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모뎀의 오늘과 내일
제 1부 - 케이블 모뎀, 그 속도의 비밀을 파헤친다 (읽으러 가기)
제 2부 – 울며 겨자먹기, 모뎀 임대제의 허와 실
제 3부 – 속도 제한, 포트 제한. 그만 좀 막으세요!
제 4부 – 케이블 모뎀, 그 미래를 엿본다
지난 제 1부,
‘케이블 모뎀, 그 속도의 비밀을 파헤친다’ 에서, 필자는 속도가 잘 안나오는 모뎀이 DOCSIS 1.1 규격에 포함된 concatenation 기능을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메일이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정보를 다시 살펴본 결과, 현재 국내 케이블 모뎀 ISP중 DOCSIS 1.1을 사용하는 ISP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concatenation이 어떻게 지원되는 것일까? 바로 DOCSIS 1.0+ 규격을 통해 가능하다. 이 규격은 Cisco사가 기존의 DOCSIS 1.0 규격에 concatenation 기능 등, DOCSIS 1.1 규격에 포함된 몇 가지 기능을 포함해 만들어낸 변종(?) 규격이다.
자세한 사항은 이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글 읽으러 가기).
지난 제 1부,
‘케이블 모뎀, 그 속도의 비밀을 파헤친다’ 에서, 여러분들은 그동안 ISP가 숨기고 싶어했던 여러가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某 ISP는 ‘속도비리 대책회의(?)’ 를 열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덧글과 메일을 통해 뜨거운 격려를 보내 주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필자는 힘이 솟는다.
따라하지 마 임마… 왜 내가 한걸 따라하냐?
(사진은 특정 인물과 관계 있을지도 모름)
아울러 필자는 제 1부의 마지막에서, ‘똑같은 돈을 내고, 누군가는 속도가 잘 나오는 모뎀을 사용하는데 왜 나는 속도가 잘 안나오는 모뎀을 사용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의문이 바로 ‘임대제’ 에 있었음을 제시했다. 이번 제 2부,
‘울며 겨자먹기, 모뎀 임대제의 허와 실’ 에서는 그 임대제가 왜 시행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임대제로 생겨난 각종 부작용에 대해 살펴보고, 그 대안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이렇게 들여다 보자.
※참고 : 요즘 필자에게, ‘A사의 B 모뎀의 사양을 확인해 주세요’ 라는 메일이 상당히 많이 오고 있다. 그런데 필자라고 해서 모든 모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사실 확인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사실 확인을 요청하실 분들은, 모뎀을 뜯은 다음에 기판을 디카나 스캐너로 캡처해서 필자에게 메일로 보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아울러 이렇게 접수되는 정보는 꾸준히 공개할 것이다.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요즘 문의메일이 넘쳐나서 필자도 죽을 지경이다. --; 질문 사항은 각 ISP의 사용자 게시판을 이용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1. 임대제, 왜 시행될 수 밖에 없었는가
잠시 시간을 뛰어넘어 1998년 6월, 두루넷이 케이블 모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케이블 모뎀의 가격은 대당 50만원 이상(그 속도 안 나오기로 악명 높은 모토로라 초기 모델을 말이다!)이었다. 물론 요즘에야 10만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모뎀을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허걱, 무약정일때는 60만원…
필자의 말을 믿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해둔 자료가 있다. 자, 보라. 구글과 archive.org에 삽들고 쳐들어가서 푹팍푹팍 파헤쳐서 찾아낸 귀중한 자료이다. 바로 두루넷이 1999년 6월에 가입 안내 페이지에 올려놓은 FAQ이다.
