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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서 노무현이 이긴 이유

 


www.seoprise.com에서 옮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노무현이 이긴 이유+여론조사 완전분석

사실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결정됐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긴 했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그 날(2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5:2 정도로 정몽준이 앞섰다고 MBC 보도에서 나왔었고, 정몽준과 노무현이 1~2% 정도 차이로 각축이 일어났기 때문에 4.6% 차이로 노무현이 여유있게 이겼다고 나온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는 분명 의외였다.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인지 차근차근 분석해 보자.

일단 여론조사 기관 선정 자체부터 쉽지 않았다. 처음 합의된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1군데였다. 양당 합의에 따라 단독 여론조사기관으로 선정, 22일 밤 조사를 의뢰한 한국갤럽측이 조사를 거부했다. 오차범위를 인정하지 않는 선정 방식이나 조사 결과가 무효화할 가능성 등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급해진 양당 관계자는 23일 긴급재협상을 통해 미디어리서치, TN소프레스(TNS),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측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역시 부정적 회답을 들었다. TNC와 KRC는 1차 협상 때 민주당과 통합21이 각각 기피 신청을 해 배제됐던 곳이어서 양당이 여론조사 기관 선정에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알 수 있다. 차선책으로 협상에서 배제됐던 한국리서치도 다시 거론했으나 역시 의뢰에 실패했다. 결국 갤럽, 미디어리서치, 한국리서치, TNS, KRC 등 메이저 5개 회사가 조사를 모두 거부했다.

결국 양당은 2개 이상의 여론조사 기관에 공동으로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고, 2001년 매출액 기준 15위까지의 기업을 상대로 모두 의사를 타진한 결과, 메이저급 회사가 아닌 월드리서치, 리서치 앤 리서치(R&R) 2개사를 선정하였다. 여기서 여론조사 무효화 조항 여부가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통합21측에서 최근 2주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3% 이상 떨어지는 결과(이렇게 되면 32% 정도) 또는 2주 동안의 이 후보 지지율보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결과(35% 정도)를 제시했다. 어떤 언론은 3% 떨어지면 무효, 어떤 언론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무효 등 언론에 따라 합의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그런데 합의된 내용은 두 방안이 모두 아니었다. 23~25일 발표예정인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 후보의 최저지지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무효로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왜 언론에 보도된 것과 실제 합의내용이 달랐을까. 오늘 YTN 초대석에 R&R 관계자가 나와서 답변한 바에 따르면, "2주 동안의 지지율과 비교해 무효를 결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며칠만 지나도 지지율이 크게 바뀌는 데다가, 단일화 합의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실제로 어느 정도 낮아질 텐데 그렇게 하면 무효가 될 확률이 너무 높다. 23~25일 3일간의 여론조사와 비교해서 최저지지율을 무효선으로 하자."라고 R&R 측에서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이 제안을 양당이 받아들여, 2001년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15위 내의 기관이 조사하고 국내 언론에 23~25일 사이에 보도된 여론조사 중 이회창 후보의 최저지지율을 무효선으로 하자고 합의하였다. 김민석이 일부러 무효시키려고 넣었다는 의혹을 크게 받았던 무효 조항은 무효 확률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이 조건에 따라, 국민일보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25일자에 발표된 30.4%를 이 후보의 최근 최저지지율=무효선으로 하였다. 만약 언론에 보도된 대로 '2주 동안의 지지율보다 3% 낮으면 무효'라는 조건이었다면 32.1%는 무효가 될 수도 있었던 아슬아슬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 문항도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이다. 민주당은 '단일후보로 누구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주장했고, 통합21은 '단일후보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내지는 '이회창 대 단일후보의 대결에서 지지율이 높은 쪽이 단일후보가 된다'를 주장했다. 사실 여러 사람이 지적한 대로 통합21측의 주장은 '야바위 게임이고 배신하기 게임'이다. 좀더 쉽게 살펴보자.

전화를 받은 2000명 중 노무현 지지자와 정몽준 지지자의 비율이 똑같이 25%로 해서 500명씩으로 하고 이회창 지지자가 700명(35%)이라고 가정하자. 이 중 정몽준으로 단일화됐을 때 노무현 지지자가 정몽준을 지지하는 비율이 60%, 이회창 지지 10%라고 하고, 노무현으로 단일화됐을 때 정몽준 지지자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비율이 50%, 이회창 지지 20%라고 하자. 물론 나머지는 부동층이 되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회창 지지자들은 단일화가 되어도 이탈하지 않는다고 치자.(실제로 이탈율은 5% 이하로 매우 낮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이회창 대 노무현이면 이회창=700+100(정->이)=800명이고, 노무현=500+250(정->노)=750명이다. 이회창 대 정몽준이면 이회창=700+50(노->이)=750명이고, 정몽준=500+300(노->정)=800명이 된다. 바로 정몽준이 주장한 것처럼 "나로 단일화되면 노무현의 표가 나한테 오지만, 노무현으로 단일화되면 내 표는 노무현으로 안 간다"는 결과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양자 대결시 정몽준이 노무현보다 표를 많이 얻게 되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정몽준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노무현이라는 대답보다 더 많게 되는 것이다.

