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인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폐인'은 그동안 인터넷 중독증이 강한 백수를 지칭했으나 이제 한 분야의 전문적 식견을 갖춘 마니아로 바뀌기 시작했다. 상황이 바뀌자 스스로를 폐인이라 소개하거나 폐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활동 중인 폐인은 3만여명에 이른다. 그들의 주요 활동무대는 인터넷으로 현재 개설 운영 중인 '폐인카페'가 300개를 넘어섰다는 게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폐인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이 정상적인 상태를 잃고 아무 쓸모없이 된 사람"으로 인터넷 중독증에 빠진 사람을 가리키던 은어로 통했다.
특히 폐인은 등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 하루 종일 컴퓨터를 붙들고 살면서 다른 사회·경제적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며칠씩 세수도 안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가 하면 밥을 먹으면서도 마우스를 놓지 않고, 열흘이 넘도록 집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다. 그들의 행동은 그야말로 '엽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마니아적인 성격을 띤 폐인 모임이 많아지고 전문분야에서의 지식 정도가 웬만한 전문가의 수준을 능가할 정도가 되자 폐인은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는 부류에서 벗어나 존경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 폐인이 대표적인 예. 그들은 직접 찍은 사진이나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합성한 사진을 올리고 사진기술에 관해 정보를 나누는 게 주된 일이다. 몸에 난 종기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의료계에 종사하는 '디카폐인'들이 병명이나 치료방법을 설명해줄 만큼 그들이 종사하는 분야도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최근 장애인석에서 월드컵 한국-독일전을 관람해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최모씨, 전모씨, 노모씨의 '장애인석 관람장면'이 촬영돼 올려진 것도 한 디카폐인 사이트다.
신조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본지 7월13일자 31면 보도 참조)의 경우도 폐인들이 만들어낸 단어.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다소 황당하고 요상(?)하다고 생각되는 '아??' 사용자들의 모임에는 사회 각층에서 전문가들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 사이트 게시판에 한명이 글을 올리면 첫번째로 답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집착한다.
폐인들은 며칠씩 컴퓨터를 대면한 채 각종 게시판에 의견을 피력하며 정치나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강한 입김을 발휘하기도 한다.
월드컵 때는 몇몇 '축구폐인'들이 경기 스코어와 승패·순위를 예언, 적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