이런 높은 가격의 모뎀은, 서비스 초기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 두루넷으로서는 정말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서비스를 해야 하니 모뎀을 사긴 사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찮고, 그렇다고 사용자가 사서 쓰라고 하기에도 부담스럽고…
두루넷은 자급제 대신 벤더 파이낸싱(Vender Financing)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즉, 물건(모뎀)을 미리 받고, 대금은 나중에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벤더 파이낸싱을 통해 공급 받은 모뎀을 소비자들에게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케이블 모뎀을 공급하는 업체는 외국 업체로는 모토로라, 국내 업체로는 주홍정보통신을 비롯해 여러 업체들이 있었다. 헌데, 국내 업체들 중에는 벤더 파이낸싱을 할 수 있을만큼 자금 여력이 풍부한 업체들이 없었을 뿐더러, 당시로서는 앞날이 불투명한 두루넷에 모뎀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없었다.
결국 두루넷은 미국의 모토로라와 벤더 파이낸싱 계약을 맺고, 모토로라사의 사이버서퍼 초기모델을 대량으로 들여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임대제의 시작이다.
내가 국내에 몇대 들어왔게? ㅋㅋㅋ
마라톤 경기를 보다 보면, 대체로 후발주자들은 선두주자가 달리는 뒤에 바짝 붙어서 달리는 경우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두루넷이 케이블 모뎀을 임대제로 공급함에 따라, 1999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하나로통신과 KT도 ADSL 장비를 임대제로 공급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하나로통신과 KT가 서비스를 시작할 시점에서는 이미 장비의 가격이 충분히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하나로통신과 KT는 임대제를 선택해버렸다. 이 후로 국내의 모든 ISP는 2001년 11월, 정보통신부가 장비 자급제를 추진하기 전까지 사용자들에게 모든 장비를 임대제로 공급하게 된다.
2. 그리고 임대제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생겨났다.
이렇게 시작된 장비 임대제는 많은 폐단을 낳았다.
두루넷이 1999년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시도 때도 없이 끊어지는 접속과 불안정한 속도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은 초기에 공급되던 모뎀인 사이버서퍼 웨이브가 비표준에다가 성능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폭발하자, 급기야 두루넷은 1999년 12월 20일경에 고객간담회까지 열게 된다. 당시 필자도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간담회를 PC방에서 관심있게 지켜본 적이 있는데, ‘당신들때문에 주식 투자 타이밍을 못 맞춰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 라고 혈압을 올려가며 항변하던 한 고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당시 생중계 때의 채팅방 풍경을 몇줄 옮겨보자.
사회자 : 박동철님이시랍니다.
두루넷PD : 오,,
김하진 : 아하.
미운토끼^^ : 뭐하시는 분이징
양승광 : 동호회 문제..에요
미운토끼^^ : 흠..
부사회자 : 강님지역 분이십니다.
papa(동훈) : 데이 트레이딩 하시는 분이라..
미운토끼^^ : 그런가요
양승광 : 아직도 안 되고 있짆아요
윤수 : 전반적인 문제조차 해결못하면서 dvd가 뭔말이여
김승환 : 난 겜방사장님 멱살잡이 나올꺼 같더라
이은서 : 항의가 무지심할것같애.. 홈트레이닝
한국남 : 겜방 사장님.....은 안계신가요...
채영신 : 그렇것 같네요
밝은미래 : dvvb
윤수 : ^^;
밝은미래 : ^^
한국남 : 동감입니다....
임성호 : 아~인터넷 쇼핑그거 하시는분이 가부다
채영신 : 젤로 문서운사람이 홈트레이딩?
