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작업장 알바24시…'마약중독자'보는듯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외진 골목길에 위치한 허름한 3층 건물. 리니지 게임을 이용해 전문적으로 돈벌이를 하는 ‘작업장’이다.
컴퓨터와 알바(아르바이트생)가 24시간 돌아가면서 돈벌이를 하는 전문적ㆍ조직적 방식.
지난 4일 오후 2시, 어두운 계단을 뚫고 3층 쪽문을 열자 10여 평 정도의 작업장이 한 눈에 들어 온다.
10여 대의 컴퓨터가 줄 서 있고 4명의 작업 알바들이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쑥 들어간 눈과 검푸른 색의 눈자위는 마치 마약 중독자를 보는 듯하다.
담배 연기로 누렇게 바랜 벽 한 켠에 간이 침대가 놓여 있고, 신발과 라면 봉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작업장 알바’들의 생활상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는 실업자 알바 성 모 씨(26). 그는 자신의 하루는 ‘게임’과 ‘잠’ 두 단어로 족하단다.
신발 가게를 운영하다 9개월 전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를 도와 이곳에서 일해 왔다.
리니지 4년 경력의 성 씨는 “사냥(작업)하면 컴퓨터 한 대당 하루 100만 아데나(게임상 화폐ㆍ현금으로 환산하면 7~9만 원)를 번다“면서 “작업장 주인의 월 수익은 500만 원이 훨씬 넘는다”라고 말한다.
20대 초반의 백수(실업자)들인 알바들은 보통 한 달에 50~60만 원을 받는다. 알바 중에는 게임에 미쳐 학교도 가지 않는 중고생들도 수두룩하다.
중고생들은 30만 원 정도의 헐값에 강도 높은 작업을 시킬 수 있어 작업장 주인들이 선호한다고 귀띔한다.
성 씨는 아침 9시~저녁 9시 12시간 동안 알바로 게임을 하고, 그 후부터는 직접 아이템 거래를 위해 게임을 하느라 새벽 신문배달부 소리가 들리는 4시에야 허름한 침대에 몸을 맡긴다.
“한 달에 세 번 정도밖에 집에 못 들어간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척 피곤해서 술 먹고 잠들기 일쑤다.”
게임의 폐해에 대한 말도 잊지 않는다. “리니지에 미쳐 운영하던 룸살롱과 집까지 날리고 부인한테 이혼 당해 지금은 일용직으로 먹고 사는 형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리니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성 씨는 “이 같은 리니지 작업장이 전국에 수천여 곳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특히 중고생들이 학교도 가지 않고 알바로 일하며 몸을 망쳐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인용 게임의 현실성에 대해 이곳에서 일하는 알바들은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하거나 형이나 아버지 주민번호로 계정을 만들어서 게임을 하면 된다”면서 무용론을 폈다.
성 씨는 “리니지란 게임 세계는 사회생활보다 더 복잡하고 추잡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