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골목길을 나와서 어떤 사나이가 단독주택이라고 씌여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한손에 꽃을 들고 있던 그는 누가 보면 자칫 스토커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마누라가 오늘은 좋아하겠지..'
내내 싱글벙글한 웃음을 지울 길이 없는 그는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1층의 계단을 밟아 올라선 뒤 2층..그의 단독주택의 집은 양쪽에 문이 있는 그러한
집이었다. 그는 벨을 누르며 기척을 기다리려는 듯 어느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 잠복하듯
숨어 있었다.
"누구세요?"
어떤 여인이 국자를 들고선 안에서 나왔다.
그 여인을 발견한 그는 그녀에게로 서서히 조심스럽게 소리라도 날 새라 동동 걸음을
걸으며 그녀에게로 다가가는 듯 했다.
'하나..둘..셋~!'
"꺄아아악!"
"나야..나라구..놀랬지?"
그는 그녀의 앞에서 들고 있던 것을 내밀며 멋쩍은 미소로 말했다.
"뭐에요..놀랬잖아요."
그녀는 그의 가슴을 두들기듯 패며 말했다.
'힘이 샌걸..'
그는 그녀의 주먹 세례를 받아도 그저 좋다는 듯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고 있었다.
"아..배고파..저녁은 다 됐어?"
"그럼..닭도리탕 해놨는데..약제도 넣고 해서 아마 맛은 최고일 거에요."
"이야~ 군침 도는걸..어서 가서 잡아먹자."
"그래요. 그럼 우선 씻으세요...세상에 옷 좀 봐..무슨 일 터졌어요? 맨날 땀에 쩔어선...
그나마 겨울이니 땀이 별로 안 난 모양이네요."
그는 그저 부드럽도록 옅은 미소로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
쏴아아아~
샤워실에서 물을 맞이하듯 그는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그리고 주방에서부터 날라오고
있는 음식 냄새에 그는 행복한 듯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부스를 마이크 삼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여인은 모처럼의 조촐한 저녁으로 기쁜 듯 그녀 역시 콧노래를
부르며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방에서 자던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나왔다. 시끄러운 듯 아이는
눈을 비비며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의 품에 파묻혀선 볼을 부벼댔다.
"엄마..누구 왔어?"
"조금 있다가 저녁 먹을 거야..너두 얼른 아버지 있는 곳에 들어가 세수라도 해."
"그냥 먹으면 안돼?"
여인은 아이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안돼요..가서 얼렁 아빠보고 씻겨달라고 해."
"씻는거 귀찮은데.."
아이는 툴툴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인은 또 다시 음식 준비를 서둘러 하는 듯 했다.
저녁 7 시..
남자는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싸고 있었다. 그리고 세수만 시켜달라고 조르던
아들도 아마 같이 목욕을 하기라도 한 듯 깨끗한 상태였다.
'제법이네..'
여인은 차려진 밥상으로 남편과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맛있는 것이 차려졌다며 먼저 숟가락을 들어버렸다.
"천천히 먹어..안 그럼 탈난다."
"쩝쩝쩝..넵~..쩝쩝..쩝쩝쩝.."
아이의 게걸스러운 듯한 식욕에 흐뭇한 듯 어머니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당신도 어서 들어요."
"음..야~! 이거 완전히 다른 사람 불러서 식사해도 되겠다..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
"음..모르셨나부네?"
새초롬한 듯 그녀는 안색을 찌푸렸다.
"뭐가?"
"..나 말 안할래요.."
"쩝쩝..쩝쩝..무..슨..날인데..?"
"정말 몰라요?"
그녀의 물음에 그는 이리 갸웃 저리 갸웃하며 달력을 살피기도 하고 스케쥴표도 함께
살피는 듯 했다.
'어떻하지..만약 결혼 기념일이나..자기 생일이라고 하면..참..아까 꽃 줬으니까..그건
넘어 간 건가? 아!! 모르겠다..아님 아들 생일인가...'
그이가 당황하는 모습에 귀여운 듯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넘어오는 웃음을
참는 듯 배를 움켜쥐었다.
"하하..하하하하...아..하하하..당신 ... 정말로 바본가봐요..하하..아하하하!!"
그녀의 말에 그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그녀의 웃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 듯 했다.