매수 주문 내다 끊겨서 깡통구좌 돼봐라. 죽음이다 죽음…
하지만 두루넷은 정작 장비 공급사인 모토로라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벤더 파이낸싱으로 모뎀을 공급 받다 보니, 모토로라가 채권자, 두루넷이 채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다 보니, 두루넷은 성능이 떨어지는 모뎀을 공급 받아서 피해를 입고도, 채권자인 모토로라에 모뎀을 교체해달라거나 하는 요구를 할 수 없었다. 가입자들에게는 있는 대로 욕을 들어먹고, 그런 성능이 떨어지는 모뎀을 받고 나서도 공급사에 아무런 클레임도 걸 수 없고. 두루넷도 속으로는 참 ‘미칠 노릇’ 이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두루넷도 어떻게 보면 갖은 피해를 다 받은 업체인 셈이다. 파워콤이 셀 분할에 협조도 잘 안 해줘, 모토로라한테서 성능이 떨어지는 모뎀 받고 나서 아무 말도 못해, 후발 사업자들한테 가입자 다 뺏겨, 사용자들은 속사정도 모르고 두루넷만 욕해…
이후 나스닥 상장후에 투자받은 4천억원의 자금으로 2000년 4월 11일부터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개시한 하나로통신도, 초기에는 모토로라사의 모뎀(DM-100)을 벤더 파이낸싱으로 대량 들여오게 된다. 하지만 두루넷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는지, 아니면 하나로통신도 모토로라에게 된통 당했는지, 이후에는 모토로라사가 아닌 국내 제조사의 모뎀들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아마도 이것은 하나로통신이 두루넷보다 비교적 자금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모뎀 말이다.
반면에, 오직 ADSL만 팠던 KT의 경우는 하나로통신이나 두루넷과는 달리 임대제로 이득을 보게 된다. 초창기 시절 문제 있던 현대 네트웍스의 모뎀(죽어도 3Mbps 이상 나오지 않았다)을 자신들의 부담으로 전량 회수해야 했던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KT는, ADSL 모뎀을 도입할 때 품질 측정을 엄격하게 행했다. 그리고 이런 품질 측정에 통과한 제품들을 모두 선금을 주고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KT니까. 자금력이 막강했으니까.
대한민국의 ADSL 모뎀 업체들은 이러한 KT의 품질 측정에 통과하기 위한 과당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고, 결국은 KT에 제품을 납품하는데 성공한 몇몇 업체들 빼고는 모두 적자에 시달리다 도산하게 되었다(물론 경쟁력 없고 품질도 떨어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마땅히 도산해야 하지만…). 이러한 KT의 경우는, 임대제를 아주 ‘효율적’ 으로 이용해서 제 잇속을 차린, 몇 안되는 경우라 할 것이다.
이런 KT의 행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재주는 모뎀 업체가 넘고 돈은 ISP가 번다’ 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 비판을 뒷받침하는 기사를 잠깐 살펴보고 가도록 하자. 아울러 이 인용된 기사의 전체 원문은 다음 URL에서 볼 수 있다.
//www.dt.co.kr/dt_srcview.html?gisaid=2001092102010151578001
모뎀 업체 曰, “우리가 곰이냐?”
"한통 ADSL모뎀 임대 2081억 폭리"
김동원 dwkim@dt.co.kr 2001/09/21
(전략)
민주당의 김희선 의원은 “한통은 지난 99년 ADSL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321만5301개의 임대 모뎀을 공급하면서 5511억원 가량의 임대수입을 거둬 구매액을 제할 경우 2081억원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한통이 가입자들에게 모뎀 1개당 최대 30배가 넘는 임대료를 받아 2000억원대의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하 생략)
(이상 디지털 타임즈 2001년 9월 27일 기사. Copyright 2001 Digital Times All Rights Reserved)
잠시 잡설이 길었다. KT 이야기는 이쯤 해 두고,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2001년 초반에 각 ISP에 도입된 우전시스텍의 Intac-2000과 주홍정보통신의 슈퍼링크 2000(구형, 신형)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높은 속도를 얻었다는 경험담이 벤치비나 비씨파크 등, 각종 인터넷 사용자 관련 사이트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담을 접한 가입자들은 당연히 불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왜 똑 같은 임대료를 주고 나는 속도 안나는 모뎀을 써야 하는거야?” 라고. 결국 성능이 뒤떨어지는 모뎀에 대한 모든 책임은, 돈 없어서 벤더 파이낸싱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제공 받은 죄 밖에 없는 ISP가 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모뎀 품질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가자, 두루넷과 하나로통신, 기타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일단, 벤더 파이낸싱으로 제품을 제공해준 모토로라에는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었다. 제품 대금도 안 치렀는데 속도 잘 나오는 모뎀으로 바꿔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가뜩이나 돈이 없지만, 속도 잘 나오는 모뎀을 또 돈 주고 사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ISP들은, 자기 돈 들여서 모뎀을 바꿔주면서 욕까지 얻어먹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모토로라에 뭐라 한 마디 할 수 없었다.
