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사회의 한 공간에 조용히 숨쉬고 있기에.....
그 누구를 떠나서...
그 안에 자신을 내 맡길 수밖에는 없다......
물론..... 어떤 생각이 편견이고 고정관념인지는......
훗날 역사가 판단해야 할 일이겠지만......
적어도 녀석에게만은... 역사의 판단 이전에 희생을 강요받아야만 했다.......
*십새끼 친구...*
내가 한참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그 시절은.. '폭력서클'과 '왕따'등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기 시작했었다........
물론 우리 학교도 그 이슈의 주된 곳 중에 하나이다 보니.........
힘없고 빽 없는 녀석들은...
졸라 괴로운 학교 생활을 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피해자에 끼지를 않았으니.......
그것은 내가 싸움을 잘해서도 아니고......
졸라 똑똑한 초 천재의 두뇌를 가져서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오직.... 내 짝꿍을 잘 만난 덕이었다.........
그 녀석은... 중학교 시절부터 동네를 주름잡던 싸움꾼에다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소년원'까지도 감상하고 왔던 녀석이기에.....
학생들 사이에서의 그의 입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었다.....
그러한 녀석의 특기는 물론 싸움이겠지만.....
녀석의 취미는 조금은 색달랐으니.....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참견' 정도의 단어가 될 것이다.......
특이하게도 녀석은...
남들의 일에 졸라게도 참견을 해 댔고......
특히... 공부를 조금 한다는 애들에게는 더더욱 그 참견이 심했었다.........
전교에서도 꼴찌는 맡아놓고 다퉜던 그 녀석이......
반에서 일..이등 하는 애들에게......
"야 임마...... 영어 공부는 그렇게 하는게 아냐......... 영어는 말이지 이렇궁 저렇궁해야 하는거야.........."
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공부좀 한다는 애들이... 그 녀석의 행동에 비웃음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공부 좀 한다는 사람 중에 하나였었고......
녀석의 참견은... 나라고 피해가진 않았다........
모르는 영어단어를 찾느라.. 영어사전을 펴놓은 체...
단어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녀석은 내가 공부하던 모습을 지켜보더니.....
"얌마... 단어 정리하면.. 유의어도 적어야 할 것 아냐........."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유의어도 중요한 단어라면 당연히 정리해야겠지만.....
그때의 내가 찾았던 단어는...
그 유의어 중에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었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말에 따라.....
중요하지도 않던 유의어들을 단어장에다 모조리 옮겨 적었다........
옮기지 않았다가는 녀석에게 맞지나 않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러한 참견을 했을 때의 녀석은.....
사뭇 진지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듯 진지한 사람의 태도를.. 스치듯 쉽게 지나치는 이는 되지 못하기에.......
녀석이 내게 참견을 할 때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녀석의 말을 존중해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태도가.... 녀석의 마음에도 다가왔는지.....
녀석은 내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렇듯 우리는 둘도 없는 친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우리 반은 학교에 일찍 온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정했던 시스템이라....
녀석과 나는....
항상 창가 쪽의 제일 뒷줄에 앉았고.........
그렇게 우리는 짝꿍으로서의 생활을 보내게 된 것이다......
우리학교는 유독 보충 수업을 중요시하던 학교인지라.....
보충 수업에 빠지면...
담임 선생님에게 빠따를 열대씩이나 맞았어야 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 날 녀석은.. 이틀 연속으로 보충 수업을 빼 먹었고......
녀석은 자신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 내게 상담을 해 왔다.......
"다진아....... 나 이틀씩이나 보충 수업 빼 먹었는데.. 어쩌면 좋냐.........."
"어쩌긴 어쩌냐...... 이십대 맞으면 되지...........(무덤덤....;;)"
"야......!! 너 내 친구 맞냐........??"
"내가 니 친구였었냐........?"
"시발놈.......-_-a"
지난 여름방학 때...
나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무려 일주일씩이나 빼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썼던 방법이......
머리를 삭발하고... 졸라 침울한 표정으로 담임 앞에 찾아가는 것이었다.......
담임은 삭발된 나의 모습에 많이 놀라워하셨고.....
나는 그러한 선생님에게 아주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힘없는 나의 목소리에.....
담임은 그 어떤 이유도 묻지 않은 체..... 나를 조용히 교실로 되돌려 보냈었다.......
물론 반 아이들은 난리도 아니였다.....
자신들은 보충수업을 하루만 빠져도 열대씩 맞았어야 했는데.......
일주일씩이나 빠진 나는.... 한 대도 맞지 않고 돌아왔으니.......
어떻게 배가 아프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녀석에게 그 때의 일을 얘기해 주었고......
녀석은 그 날 당장 삭발을 하고는.......