그리고 옆에선 아이가 뭔지 모르는 어머니의 웃음소리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아하하하..미안해요..오늘 당신 귀빠진 날이야...아하..아하하하!"
"그게 그렇게 웃겨?"
"그럼 안 웃겨요. 이봐요. 얼마나 정신없이 살길래..자기 생일도 몰라요.
내참..다른 애들은 자기 생일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더구만.."
"그래...나 골통이라서 내 생일도 까먹는다.."
"엄마! 골통이 뭐야?"
"어? 여보..애들 앞인데 말은 가려서 해야죠."
"욘석이 저번엔 개지랄이 뭐냐고 묻더니만 욘석..순 욕만 배우려고 들어..앗!"
순간 그는 자신이 마누라 앞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했다.
그리고 그의 마누라는 분노의 빔을 발사하면서 입술을 씰룩이며 말했다.
"여..보~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아니..그게 아니라..저기 그게.."
"이놈이..배울걸 배워야지.."
그의 마누라는 화가 나면 머리에 총 맞은 새처럼 이성을 잃는 것이 버릇이었다.
띠리리리리~
"여보..애 너무 잡지마! 여보세요?"
{{단 계장님..저 채 경장입니다.}}
"그래서..무슨 일인데?"
{{익명의 제보가 와서요. 지금 사건 현장에 와 있습니다.}}
"알았어..아~ 저녁도 못 먹었는데..기다려..어딘데.."
{{서울 강남 지점입니다.}}
그는 인상을 구기며 전화에 대고 화풀이라도 하듯 끊어대었다.
'아~ 젠장할...'
그는 미안한 듯 시선을 마누라에게 고정 시켰다.
그녀는 남편이 어디로 가야할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가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는 듯 했다.
"다녀오세요. 대신 사고 나서 돌아오면 당신 죽음이야!"
"물론이지..당신 힘은 너무 새거덩.."
그는 단복 차림에 두터운 옷을 챙겨 입었다.
계단이 별로 높은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빨리 가고 싶을 땐 이층 높이의 단독주택의
베란다를 이용해 아래로 착지하는 것이 그의 특기였다. 그는 오늘도 그 길을 이용하려는
듯 심호흡을 했다.
"여보..애 눈 가려.."
"근데 밑에 빙판 길이던데.."
그녀는 아이의 눈을 가리며 걱정스러운 듯 인상을 구겼다.
"그래도 괜찮아. 나가 말이여..이곳을 한 두 번 왔다 갔다 한 것이 아닌게..
걱정마쇼..마누라!"
그는 마치 자로 재단을 해 가듯 각도 계산을 하고 있었다.
'빙판은..무슨..아무 것도 없네..'
그는 아무 것도 없다고 믿던 그 바닥으로 발을 옮겼다.
아마 주변에서 본다면 자살시도를 하는 미친X쯤으로 생각할 정도로 그의 몸은
점점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쿠구구궁~
"끄아아악~!"
"어..채 경장..왠 일?"
단 계장과 부딪힐 뻔한 그는 다름 아닌 채 경장이었다.
폭우처럼 내리꽂은 누구로 인해 놀란 듯 가슴을 부여잡으며 숨을
헉헉거리는 듯했다.
"그..그..그야 무..무..무..물론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뭬야?"
채 경장은 베란다로부터 보이는 단 계장의 마누라에게 손을 흔들었다.
"단 계장님의 누라님..꿀물 좀 빌려갑니다!"
"맘대로 해..너 니네 매부 죽이면 알아서 해. 내가 저승까지 쫓아갈 거다"
단 계장의 마누라는 귀찮은 듯 손을 휘저으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쨌든 사건이 터지면 젤 싫어하신다니까...근데 이거 차별이 심한데..
어쨌든 명색의 동생인데..쯧~'
채 경장은 조금 아쉬운 듯 떨떠름한 미소로 단 계장에게 다가갔다.
"가시죠..계장님.."
"내 차 몰고 갈게.."
"안됩니다. 겨우 경찰 차 한 대 빼오느라고 고생했는데..그냥 가요."
"아~ 일생의 도움이 안돼."
"누구는...."
"뭐라고?"
"아..아닙니다. 빨랑 가자구요."
