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닦는 일...
시체 닦는 일을 한지 벌써 다섯달 하고 열흘이 되었다. 처음으로 한 일 치곤
능숙하게 하려 했지만, 아직도 건드리면 발작하거나 떠는 시체들을 보면
공포스러운 것은 고사하고, 무서운 생각조차 들지 않도록 하얗게 되버렸다.
친구들은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어차피 거짓말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어!" 라거나 "나 백수됐어!" 라고 둘러대곤 했다.
사실 이런 일을 하자면 은근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나 혹은 이 일에
대해 신비주의적 가치관을 갖기 급급한 사람들 때문에 난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쏠리는 오바이트와 시체라면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쳐다도 보기
싫었었는데, 이젠 그것을 봐도 넌덜머리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싫은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다가 갈때는 심장박동이 더 커지곤 한다.
밤에 길을 가다가도 그것의 모습이 어른거려서 밤에는 가위에 눌리기 일상다반사며
심지어는 악몽까지 꾸게 되니..남들이 만약 한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말려야 하지만 어차피 나도 이 일을 하게 된 사람이고, 이 일을 말리려 한다면 결국 나도 그들과 똑같은 집단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요새부터 이상하도록 어깨가 무거워 왔다. 게다가 가위까지 눌리게 되니,
가위에 눌릴 때는 눈을 감아도 보이게 되는 존재로 인해 무서움에 치가 떨렸다.
* * * *
"정우야.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보이는데?"
"눈 밑이 파랗잖아. 꼭 죽은 사람같아."
"진구. 어떻게 알았니..나 어제 저승 여행 갔다왔는데.."
"푸헐.. 너가 그랬음 난 저승 할애비에 갔다왔겠다."
내 눈밑이 그렇게 파란가..난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진구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파란 것은 아니다. 약간 검게 변하려 하는 것일뿐..아무 이상도 없었다.
* * * *
새해가 밝아오려 했다. 11시 58분경이 되자, 모두들 촉각을 세우며 긴장을 한 모양인지 시계가 00시 정각을 가리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오후 늦게 들어서 죽어버린 시체가 지금에야 들어왔기 때문이다.
난 아직 교통사고나 잔인하게 죽은 시체를 다루진 못한다. 그것은 노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이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하면서 하려면
뭔가의 기술이 있는 모양이다. 난 쉬워보이는데..
내가 다루고 있는 시체는 안타깝게도 심근경색으로 응급차에 실려오다가 응급실로
이동도중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을 한것이라고 한다. 사실 죽은 시체들은 죽게 되면 항문이 열리고 동공이 커지며, 혈액의 순환이 멈추게 되어버려 사실 이물질이
많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직업이 생긴 것이고 말이다.
새해가 되는 것도 못보고 죽은 시체만 불쌍하지..다른 것은 없을 것이다.
시계가 00시를 가리켰다.
일을 마친 사람들은 밖에서 텔레비젼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축하한다고들 서로 등을 두드려 주고 있었다.
"조정우. 새해야. 새해라구.."
문틈으로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며, 기분이 좋아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주씨 아저씬가보다!'
시체 주변의 이물질을 닦아주면서, 장의할 때까지 썩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소독약을 발라주었다. 병균이나 기타의 것이 침투하게 되면 시체는 썩어내려가기 때문이
다. 강한 소독약이기 때문에, 장갑을 무려 세겹이나 끼고 했다.
* * * *
요새는 일이 없어서, 영안실에 있는 시체들을 경비를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요즈음 그곳을 지키는 경비아저씨가 아파서 입원을 하는 바람에 다른 아저씨가 오기 전까지 우리들이 돌아가며, 그곳을 지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도 별로 무서울 것 같지 않았는데, 무섭기도 하고..이상한 울음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섬짓한 기운이 여기저기서 느껴져 왔다.
'무서운게 아냐..무서운게 아냐..'
난 계속 머릿속에서 이미지트래이닝을 하듯 계속 암시를 했고, 세뇌를 시키려고 주저리 주저리 수다도 떨고 아무도 있지 않은데, 떠들어 대면서 긴장을 풀어나갔다.
그런데..
뭔가가 내 앞을 지나가 버렸다.
뒷 모습이 꼭 주씨 아저씨처럼 생긴 사람이었다.
'분명 내 담당인데..주씨 아저씨가 왜?'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난 주씨가 사라진 곳으로 발길을 돌려 다가갔다.
이상할 정도로 긴장이 스며들어 오는 것이 평소의 내가 아니었다.
손에선 손전등을 너무 들고 있어서, 아니면 무서워서 그런지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다리는 점점 풀려져 나가려는데, 그 순간을 극복하지 않는다면..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되버린다.
난 하얀 문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 옆에 까만색 문이 있었다.
'이런게 있었나?'
난 호기심에 그곳의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잖아!'
난 다시 한번 그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는게..혹시 아무도 없어서인
모양이다.
난 그곳의 문손잡이를 돌렸다. 잠기지 않아서 잘 열어졌다.
천천히 열려고 했는데..
문이 확 열려버렸다.
"으아아악!"
놀란 나머지 난 뒷걸음질 치면서 열려진 그것에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런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라도 있을까 싶어 그곳을 들어가선 계속 벽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스위치는 고사하고 기분 나쁠 정도로 차가운 무엇이 만져지는 것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누구야? 장난치는거야?"
난 그곳에서 다른 누군가라도 있으면, 들릴세라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그러나 인기척도, 그 무엇도 없는 그곳은 혼돈과 같이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내몰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곳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데, 뭔가가 내 발을 잡고는 놔주려 하지 않았다.
"으어아아아!"
난 있는 힘껏 발을 빼려고 했으나..이상하게 내가 파워에서 밀렸다.
난 주저 앉게 되었고, 그곳에서 낯설지 않은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날 닦아 주었지! 날 더 닦지마! 쓰라려..그 소독약이 쓰라리단말야!"
"?? 무슨 소리야..아~!"
"난 안죽었어! 안죽었다고..나와 같이 살자! 나와 같이 살자구!"
"허헉!"
날 잡은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그동안 닦아왔던 시체들의 원혼들이었다.
그동안 믿지 않았던 것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뒤에 있던 까만색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영원히..!
* * * *
"저 시체 닦는 일 하려고 왔는데요!
보수는 얼만가요?"
"여자의 몸으로? 안돼. 여자는 시키지도 않아요."
"아니에요. 저 할 수 있어요."
"글쎄..그럼 이력서 두고 가세요!"
끝~!
<과거에 썼던 단편입니다..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장은혜 07/20[17:03] 211.55.248.87
정말정말정말로 무서붤ㅇ
◎ 이유경 (lyk8262@i5425.com) 07/22[14:05] 211.226.169.29
야~~ 정말루 무서븐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