담임에게 찾아갔다......
역시도 담임은 그런 녀석의 몰골에...
많이 놀라워하셨고......
그때 담임은 아주 나즈막히 녀석에게 말했다고 한다......
"너..... 학교 규칙에 삭발하면 안 된다는 거 알아 몰라...... 너 지금 나한테 개기는 거냐........??"
그날 녀석은.....
학교 규칙을 어긴 죄로..... 자신이 맞아야할 20대에 2를 곱해서.......
40대를 맞고 돌아왔었다...........;;
녀석은.... 평소 선생들에게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나와 녀석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시각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나는 그러한 것이 당연히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 선을 넘어갔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 또한 사람인 것이다.......
나는... 내가 아끼던 그 녀석을........
공부 좀 한다는 녀석들이.. 은근슬쩍 무시하고 비웃는 것도 싫었고.......
선생들의 그를 바라보는 태도 또한... 상당히 마음에 거슬리곤 했었다......
따라서 나는....
녀석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
"야..... 이번 모의고사에서 넌 내 이름으로 답안지 내라....... 난 니 이름으로 답안지 낼테니............."
"갑자기 그게 뭔 소리래........??"
"임마..... 학교를 한번 뒤집어 보자구............ 흐흐......."
그 달의 모의고사 시험에서.....
나와 녀석은 서로의 이름을 바꿔 답안지를 냈고.......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왔을 때... 학교는 뒤집히고 말았다........
항상 전교 꼴지를 다투던 녀석이.........
전교 3등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날의 사건은.. 담임에 의해 결국 발각되긴 하지만.......
평소 그를 무시하던.. 공부 좀 한다는 녀석들의 놀라는 표정과......
선생님들의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와 녀석은 정말로 통쾌해 했었다.....
그렇게 우리의 우정은...
조금은 특색있게 키워져 나갔고.......
겨울 방학이 다 되어가던 학기의 마지막 쯤이었다.........
녀석이 또다시 사고를 치고야 말았던 것이다......
우리 학교의 근처에는 엘리트들만의 집합소라는 과학고가 있었고......
녀석은 과학고에 다니던 학생들을....
두들겨 패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녀석의 그러한 사고에.... 학교는 또다시 뒤집어 졌고.......
결국 녀석은 퇴학의 위기에 처해지고야 만다......
그때 녀석은... 불안한 표정으로.....
내게 이런 말을 건넸었다......
"그 놈들...... 맞아도 싼 놈들이었어......... 그 놈들이 우리학교가 똥통이라고 하면서 웃고 있잖아........
그 말 듣고 어떻게 내가... 참을 수가 있냐.......??
그래도 내가 먼저 주먹을 날리지는 않았어...... 나도 머리가 있는 놈이야........
감방까지 다녀왔는데... 어떻게 내가 또다시 쌈질을 하냐......
처음엔 나도 그 놈들에게 말로써 사과할 것을 얘기했지만..... 그 놈들은 나의 말을 사정없이 무시했고........
결국 주먹을 먼저 날린 것도 그놈들이었어............."
그래.... 녀석의 말대로.......
먼저 주먹을 날린 것은 그 놈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원'까지 다녀온 녀석의 그러한 말을........
그 누가 믿어준단 말인가.......
과학고 학생들의 말은..... '다짜고짜 녀석이 자신들에게 주먹을 날렸다'는 거였고...........
결국 우리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과학고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담임의 간곡한 만류로....... 녀석은 퇴학까지는 당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학교의 이미지를 위해.........
다른 학교로 강제로 전학을 가야만 했다.........
녀석과 나는.... 그렇게 헤어져야만 했고........
우리는 안타까운 사회의 시선에....
잠시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녀석이 학교를 떠나던 날......
나는 한없이 눈물을 쏟으며.....
녀석에게 화를 냈었다........
"야이 십새야....... 그러게 평소에 공부 좀 잘하지...............!!!
야이 십새야........ 그러게 평소에 싸움질은 왜 한거야................!!!
야이........ 십새야.................
야이.. 십새야........."
우리가 숨쉬고 있는 이곳.......
이곳의 생존 법칙은... 남보다 조금 더 우월해지는 것이다........
조금 더 우월한 사람은....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깔봐도 되는 법이고......
남보다 뒤쳐진 사람들은.... 그러한 이곳의 법칙에 의해.....
자신의 진실마저도 묻혀져버리곤 한다......
녀석은 이곳의 생존 법칙에서 뒤쳐졌고.....
녀석의 진실은... 그렇듯 합법적으로 묻혀지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그런 녀석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결국은..... "야이.. 십새야............" 밖에는 없었나 보다......
나는 친구로써 녀석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녀석이 빨리... 이곳의 더러운 생존법칙을 알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