단 계장은 뭔가에 홀린 듯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구랭이 같은 놈..!!'
단 계장은 채 경장이 건네준 사건 파일을 뒤적였다.
종이엔 얼마 나오지 않은 흔적이 있는 듯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무슨 사건이야?"
"강남 쪽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고층 빌딩에서 사는 가족들 얘긴데..
그게..꽤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나 까지 끌고 가는 이유가 대체 뭔데?"
"그게..우리 관할의 건물이라 우리가 가야 해서요."
단 계장은 골치 아픈 일을 맡았다는 듯 구겨진 얼굴로 의자를 뒤로 젖혔다.
"나 그럼 조금 눈감을 테니까..도착하면 알려줘.."
"얘기 마저 안 들으실거에요?"
"가면 알텐데..뭘 들어..가서 검식원에게 물어보면 땡인데.."
'하여튼 귀찮은 일이라면 잠부터 자려는 습성은 여전하다니까..'
채 경장은 빙판이 놓여 있는 길을 피해 조심스레 운전을 하는 듯 했다.
그것은 그와 단 계장이 처남 매부 사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둘은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단 계장과 채 경장이 만난 것은 오래 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년 계장과 경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성격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트러블이
잦았기에 더 그랬다. 단 계장은 잠을 이룰 수 없는 듯 젖혀진 의자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렸다.
'잠은 드럽게 안 와요..에이 절라 열받네.'
채 경장은 능숙한 운전자처럼 핸들을 돌려댔다.
[강남의 모 빌딩]
벌써 경찰차가 왔다간 듯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듯한 곳에선 사악하도록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도로변에서 어쩌다가 나오는 시체의 모습에 사람들은 신기한 듯 아니면 징그러운
듯 고개를 돌리기도 했지만 은근히 즐기려는 듯 실눈을 뜨며 그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부웅~ 끼이익~
도로 가에 경찰 차 한 대가 주차를 시도하려고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로 인해 그들은 그것을 시도할 수 없었다. 짜증이 나는 듯 차안에선 졸다 깬
단 계장이 눈을 부라리며 차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봐요. 당신들..지금 공무집행 방해죄로 모두 끌려가고 싶어? 경찰 차가 뒤에서
오는데 안 비켜? 정말 하룻밤이라도 유치장에서 보내고 싶어서 안달인가부지?"
"어머..별꼴이야..경찰이면 다야!"
"야! 사람 잡겠다..어서 피하자!"
단 계장의 말 한마디에 그 새 몰려있던 인파들은 하나의 길을 내주고 있는 듯 했다.
'정말이지..깡이 날로 갈수록 새다니까..'
앞질러 가는 단 계장의 뒤를 잇고 있는 채 경장은 멋쩍은 듯 그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따라 나섰다.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어차피 이런 일 한번 터지면
구경꾼들 몰리는 것은 당연한데.."
"너 이것저것 다 봐주면 끝이 없다는 거 왜 몰라? 참..기자들은 철수시켰어?"
"왜요? 있으면 좋잖아요..지명도도 오르고.."
단 계장은 한심하다는 듯 멈칫하더니 그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넌 유명해지려고 형사 되려고 하냐? 어쨌든 너 때문에 내가 되는 일이 없어..
왠줄 알아?"
"왜요?"
"한심한 처남을 둔 죄로 맨날 너가 사고 날 때마다 내가 감싸주는 것은 고사하고
맨날 누라에게 얻어터지도록 뒤에서 뒷다마 까는 인간이 누군데 그래..내가 살겠어..
정. 말. 루..살겠다구!"
"근데 남들은 죽겠다하는데 왜 매부는 살겠다고 그러세요?"
채 계장은 위로 올라가려는 듯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말이 실제가 된다고 하는 옛말도 있잖아.."
"미신을 믿으세요?"
"미신이 아니라 그 할애비..아니 할망구라도 난 어쨌든 자식이 둘이나 달린
놈이다..이 말이다..너가 아직도 자식이 없어서 그러는데 달린 식구들이
있어봐라..자살시도하고 그런 넘들도 물론 있지만 난 그렇게 어리석게
살고 싶지 않다 이거야..."
딩동댕동~
"엘리베이터 도착했어요."
