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모뎀의 오늘과 내일
제 1부 - 케이블 모뎀, 그 속도의 비밀을 파헤친다 (읽으러 가기)
제 2부 – 울며 겨자먹기, 모뎀 임대제의 허와 실 (읽으러 가기)
제 3부 – 속도 제한, 포트 제한. 그만 좀 막으세요!
제 4부 – 케이블 모뎀, 그 미래를 엿본다
제 2부, ‘울며 겨자먹기, 모뎀 임대제의 허와 실’ 에 대하여, 某 ISP에 재직하고 있다고 밝힌 회원 김준모(hidedoc)씨가 반론 글을 적어주셨다. 공정한 기사를 위하여, 아래에 반론 글을 링크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란다.
모뎀 임대제는 불합리한 것일까요? [1] (읽으러 가기)
모뎀 임대제는 불합리한 것일까요? [2] (읽으러 가기)
제 1부, 제 2부를 통해, 그 동안 여러분들은 모뎀의 속도에 관한 진실, 그리고 ISP가 숨겨 왔던 모뎀 약정 제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이번 기획기사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있다. 분에 넘치는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그런데… ISP의 일부 상담원들이, 이번 기획기사를 ‘헛소리다’ 내지는 ‘비씨파크에서 돈 벌려고 헛소리 하는 거다’ 등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필자의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두드리고 있는 키보드를 일도양단할 뻔했다. 허허. --;
고로, 이 자리를 빌어서 그 ‘일부 상담원’ 여러분들께 경고하겠다(99.9%의 성실한 상담원 여러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철저히 자료를 수집해서 작성한 우리 글이 헛소리라고 한다면, 당신들이 그 동안 가입자들에게 늘어놓은 근거도 없는 수 많은 거짓말은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할까?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그렇게도 똑똑한 여러분들께서 한번 이 필자에게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매우 알고 싶다.
그리고 웬만하면, 진실을 알고 나서 분노하는 가입자들을 그런 식으로 속이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그런 소리 하려면 여러분들끼리 모여서 조용히 하기 바란다. 자꾸 가입자들한테 그런 소리를 하면 결국은 우리 귀에 다 들어온다.
란 : 코난, 상담원들 말발에 밀리면 안돼!
코난 : …알았어 --;
자, 이번 제 3부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속도 제한’ 과 ‘포트 제한’ 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2001년 상반기부터 소리소문 없이 진행된 업로드 속도 제한, 그리고 2002년 4/4분기부터 이슈가 되기 시작한 당나귀 포트 제한. 과연 이러한 제한들은 정당한 걸까, 그리고 이런 제한들이 풀릴 가능성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이번에도 필자와 함께, 그 내막을 한 꺼풀씩 벗기며 살펴보자.
1. 업로드 속도 제한의 시작은 이러했다.
지난 2001년 중순, 케이블 모뎀 사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하나의 음모론이 있었다. 바로 ‘업로드 속도 제한’.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케이블 모뎀마다 최고 업로드 속도를 768kbps~800kbps로 제한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런 음모론(결국에는 사실로 밝혀졌지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증거로 초고속 인터넷 벤치마크 사이트인 벤치비등을 이용해 측정한 결과의 스크린샷을 내세웠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업로드 속도가 1Mbps 이상 나왔었는데, 갑자기 속도가 800kbps대로 고정되는 것은 이상하다는 주장이었다.
이건 뭔가 좀 이상하잖아?
일부 사용자들은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초고속 인터넷 업체의 상담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담원들은 다음과 같은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고객님, 속도 제한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저희들은 임의로 속도 제한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아무도 저런 말을 믿지 않을 뿐더러, 위와 같은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먼저, 속도 제한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속도 제한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현재 다운로드 속도를 2Mbps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라이트 서비스는 과연 어떻게 서비스를 하는 걸까? 분명히 밝혀두지만, 속도 제한은 분명히 가능하다.
그리고 2001년 6월, 비씨파크는 자신이 사용하는 케이블 모뎀에 속도 제한이 걸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DocsDiag)을 배포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나서 케이블 모뎀에 768kbps~800kbps까지 업로드 속도가 제한된 것을 확인한 사용자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자신의 경험담을 게시판에 활발히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임의로 속도 제한을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도 들통났다. 파이낸셜 뉴스와 오마이뉴스 등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은 자체기준을 설정한 '과다' 업로딩 사용자의 이용속도를 지난 2001년 5월부터 제한해 왔다. 관련 기사의 URL을 아래에 첨부한다.
