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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제도입 유선전화 무한경쟁 돌풍

 
KT 전화 가입자 중 2백50만여명은 요즘 KT에서 날아온 간단한 우편물을 받았다. “고객님은 시내·시외전화 맞춤형 정액제에 가입한 것으로 돼 있으니 확인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우편물이다. KT 직원들이 당사자 동의없이 정액제 상품에 가입시킨 사례가 발견돼 물의를 빚자 KT가 정액제 가입자 전원에게 우편물을 보낸 것이다. 소비자들로선 가입 여부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무한경쟁 도화선=이 요금제는 최근 1년 평균 통화요금에 1,000~5,000원을 더 내면 제한없이 통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품.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 정액제가 유선시장에 무한경쟁을 몰고온 도화선이 됐다.

가장 먼저 시외전화 사업자들이 정액제 시장에 함께 뛰어들었다. 데이콤이 KT상품 출시 열흘 만에 KT것과 똑같은 시외전화 맞춤형 정액요금제를 내놓았고 한달쯤 뒤에는 온세통신도 같은 상품을 내놓았다.

KT의 정액제에 가장 자극받은 곳은 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다. 1998년 사업을 시작해 이제 5년째 접어들지만 서비스제공지역의 한계 등 문제로 가입자 늘리기가 벽에 부닥쳐있는 하나로통신은 KT가 정액제를 내놓고 대대적인 고객유치에 나서자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다.

이에 하나로통신은 월 7,700원, 또는 5,200원(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와 함께 사용할 경우)만 내면 무제한 쓸 수 있게 하는 시내전화 완전정액제를 내놓고 정면 승부를 걸었다. 이 상품은 KT와 달리 기존 통화요금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무조건 월정액을 받는 것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정액제라 할 수 있다. 하나로통신은 이 상품 출시와 함께 “KT의 맞춤형 정액제는 소비자 요금을 편법 인상하는 속임수”라는 광고를 실어 KT를 공격했다.

◇소비자 선택=두 회사의 이번 싸움은 과연 어떻게 결말지어질 것인가. 그보다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정액제에 가입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유선전화 사용패턴을 점검해보는 게 좋다.

현재 KT 전화가입자들의 1인당 월평균 통화료는 시내전화 4,096원, 시외 4,389원이다. 여기에 기본료 5,200원이 붙으므로 월 9,296원(시내) 및 9,589원(시외)을 내는 게 보통이다. 정액제는 월평균 통화료 1만원 미만인 경우 추가요금을 1,000원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1만1천원 이내에서 전화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소비자들이 놓치기 쉬운 대목이 있다. 1,000원의 추가요금이 ‘전화요금’이 아니라 ‘통화요금’, 즉 기본료를 뺀 통화료에 붙는다는 점이다. 전체로 보면 1만원에서 1만1천원을 내게 되니까 추가 요금부담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기본료 5,200원은 정액제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붙는 것이므로 실제 추가부담은 통화료 4,000원에서 1,000원을 더한 것, 즉 25%에 이른다. ‘+10% 상품’이 아니라 ‘+25% 상품’인 것이다.

하나로통신의 완전정액제도 역시 선택의 포인트는 1인당 월평균 통화료에 있다. 이 회사 전화가입자의 월평균 통화요금은 3,300(음성단독)~3,600원(하나포스 동시이용자) 가량이다. 하나로통신은 기본료가 3,500원 또는 1,000원(하나포스 동시가입자)이므로 실제 부담해야 하는 전화료는 6,800원 또는 4,600원이다. 이번의 정액제 요금이 7,700원 또는 5,200원(하나포스 동시가입자)이므로 액수로는 플러스 900원 및 600원, 비율로는 ‘+13%’ 상품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선택은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요금 때문에 유선전화를 아껴쓰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추가부담으로 전화를 마음껏 쓰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도 요금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만큼 전화를 쓰고 있다면 정액제는 들지 않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업자 득실=KT와 하나로통신의 득실 포인트는 서로 다르다. KT는 정액제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정액제 이후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추가적 원가부담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내·시외를 합쳐 5백만건의 가입을 유치했다면 월 50억원의 추가수입이 고스란히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정액제에 따라 통화량이 늘어나면 KT에 줘야할 접속료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현재 하나로통신 가입자의 1인당 월평균 통화량이 2시간30분 가량이고 이에 따른 접속료가 2,263원이다. 정액제로 인해 통화량이 50% 늘어날 경우 접속료 부담이 3,400원 가량으로 높아진다. 정액요금 5,200원 받아서 접속료 주고나면 원가에 못미치는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정액제가 소비자들의 전화패턴에서 이동전화 대신 유선전화 사용빈도를 더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는 두 회사 모두에 이득이 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김현종 연구원은 “하나로통신이 KT에는 금지돼 있는 ‘음성전화+초고속인터넷’이란 결합상품으로 KT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건전한 경쟁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것”이라며 “다만 그 도가 지나쳐 반경쟁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정부가 유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탁기자 jtlee@kyunghyang.com〉

2002-10-25 06: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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