정말이지 돈이 없는게 죄다.
혹시 여러분들은, ISP의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모뎀 교체를 요구했는데, “고객님, 죄송하지만 남아있는 모뎀이 없어서 교체를 못 해드릴 것 같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이 말도 사실은 신빙성이 있는 말이다. 현재 국내 케이블 사업자들은 이미 속도가 잘 안 나는 모뎀을 몇 십만 대 단위로 엄청나게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새 모뎀을 사지 않은 게 벌써 몇 개월이 됐다는 것이 이 바닥(?)에 돌아다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외에, 예산이 딸려서 새 모뎀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글쎄…
그리고 여러분들, 혹시 ‘초고속 인터넷, 특히 케이블 모뎀의 사용량은 네트워크의 사용량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난다’ 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ISP들은 가입자들이 모뎀 품질에 관해 항의 전화를 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고객님, 케이블 모뎀에 따라서 속도가 차이 나는 현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님께서 인터넷을 사용하시는 시간대에 다른 분들께서 많이 사용을 하고 계시면 속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고로 모뎀을 교체해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주장도, 사실은 ISP들이 모뎀 교체를 피하기 위해서 고육지책끝에 퍼뜨린(?) 말이다. 물론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저녁에는 약간 속도에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위와 같은 주장은, 한 셀에 가입자를 400명 이상 받던 초기에나 통하는 주장이다. 무수한 셀 분할을 통해 쪼개고 또 쪼갠 결과, 현재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한 셀에 대략 100명 정도의 가입자를 받고 있다. 따라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따라 케이블 모뎀의 속도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위와 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렇게 마구 몰아넣는 시대는 지났단 말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와 같이 주장한다.
“ISP들은 모뎀 임대료를 통해 적으나마 수입을 거두고 있다. 고로 임대제는 필요악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임대료로 수입을 거두려면, 넉넉한 자금을 동원해 모뎀을 싼 값에 대량으로 공급 받은 다음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는 선제조건이 따른다. 하지만 이 선제조건을 충족해주는 ISP가 몇 군데나 있는가? 실제로 임대료로 수익을 내고 있는 ISP는 KT 하나뿐이다. 한마디로, 하나의 특수한 경우를 가지고 전체 ISP로 일반화를 시도하는 조금 문제 있는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돈 쓸어가는 데는 KT밖에 없어!
아무튼 이렇게 임대제가 시행되면서, 성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ISP들의 구매 대상에서 제외되는 국내 업체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런 업체들은 결국 모뎀들을 해외로 수출해서 활로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은 국내 업체들은, 어떻게든 싼 값에 모뎀을 구매하려는 ISP에 납품하기 위해서 출혈납품을 하거나, 외산 모뎀을 들여와서 공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ISP들은 모뎀을 구매할 때 성능보다는 가격을 우선시하게 되었고, 국내에는 속도도 안나는(!) 모토로라사의 케이블 모뎀들이 득실거리게 되었다. 여기에 대만의 터보컴사에서 제품을 공급 받아서 Intac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제품을 들여오는 우전시스텍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인터넷 가입자들이 사용하는 케이블 모뎀의 80% 이상이 외산 모뎀이 되어 버렸다.
