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를 주의하라.’
올시즌에도 어김없이 여성들에게 ‘몰래 카메라’주의보가 떨어졌다.이번엔 디지털카메라다.몰래 카메라도 디지털 시대를 맞았다.
최근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숙지하고 갖가지 풍경 사진을 촬영하는 ‘디카족’(디지털카메라족)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들은 디지털카메라를 늘 휴대하고 다니며 필요한 정보가 보이면 수첩에 적지 않고 디지털카메라에 담는다.디지털카메라를 사진기로 활용하기보다는 하나의 생활용품으로 여기는 족속이 바로 디카족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 음흉한 디카족이 노출의 계절을 맞아 ‘몰디카족’(몰래 디지털카메라족)으로 전향했다.노팬티 여성이다 싶으면 지켜보다 ‘찰칵’,수영복 사이로 맨살이 드러나도 또 ‘찰칵’이다.
몰디카족임을 자처하는 오모씨(30·무직).100여만원을 들여 128Mbyte 메모리칩과 고배율 줌이 장착된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다.그가 촬영을 위해 찾는 장소는 일정한 편.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오후 1∼4시께,노출 여성이 많이 오가는 서울 강남,명동 등 번화가와 도심 수영장 등이 그곳이다.이곳 전망 좋은 건물 창가와 계단 밑은 오모씨가 선호하는 명소.때문에 오씨뿐 아니라 다른 몰디카족간 좀더 야릇한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자리싸움마저 벌어질 정도다.
야한 옷차림의 여성은 일단 몰디카족의 표적이다.이런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다가 조금이라도 노출 장면이 목격되면 어김없이 카메라 렌즈를 잡아 당긴다.수영장 선탠 의자와 여성 탈의실 입구도 이들의 시야 안에 있다.정확한 포커스를 위해 아예 삼각대까지 설치하고 주저앉아 셔터를 눌러대는 열성적인 몰디카족도 흔하다.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이 이들의 파파라치 욕구를 부추긴다.마음에 안 들면 즉석에서 언제든 지우고 다시 쓸 수 있고 찍자마자 카메라에 달린 모니터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야한 부분을 확대할 수 있고 컬러와 농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말초신경마저 자극하고 있다.
몰디카족의 ‘작품’은 사이버 공간을 떠돌기도 한다.지극히 음흉한 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비공개 사이트를 만들어 자신이 찍은 사진에 작품명과 주석까지 붙이기도 한다.일부 성인 사이트는 몰디카족이 찍은 사진을 공모하기도 한다.한 성인사이트를 운영하는 최모씨(23)는 “지난 4월부터 공모를 시작했다.노출의 계절이 본격화된 7월 초부터 몰디카족들의 사진이 속속 올라와 지금은 수백장에 이른다”며 “해외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몰디카족의 횡포를 감지한 여성도 늘고 있다.얼마 전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갈아 입고 있는 모습을 찍혔다는 오모양(19·경기도 J대)은 “주위 사람이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비춰졌다”며 “수영장에서 옷을 갈아 입을 때,치마를 입고 앉을 때 여성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