채 경장은 귀찮은 잔소리를 들었던 모양인지 귀지를 파며 주머니에 손을 질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단 계장과 채 경장은 금새 놀란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세..세상에나...'
'이..이런..일이?'
그들은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든 듯 열려진 엘리베이터 안을 쉽사리 들어서지
못하는 듯 했다. 피로 얼룩이라도 생긴 그곳은 그야말로 전쟁을 한바탕이라도
저지른 듯 했다. 남들이 보면 살인이 일어났더라도 믿을 만한 자국이 군데군데
역력했다. 채 경장은 두려운 듯 단 계장의 뒤를 떠밀었다.
"매부부터 들어가시죠...전 젊어서 말에요.."
"그..그래봤자 자네나 나나 나이차이가 다섯 살 밖에 나지 않잖아.."
"에이~ 그야 전 틀리죠. 때깔부터 고와서 아마 전 잡아갈 생각도 안 할 거에요."
"때깔이 고우니까..너가 들어가야지..외 있잖아..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순간 채 경장은 무서운 눈을 부릅뜨며 이를 갈았다.
"어서..단 계장님부터 들어가세요~!"
"시..싫어..난 애 아버지라고...달린 식구들 먹여 살리려면 아직 한참 멀었단 말야..!!"
그들은 지친 듯 숨을 헐떡거리며 무언의 휴전을 외쳤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서로 짠 듯 동시에 외쳤다.
"우리 같이 드가자!"
"같이 들어가요..우리.."
모처럼의 얘기가 통했다는 듯 그들은 심호흡을 하고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시간이 별로 흐르지 않은 듯 마치 페인트 칠 한 것이 남아 있는 듯한 혈(血) 자국은
손으로 훝어도 묻어날 만큼 끈적거렸다.
'욘석은 무섭지도 않나? 잘도 핏자국을 주물럭거리네.'
좀 전 까진 두려움에 떨어서 자신을 밀쳐냈던 채 경장의 담력 있는 듯한 행동에
실망을 한 단 계장은 그가 안 보는 틈을 타서 그의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딩동댕동~
13이라는 숫자가 떠오른 엘리베이터는 그 자리에서 숨소리마저 새어나오지 않을 듯
문이 고요히 열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단 계장과 채 경장은 수사관들이
몰려 있는 듯한 대문이 열려 있는 곳을 확인한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엔 깔끔하고도
정리된 듯한 모습의 직위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듯한 인품의 사람이 수사진들과
검식원들에게 지침을 하듯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단 계장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게 누굽니까..오웅천 경감 아니십니까?"
"단 휘 계장님이시죠...오랜만이네요."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원래 이곳이 제 담당이 아닌데..오늘 당직이었는데..우리쪽으로 사건이 접수가 되어서요."
"그러세요?"
단 휘는 마치 속았다는 듯 채 경장을 노려보는 듯 했다.
'그럼 난 여기에 올 필요도 없었잖아..아~ 이 자식 사람을 또 울궈 먹어..나쁜 놈...'
그러나 채 경장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듯 오 경감과 함께 수다를 떠는 것에 여념이
없는 듯 했다.
"오 경감님..사건이 일어난 경위는 어떻게 되죠?"
"글쎄요..지문도 없고..우선 증거가 될만한 중요한 단서도 없어요. 그저 남아 있는 것이라곤
이 집에서 살았던 죽은 사람들의 혈청밖에는 없었다는 것 외에는 별로 순탄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어요."
"그럼..이 사건 담당은 오 경감님 지부쪽 차집니까?"
"일단 우리 쪽에 접수되었으니 그렇게 봐야겠죠. 왜요? 섭섭하세요?"
그의 말에 화색이 돌려고 하는 듯 단 휘의 안면은 떨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고생길이 훤한 사람에게 보일 수 없었으므로 그는 최대한 웃음을 참으려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최대한.. 한편으론 채 경장은 그를 약올릴 찬스를 잃은 듯 허탈한 모양인지
가슴을 두드리며 돌아섰다.
'나이스~ 적어도 마누라에게 얻어터질 염려는 없어졌다..어휴~~'
그는 오 경감에게 예의를 갖추려는 듯 악수를 청했고, 그것을 거절할 뜻이 없는 듯
그의 손을 거절하지 않은 오 경감의 손이 포개졌다.