파이낸셜 뉴스 관련 기사 :
//news.naver.com/news_read.php?oldid=2002032400000131046&s=30,1023,1180&e=104,1094,1261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 :
//news.naver.com/news_read.php?oldid=2002071000000056086&s=62,295,425&e=138,364,501
이러한 ISP들의 속도 제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사용자들의 업로드 속도를 768kbps~800kbps로 제한한다.
2. 384kbps 이상의 트래픽을 1회 20분 이상 총 2차례 이상 발생시킨 가입자의 업로드 속도를 256kbps로 제한한 뒤, 3일 후 원래 속도로 복구한다.
3. 2번에 해당하여 속도 제한을 받은 가입자가 다시 384kbps 이상의 트래픽을 총 2차례 이상 발생시키면, 업로드 속도를 256kbps로 제한한 뒤, 7일이 지나면 원래 속도로 복구한다.
이 기준대로 판단한다면, 구루구루나 메신저, 당나귀나 WinMX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매일 파일을 공유하는 사용자들은 영영 속도 제한을 벗어 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구루구루 쓰는 게 죄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내부 지침을 통해 속도 제한 시행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1. 모든 사용자들의 업로드 속도를 768kbps~800kbps로 제한한다.
2. 384kbps 이상의 트래픽을 1회 20분 이상 총 2차례 이상 발생시킨 가입자의 업로드 속도를 256kbps로 제한한 뒤, 3일 후 원래 속도로 복구한다. 또한 관련 사실을 해당 가입자에게 E메일을 통해 통보한다.
3. 2번에 해당하여 속도 제한을 받은 가입자가 동일한 업로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 업로드 속도를 256kbps로 제한한 뒤, 7일 후 원래 속도로 복구한다. 또한 관련 사실을 해당 가입자에게 E메일을 통해 통보한다.
4. 2번에 해당하여 속도 제한을 받은 가입자가 동일한 조치로 3회 이상 속도 제한을 받을 경우, 별도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그 가입자의 업로드 속도를 256kbps로 제한한다. 또한 관련 사실을 해당 가입자에게 E메일을 통해 통보한다.
위와 같은 기준대로라면, 메신저를 통해 아는 사람들한테 650MB 정도 되는 연구용 데이터를 케이블 모뎀으로 보내기만 해도 바로 속도 제한 대상이 된다는 소리다. 이야, 무서운 세상인걸…
이런 세상이다.
하지만, 요즘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실제로 저렇게까지 심하게 속도 제한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밤낮으로 당나귀를 돌리면서 우리나라의 공CD 업계를 먹여 살리지 않는 한, 저렇게 심한 조치를 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필자는 정말이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한편, 이러한 속도 제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여러 사용자들의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자신이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업체나 파워콤에 전화해서 업로드 속도 제한을 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업로드 속도 제한을 푼 사용자들은 속도를 측정한 스크린샷을 게시판 등에 같이 올렸고, 그 스크린샷을 본 사용자들도 업로드 속도 제한을 푸는데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런 속도 제한에 대한 의견은 차차 사용자들에게 잊혀졌고, 속도 제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용자들도 극소수로 줄어버렸다. 그리고 2002년 12월 현재, 국내의 모든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모든 사용자의 기본적인 업로드 속도를 약 800kbps 대로 제한하고 있다.
※ 참고 : 왜 어떨 때는 ISP이고, 어떨 때는 파워콤인가?
“잠깐! 그럼 왜 다 똑 같은 속도 제한 푸는데 왜 나는 ISP에 전화해야 되고, 옆집의 면식 햏자는 파워콤에 전화해야 되는데?” 라는 의문을 가지실 분도 있을 듯 하다. 여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케이블 모뎀과 초고속 인터넷 업체의 장비 사이에 설치된 CMTS(Cable Modem Termination System) 라는 장비가 있다. 이 장비는 업체의 장비와 광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고, 이 CMTS는 셀을 통해 다시 고객들의 케이블 모뎀과 연결되어 있다.