득실득실… 아주 징그럽다 징그러워. --;
※참고 : “어? 서프보드 모델들은 속도 잘 나잖아요?” 라고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몰라서 덧붙여둔다. 현재 모토로라의 상표를 달고 나오는 서프보드 시리즈는, 실은 모토로라가 자체 제작한 모뎀이 아니다. ‘서프보드’ 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제작하던 GI(General Instrument)사를 모토로라가 사 버린(!) 다음, 모토로라의 상표를 달아서 판매하는 것이 바로 서프보드 시리즈이다.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아울러, 현재 서프보드 4200 시리즈가 잦은 접속 끊김 현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산하거나 해외 수출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국내 업체들, 속도가 잘 나오지 않는 모뎀으로 피해를 입은 사용자들, 그리고 자기 돈 들여서 모뎀을 바꿔주면서도 아무말 할 수 없는 ISP들. 이 모두에 대한 책임은 바로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바로 대한민국 정보통신부가 져야 한다. 정보통신부는, ADSL 모뎀이나 케이블 모뎀의 가격이 적정 선으로 떨어진 시점에서도 ‘ISP가 반대한다’ 는 명목으로 자급제를 힘있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특히 ADSL 모뎀과 케이블 모뎀은 표준만 제대로 지원하면 어느 ISP에 적용하든 사용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케이블 모뎀의 자급제를 늦게 시행한 것은 분명한 정보통신부의 실책이다. 더군다나, 모뎀에 대해 실상 잘 알지도 못하면서, 특정 업체만 상까지 주고 해외에 수출을 하도록 밀어주면서 국내의 다른 업체들은 죽든 말든 내버려 두는 편파적인 작태를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체 뭐하자는 건가,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부가 조금만 더 자급제에 빨리 힘을 실어 줬더라면, 지금쯤 우리들은 ISP에 욕을 하거나 아쉬운 소리를 하며 모뎀 바꿔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다. 좀 더 다양한 국산 모뎀 중, 자신이 쓰고 싶은 모뎀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속도에 만족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 선택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최종 사용자가 해야 하는 법이다. 제품을 살리는것도, 죽이는 것도 엄연한 사용자의 몫이요 권리이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성장해야 하고, 나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도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품의 질이 나아지고 좀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체, ISP의 기호에 맞춰서 선택된 성능 나쁜 모뎀을 임대료 내 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써야 한다는 이런 이상한 제도가 도대체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거듭 말하지만, 모뎀 자급제를 좀 더 일찍 시행하지 못한 정보통신부야말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모뎀 자급제에 있어서만큼 정보통신부는 가해자요, 모뎀 생산업체와 가입자, ISP들은 모두 피해자나 다름없다.
3. 그래도 자급제가 힘을 못쓰는 이유는?
그렇다면, 이렇게 문제 많은 임대제 말고 대안은 없을까. 과연 다르게 방법(!)할 수는 없는걸까. 물론 방법이 있다. 바로 정신차린(?) 정보통신부가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모뎀 자급제이다. 이 모뎀 자급제를 현재 적용하고 있는 업체와 도입 시기는 다음과 같다(가나다 순).
※ 주 : 온세통신의 경우 마케팅팀에 문의한 결과, 기술적인 문제, 관리적인 문제, 회사 내부의 시스템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모뎀 자급제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곧 해결이 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 모뎀 자급제는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 자급제에 대한 홍보 부족
- 가입자들의 무관심 내지는 고정관념
- 한정된 모뎀 구입처
- ISP의 딴지(위약금 등)
“자급제가 뭔데?”
모뎀 자급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급제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입자들은 극히 드물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모뎀 자급제에 대한 홍보를 게을리한데다가, 귀찮은 일이 벌어지길 싫어하는 ISP도 가입자(예비 가입자 포함)들에게 자급제에 대한 사실을 거의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도 자연히 자급제에 대해 무관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데 알게 뭔가.
자급제가 뭐야? / 글쎄 나도 몰라~
“모뎀은 빌려서 쓰는 것 아냐?”
그리고, 가입자들은 케이블 모뎀 하면 ‘사서 쓰는 것’ 이 아닌, ‘빌려 쓰는 것’ 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아니, 아예 ‘개인이 구입하지 못하는 것’ 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영원히 모뎀을 빌려서만 쓰면, 자급제는 사장될 수 밖에 없다. 좀 더 빠르고 안정적인 제품이 나오려면, 모뎀 생산업체에도 돈이 들어가야 한다. 이미 국내의 ISP에 모뎀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출혈납품을 하면서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현상 유지를 하는데 급급하게 된다.