"그럼 수고하시구요. 그래도 저희가 맡는 관할이니까..무슨 일 있으면 지원은
할 수 있으니까..그땐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편안히 댁에 가서 쉬세요. 전 오늘 아예 밤을 새야 할 것 같습니다."
단 계장은 가벼운 듯 발을 굴리며 휘파람을 불며 차가 있는 곳으로 안착했다.
"좋으세요?"
"그럼..이 상황에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없겠냐..어쨌든..너두 고마해라..
앗싸~ 어쨋든 누라에게 죽을 일은 없겠다.."
"우리 누님이 그렇게 무서워요?"
"처녀 적하고는 완전히 딴판이 됐어..사람이..앗~ 너 앞에서 이런 얘기해 봤자..
소용없을 텐데..."
"뭐..괜찮아요..우리 누님 히스테리의 여왕인 거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까.."
뭐가 그렇게 웃긴지 단 휘는 참아 두었던 웃음을 그제야 터뜨리고 있었다.
채 경장은 싱겁도록 웃는 매부를 한심스럽게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그도
평온한 듯 옅은 부드러운 미소를 띄었다.
시동을 키는 소리가 울렸다.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듯 밖은 너무도 인적이 드물었다. 그러나 그것을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는 단 계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채 경장은 그저 단 계장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마음이 흔들려 사라진 것으로 단정짓고 있었다.
부우웅~ 끼이이익~
브레이크에서 서서히 발을 때내며 액셀을 밟고 있는 채 경장은 그만 실수를 한 듯
시동이 꺼져버린 차에 대고 원망을 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던 단 계장은 그의
갑작스런 운전 실력에 놀란 듯 했다.
"채우원 운전 똑바로 안 해?"
"저..저기..."
"뭔데?"
"오일 제로라고 나오는데요...어떻하죠?"
"어떻게 하긴..이거 뒤 트렁크 열어봐..여분의 오일이 있을거야.."
"어떻게 아세요?"
"이 차 번호표보고 알았다.."
그는 퉁명스럽게도 의자에 기대 있었다.
채 경장은 불만스러운 듯 거드름을 피우는 단 계장을 향하여 가운데 손가락을 먹였다.
그러나 단 계장은 그의 결정타를 볼 수 없던 모양이다. 그저 눈만 감고 있을 뿐이었다.
채 경장은 뒷트렁크의 문을 서둘러 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도 트렁크 안은 지저분했다.
'세상에..좀 치우고 살지..'
차 트렁크엔 거의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조명등은 물론이고 검문봉(붉은 빛이 나서
음주운전자를 잡을 때 사용하는 것), 간이 바리게이트가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채우원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듯 머리를 부산스럽게 쓰다듬으며 난색을
표했다. 안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는 단 휘는 시간이 가는 것이 짜증스러운지 추운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옷을 여며 입고는 차 밖으로 나갔다.
"왜 이렇게 늦냐?"
"매부가 해보세요..이 차 누가 관리하는 건지..드러워서.."
"치우면 되지..아~ 여기 오일 있다..눈 앞에 벌여진 것만 보니..그게 제대로
찾아지니...너와 나의 차이라면 이거다..꼬맹아!"
"그래야..다섯 살 밖에 차이 안 나잖아요.."
"말이 많다. 어쨌든 장갑도 여기 있으니까..너가 알아서 기름 넣어.."
"담배 태우지 마세요..화기엄금이니까.."
"알았다..나도 일찍 죽기는 싫거든.."
채 경장은 불만스러운 듯 차의 엉덩이 부분으로 가서는 오일 뚜껑을 제쳤다.
오일이 들은 통에서 좔좔 흐르는 소리가 채 경장의 귀를 자극했다.
'이거 묻으면 장난이 아니겠는데..'
단 계장은 차에 기대어 담배를 물었다.
사실 안에서 태우고 싶었지만 그의 처남이자 그의 파트너 겸 후배는 그 냄새를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치이익~
담배불에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한 단 휘는 뭔가 고민에 빠진 듯 했다.
'달린 자식들만 아니면 그냥 수사에 연계한다고 하는 건데..내뺀 것이
좀 마음에 걸리네...에라~ 어떻게 되겠지..'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