그림 : CMTS의 구성도
한마디로 CMTS는, 광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받아서 케이블 모뎀이 받을 수 있는 전파로 변환해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가입 지역을 늘리느라 경쟁적으로 망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가입자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역에는 망을 확장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정보통신부가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파워콤이 이러한 지역에 CMTS를 설치한 다음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고, CMTS 뒤쪽에 연결되는 기간망과 가입자망은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설치하도록 했다. 이러한 제도를 가리켜 멀티 ISP(Multi ISP)라 한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ADSL 회선 공용제와 비슷한 면이 있는 제도이다.
그림 : 멀티 ISP의 개념도
따라서,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CMTS를 설치한 지역에서 속도제한을 풀려면 업체와 싸워서 풀어야 하고, 파워콤이 CMTS를 설치한 지역에서 속도제한을 풀려면 파워콤과 승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2. 업로드 속도 제한, 왜 하는 걸까?
그렇다면,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왜 이런 업로드 속도 제한을 걸고 있는 걸까? 아마 사업자들도 그런 식으로 오래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욕먹으니까). 그런데 사실, 사업자들도 좋아서 속도 제한을 하는 게 아니다. 자, 한번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은 사용자들이 웹 사이트에 접속해서 벽지로 쓸만한 그림 파일 한 장을 받는 과정을 한번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의 그림을 참고하면서 읽어보기 바란다.
1) 사용자의 PC가 웹 사이트가 돌아가는 서버에 접속해서, 그림 파일을 달라는 요청을 한다.
“저기, 아까 봤던 그림 예쁜데♡ 그것 좀 보내주면 안돼?”
(이때 업로드 회선을 사용한다)
2) 서버는 사용자의 PC에 그림 파일을 보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래? 이 파일은 좀 크니까 300개 정도로 나눠서 보낼게. 일단 첫 번째 조각 보낸다. 받았냐?”
(이때 다운로드 회선을 사용한다.)
3) 사용자의 PC는 서버가 보낸 정보를 받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응, 첫 번째 잘 받았어. 두 번째 조각도 보내줘.”
(이때 업로드 회선을 사용한다)
4) 그리고 2, 3번 과정이 300번(!) 반복된다.
5) 다시 서버가 사용자의 PC에 묻는다.
“자, 300개 다 보냈어. 잘 받았냐?”
(이때 다운로드 회선을 사용한다)
6) 사용자의 PC는 서버에게 대답한다.
“응, 잘 받았어. 고마워.”
(이때 업로드 회선을 사용한다)
간단한 그림 파일 한 장을 전달 받는데도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친다(그리고 사실 위의 과정도 많이 줄인 과정이다). 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용자가 정보를 받으려면 일단은 서버에 정보를 보내달라는 ‘요청’ 을 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보낼 때는 한쪽에서 열심히 보낸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받는 쪽도, ‘잘 받았다/못 받았다’ 등으로 반드시 대답(?)을 해 줘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철저한 Give & Take이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만약, 한 셀에 물려있는 80명 정도의 사용자중 10명 정도가 동시에 구루구루나 메신저를 통해 상대방에게 파일을 보낸다고 가정하면, 과연 나머지 70명들은 제대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조금만 더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아까도 설명한 CMTS에 관해 다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 CMTS에는 가입자의 케이블 모뎀과 사업자의 기간망이 연결된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여기에서, CMTS에 연결되는 사업자의 기간망의 속도는 100Mbps이다. 그리고 이 CMTS에는 다운로드용 포트가 하나, 업로드용 포트가 여섯 개 달려있다. 다운로드용 포트의 속도는 현재 국내 표준으로 30Mbps이고, 실제로는 22Mbps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업로드용 포트는 각각 하나당 2.2Mbps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고, 이 업로드용 포트 역시 여섯 개의 셀이 공유한다. 글로만 써놓으니 복잡한 감이 드는데, 다음 그림을 보시면서 읽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필자도 어려워 죽을 지경이다. 그림에서 파란색 선이 업로드 회선, 분홍색 선이 다운로드 회선이다.