자, 이게 공정한 게임인가. 상대방으로 단일화가 되었을 때 이회창한테 표가 많이 가고, 상대단일후보한테 표가 덜 가는 쪽이 이기는 거다. 이회창 집권 저지가 목표인데 이회창을 덜 싫어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 되고, 배신을 많이 한 쪽이 이기는 '배신 많이 하기'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게 바로 다자대결시 노무현이 정몽준보다 지지율이 높고, 더 선호되는 단일후보가 노무현이어도, 경쟁력 높은 후보가 정몽준이 되어 버리는 이상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역선택을 제외하더라도 이렇게 큰 모순이 이 여론조사에 있다. 경쟁력 문항이 노무현에게 불리한 설문이어서가 아니다. 이런 야바위 구조는 배신을 조장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경쟁력을 물을 것이라는 언론의 예상과 달리, 설문 문항은 이거였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가,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가'였다. 1000명에게는 노무현을 먼저 말하고, 1000명에게는 정몽준을 먼저 말하는 방법으로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 협의 과정에서 애초 합의됐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대항할 단일후보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설문 가운데 ‘대항할’이라는 표현이 통합21의 요구로 ‘경쟁할’로 바뀌었다. 애초 정 후보는 이 후보와의 단일후보 가상대결 등 경쟁력 평가에서 자신이 노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자 ‘경쟁력 있는’이라는 표현을 넣고 싶어했으나, 민주당의 거부로 이렇게 절충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는 설문문항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구냐'로 알려졌지만, 민주당이 완벽히 양보하지 않고 '대항할'을 '경쟁할'로 바꾸는 선에서 합의한 것이다.

일부 정몽준 지지자들이 '왜 언론 조사는 정몽준이 앞서는 조사가 훨씬 많았는데 단일후보가 노무현으로 결정되었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설문조사 문항을 착각한 데서 오는 것이다. '선호하는 단일후보'로는 노무현이 앞선 경우가 더 많았고, '경쟁력 있는 후보' 설문은 정몽준이 앞선 경우가 더 많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설문문항은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는가'이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로 결정된 것이다. 또한 이 문항이 알맞은 문항이며, 경쟁력 문항은 야바위 게임이라는 점,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각 여론조사 기관이 2000명씩 선정해서 질문했기 때문에,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가 ±2.13%이다. R&R 결과에서 노무현 46.8% 대 정몽준 42.2%였기 때문에 4.6% 차이는 2.13*2=4.26%의 오차범위를 넘는다. 따라서 오차를 감안해도 유의미한 차이이다. 이회창 지지율은 32.1%로 무효선인 30.4%를 넘었기 때문에 이 결과는 유효하다. 월드리서치 조사는 노무현 38.8% 대 정몽준 37.0%로 노무현이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지만, 이회창 지지율이 28.7%였기 때문에 무효이다. 그럼 왜 R&R 조사결과의 지지율이 월드리서치의 조사결과보다 5% 정도씩 높은 것일까. 그것은 조사문항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R&R 관계자가 YTN 초대석에서 "다자대결시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은 다음, 지지후보가 없다는 사람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였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런 약간의 차이로도 지지율이 차이가 크게 날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두 회사의 조사결과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여론조사 무효조항과 경쟁력 문항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이 질타했으며, 나 또한 이런 여론조사는 야바위 게임이라고 성토하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민주당의 협상력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론조사 무효화가 되는 확률을 통합21의 주장보다 더 낮춘 점,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으로 하기로 한 점 등은 민주당의 협상력에 불만을 가졌던 나로서는 안도하는 점이다. 통합21측의 주장대로 경쟁력 문항으로 물어 봤다면 정몽준이 단일후보가 되었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노무현 단일후보에 승복하지 못하는 일부 정몽준 지지자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계속 말했던 대로 경쟁력 문항은 배신과 야바위의 게임이다. 그렇게 이겨서 당당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R&R 대표 노규형 씨가 노씨라서 노무현에게 유리하게 조사했다느니, 노규형 씨의 출신지역이 어디냐느니 하는 무책임한 공세는 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 3김청산과 새로운 정치 때문에 정몽준을 지지해 온 것 아닌가. 민주당만 R&R에 맡기자고 한 것도 아니고, 통합21측도 동의한 내용이다. R&R이 민주당 편이라느니 하는 구시대적인 공세는 정몽준 후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양당에서 2명씩 여론조사 결과계산에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정말로 음모와 술수가 있었다면 왜 통합21측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인가. 정몽준 후보가 아름답게 승복하고 노무현 후보에게 축하를 보낸 모습에서 새정치의 희망을 느끼고 있는데 지지자들의 불복 모습은 정몽준 후보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훨씬 많이 양보하고 무리한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는가.

물론 지지자들 모두가 노무현을 지지하라고 말하고 싶은 염치는 없다. 실제로 노무현 지지자들의 일부도 정몽준으로 단일화되면 권영길을 찍겠다느니, 기권하겠다느니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 마당에 이런 식으로 지지자들이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름답지 못하다. 실제로 다자대결시 지지도는 노무현 후보가 최근 정몽준 후보를 눌렀다는 것은 정몽준 지지자들로서도 잘 아는 사실 아닌가. 누구를 지지할지는 정몽준 지지자들의 자유이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의 정치개혁 의지는 정몽준 후보 못지 않게 강하다는 것을 의심치 말아 주기를 바라며, 그 정치개혁의 길에 정몽준 지지자들도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2002-11-26 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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