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내 전화에 이어 초고속인터넷 시장도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업자간 뺏고 뺏기는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정액만 내면 무제한 통화할 수 있는 정액제 전화상품이 국내 통신사상 처음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VDSL이란 신기술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새로운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이같은 새 기술과 신상품은 모두 최근 두달도 안되는 사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소비자들로선 서비스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유선전화에서보다 더욱 치열하다. 유선전화는 어차피 수익성이 없고 돈을 버는 사업은 초고속인터넷인 만큼 사업자마다 초고속인터넷에 진짜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전화 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사석(捨石)으로 활용될 정도다.
유선전화는 KT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45.7%(KT), 28.6%(하나로통신), 13.1%(두루넷) 등으로 분할돼 있다. 여기에 가입자수는 이미 1천만명을 넘어 신규시장이 얼마남지않은 상태다. 자연히 뺏고 뺏기는 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싸움에 불을 붙인 상품이 VDSL이다.
VDSL(Very High-bit rate Digital Subscriber Line)은 데이터전송속도가 최고 13Mbps까지 나와 지금의 ADSL보다 10배 가량 빠르다. 사용자 대부분이 “정말 빠르다”고 소감을 밝힐 정도다.
여기에 비대칭형인 ADSL과 달리 다운로드와 업로드 속도가 같은 대칭형으로 서비스되고 있어 영상회의, 사이버 반상회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장비 원가마저 ADSL보다 1회선당 2만원 가량 더 싸져 ADSL을 대체하는 완벽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ADSL은 가고 VDSL이 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KT가 선제공격=ADSL 투자비 회수가 덜 된 상태에서 지금 쓰는 데 별 문제가 없는 ADSL 장비를 뜯어내고 새 장비를 설치하려면 부담이 만만찮다. 여기서 자금력이 있는 KT가 지난 8월 시장에서 먼저 치고 나왔다. 신규 시장중 아파트 단지는 모두 VDSL로, 일부 기존 시장에서도 ADSL과 병행해 VDSL을 깔고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전국 400여개 아파트 단지에 8만회선을 설치해 2만5천여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KT는 하나로통신의 하나포스 가입자가 많은 아파트를 골라 ‘표적공격’을 했다는 게 하나로통신의 주장이다. 질 좋은 상품을 같은 요금에, 그것도 경품까지 내걸고 유치마케팅을 벌여 하나포스 가입자를 하루 2,000명꼴로 빼갔다는 것이다. 하나로통신이 시내전화 완전정액제를 내놓으며 KT를 정면 공격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같은 ‘VDSL 감정’이 있다.
◇불뿜는 공방전=실제 KT는 지역에 따라 설치비와 1개월 사용료를 무료로 해주고 모뎀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등 VDSL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조직에 주는 가입자 유치수수료를 1명당 종전 3만~4만원에서 6만~8만원으로 올리는 가 하면 다른 회사에서 옮겨오는 사람에게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기도 한다. 이번 기회에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하나로통신도 가입비·설치비와 1개월 사용료를 무료로 해주고 패션알람시계와 보플제거기, 마우스 등을 사은품으로 주면서 ADSL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방어적 차원에서 VDSL도 함께 추진, 현재 수도권의 41개 아파트 단지에 VDSL을 설치해 77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온세통신은 자사 신비로샤크에 가입하면 화상카메라, 제주도 숙박권, 김치냉장고 할인권 등의 상품을 주거나 현금 4만원을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타사 고객이 전환해오면 위약금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두루넷 역시 가입비·설치비와 1개월 사용료 무료에 타사에서 옮겨올 경우 추가 1개월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고 지역에 따라 개통장려금 2만원과 5만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두루넷도 다음달초 전국 7개 도시에 4,000여가구를 대상으로 VDSL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 선택=VDSL 요금이 기존의 ADSL과 같이 때문에 VDSL로 바꾸어 손해볼 게 없다. 그런데 VDSL이 기존의 ADSL과 섞여 KT의 경우 같은 ‘메가패스’로 서비스되기 때문에 브랜드만 보아선 구별할 수 없다. VDSL은 또 설비가 갖춰진 곳에서 반경 1㎞ 가량 이내에만 서비스되는 특성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만 제한적으로 깔리고 있다.
사업자가 아파트 주민의 협조를 받아 VDSL 장비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 VDSL 장비가 들어와 있는지 전화(100)로 확인해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종탁기자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