“모뎀을 사고 싶어도 어디서 사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가입자들이 모뎀을 사려고 해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해서 구입을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ISP에서도 모뎀을 살 수 있지만, ISP는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이런 ISP들의 태도 때문에 모뎀 제조 업체가 ISP에 소송을 건 사례도 있다(기사 읽으러 가기).
그나마 현재 케이블 모뎀은 비씨파크에서 지난 7월부터 주홍정보통신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도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다. 기껏해야 두 업체의 모뎀을 구입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급제… 거 곤란한데”
이런 몇 가지의 난관을 거쳐서 가입자들이 드디어(!) 모뎀을 구입했다고 치자. 하지만 모뎀을 구입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들여다 놓은 모뎀을 가지고 어떻게든 수입을 얻어야 하는 ISP들로서는, 임대료 안내고 자기가 모뎀 사서 쓰겠다는 사용자들이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만약 모뎀을 산 가입자가 약정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쉽게 모뎀을 교체할 수 있지만, 1년 약정이나 2년 약정등을 이용한다면 슬슬 골치아픈 사태가 벌어진다. 바로 ‘위약금’ 이라는 난관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약금’ 에도 여전히 모순은 남아있다. ‘위약금’ 은 일정한 기간동안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신 요금을 할인받기로 계약을 했다가, 도중에 사용자가 계약을 깨면 그동안 할인 받았던 금액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기간’ 에 대한 위약금이지, ‘모뎀 자체’ 에 대한 위약금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ISP들은 이 위약금을 지나치게 확대 적용한 나머지, 모뎀을 사서 쓰려는 사용자들에게도 위약금을 물리고 있다.
모뎀 약정? 이딴것까지 있단 말야?
그리고 또 하나. 여기에서 필자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놀라운 비밀 하나를 밝히려고 한다. 혹시 여러분들은 ‘모뎀 약정’ 이라는 것을 들어 봤는가? 이 ‘모뎀 약정’ 에 대해서는 가입할 때 상담원도 안 알려주고, 아마 여러분들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 ‘모뎀 약정’ 은 ‘서비스 기간 약정’ 과는 다른 것으로, 모뎀을 일정 기간 사용한다는 계약 아래 임대료를 할인 받는 것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가입할 때 ‘서비스 기간 약정’ 에 대한 안내만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모뎀을 바꾸려고 하면 난데없이 ‘고객님, 모뎀을 교체하시려면 위약금을 내셔야 합니다’ 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모뎀 약정’ 위반때문이다. 이 모뎀 약정에는 무약정, 1년 약정, 3년 약정이 있다(2년 약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뎀 약정이 왜 문제가 되는가?
일단, ISP들은 가입하려는 고객들에게 이 ‘모뎀 약정’ 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그러고서는 멋대로 1년 약정 또는 3년 약정을 걸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나중에 가입자들이 모뎀을 사서 교체하려면 위약금을 문제 삼아서 딴지를 걸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3년 약정의 경우, 그 3년동안 내는 임대료를 모두 합치면 모뎀 한대값을 가뿐히 넘어버린다. 그런데, 그렇게 3년동안 충실히 임대료를 내고 나면 그 모뎀을 가입자에게 주는가? 절대 아니다. 주긴 뭘 주나, 서비스 해지하거나 하면 바로 뺏어가는데. 아예 가입자한테 그 모뎀을 줘버리는것도 아니면서 위약금을 물리는건 대체 어떻게 된 경우인가.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입에서 이 두마디가 튀어 나오줴… 씨! 바! 라고. 여러분들의 그 심정 이해한다. 필자도 이 사실을 처음에 전해 듣고는 휘황찬란한 온갖 욕들이 저절로 마구 튀어나왔으니까.
