바다 외에 MP3파일이 유통되거나 공유될 수 있는 해법은 무궁무진하다. 초고속인터넷 덕분에 노래 한 곡 정도는 메신저를 통해 30초 이내에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웹메일 서비스 업체들도 10MB까지 첨부파일을 허용하는 곳도 있어, MP3 파일 2~3곡은 충분히 전송할 수 있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들도 소리바다 서비스 중단이 기기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거원시스템 함연호 홍보팀장은 “어차피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에 수없이 깔린 와레즈사이트(불법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MP3 음악파일을 내려받기 때문에, 소리바다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플레이어 판매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소리바다는 작년부터 ‘벅스뮤직’ ‘푸키’ 등 스트리밍 음악 사이트(실시간 음악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네티즌들이 소리바다에서 노래를 내려받아 보관하는 것보다 벅스뮤직처럼 클릭 한 번으로 즉석에서 음악을 듣는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소리바다의 회원이 600만명 정도인데 반해, 국내 1위 스트리밍 음악 사이트 벅스뮤직의 회원은 1100만명에 달한다.
미국 음반산업협회도 냅스터는 물론, 인터넷 라디오방송에까지 저작권 공세를 폈지만 음반산업의 수익성 개선 효과는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근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뮤직 등은 강력한 저작권 소송 고발 정책을 누그러뜨리면서 MP3파일을 저가에 공급하는 유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음반업계와 디지털 음악업계가 제휴 또는 유료화를 통해 ‘윈윈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벅스뮤직·아이뮤페·맥스MP3·뮤직캐스트 등 국내 대표적 스트리밍 음악사이트 사장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저작권 문제에 대해 논의 하고 있다. 이들은 연주자와 가수들의 모임인 (사)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작사·작곡가들의 모인인 (사)한국저작권협회와 저작권 관련 계약을 맺었거나 협의를 진행중이다.
문제는 음반 기획사·제작사가 속해 있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한국음반산업협회. 인터넷 음악 업체들은 이들과 협회 형태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싶어하지만, 이들은 개개 회사 단위로 계약을 요구해 인터넷 음악업체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푸키 이은석 사장은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음악의 ‘유통’ 측면에서 인터넷업체들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며 “스트리밍 음악사이트들이 문화관광부에 꾸준히 요구하는 것도 저작권 협상 창구를 단일화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