못 믿겠다는 분들을 위해서 이 친절한 필자, 각 ISP의 무료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한다. 지금 모두 전화기를 들고 상담원에게 물어보라. “저는 모뎀 약정 몇 년으로 되어 있나요?” 라고. 아마 그 결과를 듣고 나서, 더 심한 욕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 모뎀 위약금 및 기간 약정 위약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ISP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 보면, 이 사람 말이 다르고 저 사람 말이 다르다. 한마디로 제멋대로이다. 이것은 정보통신부가 자급제를 시행하면서, 각 ISP들이 이 자급제를 시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필요한 시간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획을 안 세웠는데, 본사고 고객지원센터고 자급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게 뭔가…
후카다 교코 曰 : わがままは私一人でいいよ♡
(제멋대로인건 나 하나로 족해♡)
4. 날아보자, 자급제!
그렇다면, 이 자급제를 어떻게 활성화시켜야 할까?
일단 첫번째. 소비자들은 인식을 바꿔야 한다. ‘모뎀은 빌려서 쓰면 된다’ 나, ‘모뎀은 빌려서만 쓸 수 있는 것이다’ 가 아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면, 성능이나 A/S, 안정성을 골고루 따져서 형편에 맞는 모뎀을 사서 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모뎀 제조업체들이 연구 개발을 통해 좀 더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고, 아울러 모뎀 임대료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구입한 모뎀을 위약금 등으로 못쓰게 하는 ISP에 대해 명확한 논리를 펼쳐서 자기 권리를 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ISP들은 모뎀 자급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적극 밀어줘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임대제를 시행하게 되면서 장비 대여 및 반납, A/S에도 골치가 아프고, 모뎀 속도 안나온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바꿔달라고 전화하는 사용자들 전화에 곤욕을 치르는 것이 사실 아닌가?
하지만 ISP가 모뎀 자급제를 적극 밀어주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입자가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동시에 모뎀을 살 수 있다면, 일단 장비 대여나 반납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현재 경매 사이트등에서 거래되는 모뎀 중 분실 모뎀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 모뎀은 가입자 소유의 모뎀이니까. 게다가 A/S도 소비자가 모뎀 제조업체와 직접 접촉해서 처리해야 하므로 A/S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소비자가 따져서 구입한 모뎀이니만큼, 적어도 전화해서 모뎀 때문에 속도가 안 나온다고 뭐라 할 사용자도 없다. 그렇게 들어갈 관리 비용을 절감한다면 일단은 머리도 덜 아프고, 그렇게 절감된 관리 비용을 서비스 개선에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또, 고객센터, 특히 설치 업체에서 임대 모뎀을 수거하고 가입자가 구입한 모뎀을 새로 등록시켜주는 업무를 기피한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적정 수당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ISP들은 여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급제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세우고, 이것을 가입자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그리고 신규 가입자들이 모뎀을 구입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고객으로서 ISP에 강력히 항의한다. “웬만하면, 멋대로 모뎀 3년 약정 걸어놓은거, 1년 약정이나 무약정으로 변경해줘라. 위약금이니 뭐니 받지 말고. 아니면 웬만하면 그 모뎀 그냥 주든지. 난 너희들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집단 소송 당해서 돈 깨지는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조용하지 않냐?” 라고.
마지막으로 정보통신부는, ISP들이 자급제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세우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한다. ISP들이 자급제쪽으로 눈을 돌리도록 좋은 조건으로 유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급제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규제를 내려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어떤 제품이든 선택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최종 사용자가 해야 하는 법이다. 제품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엄연한 사용자의 몫이요 권리이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성장해야 하고, 나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도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품의 질이 나아지고 좀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민중의 지팡이’ 에게 얻어맞는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요즘이다.무법자 미군에게 짓눌려 죽어간 꽃다운 두 영혼을 추모하며, 그리고 깡패나라 Fucking USA에 저주를 기원하며 제 2부를 마친다.
[다음에는
‘제 3부 – 속도 제한, 포트 제한. 그만 좀 막으세요!’ 가 계속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