그림 : CMTS와 각 셀의 관계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한 셀에는 업로드 회선 2.2Mbps, 다운로드 회선 22Mbps가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업로드 회선과 다운로드 회선을 다른 다섯 개의 셀과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국내 기준으로, 보통 한 셀에서 동시 접속자 수는 약 15%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현재 한 셀에는 80명 정도의 가입자를 받고 있으므로, 산술적으로 12명 정도의 사용자가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러므로, 약 72명 정도의 사용자가 업로드 회선 2.2Mbps, 다운로드 회선 22Mbps를 공유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 그렇다면 이제 슬슬 무언가 감이 잡히시는가? 그렇다면 필자를 믿고 조금만 더 따라와주길 바란다.
이제부터는 잠시 중학교 수학시간으로 돌아가서,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어보기로 하자. 더도 덜도 말고 딱 세 문제만 풀어보자. 친절한 필자, 잘 쓰지도 못하는 Visio 가지고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난리를 쳤다. 그림을 참고하면서 세 가지 유제(?)를 잘 풀어보면, 왜 업로드 속도 제한을 할 수 밖에 없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될 것이다.
유제 1) 당신이 사용하는 케이블 모뎀이… 허걱! 1.2Mbps의 놀라운 속도로 소피티아의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업로드 대역폭은 얼마일까요?
해법 1) 2.2Mbps – 1.2Mbps. 다른 사용자들은 1Mbps밖에 못쓴다.
유제 2) 그럼 그렇지… 업로드 속도가 1Mbps대로 떨어진 것을 보고 당신이 한숨짓고 있는 사이, 옆 동네의 폐인이 DDR용 사진을 1Mbps대의 속도로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과 옆 동네의 폐인을 제외한 다른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 업로드 대역폭은 얼마일까요?
해법 2) 2.2Mbps – 1Mbps – 1Mbps = 200kbps.
유제 3) 당신과 옆 동네의 폐인이 공유삼매(?)에 빠진 사이, 옆집 햏자가 개벽이 사진 콜렉션을 다른 햏자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 69명의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 업로드 대역폭은 얼마일까요?
해법 3) 2.2Mbps – 1Mbps – 1Mbps – 200kbps = 0kbps
고로 나머지 69명은 아예 인터넷을 못쓴다.
쿠궁… 그렇다. 여섯 포트를 같이 쓰고 있는 사용자중에서, 두 명만 1Mbps 이상의 속도로 업로드 회선을 사용해도 나머지 사람들은 200kbps의 업로드 회선을 사용해야 하고, 세 명만 동시에 최대 속도로 업로드를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아예 인터넷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업체 쪽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회선 부하로 인한 속도 제한’ 이다(그리고 실제로 따져보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원래 케이블 모뎀의 망 구조가 대칭이 아니라 비대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설계된 케이블 모뎀 망은, 서비스 초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한 셀에 무식하게 많은 사람들을 밀어 넣은 것을 빼고는).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케이블 모뎀 망의 구조가 자승자박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점점 P2P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면서, 메신저나 각종 공유툴을 이용해서 자료를 주고 받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1:1 매너공유 등). 그리고 점점 이러한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업로드 대역폭이 꽉 차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업로드 대역폭이 꽉 차면? 당연히 다른 사용자들이 제대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당장에 이런 사태를 해결할 수 없는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고육지책으로 무한정 풀려있던 업로드 속도를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800kbps대로 제한해 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업로드 속도 제한의 진실이다(왜 이런 사태를 당장 해결할 수 없는지는 좀 뒤에 다루겠다).
자, 그렇다면 업로드 속도가 800kbps로 제한됐을 땐 어떤 결과가 나올까?
유제 4) 당신과 옆 동네의 폐인이 의기투합하여, 개죽이의 사진을 800kbps로 서로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과 옆 동네의 폐인을 제외한 70명의 사용자들은 얼마의 대역폭을 쓸 수 있는 걸까요?
해법 4) 2.2Mbps – 1.6Mbps = 600kbps.
자, 유제 2번의 경우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다. 70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달려들어서 서버에 접속하지 않는 한, 최소한 문제 2번의 상황보다는 훨씬 안전하게 망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잠깐! 그렇다면 왜 ADSL은 속도 제한을 안했던거지?
ADSL 방식도 물론 비대칭 방식이며, 케이블 모뎀과 비슷한 구조로 업로드 대역폭과 다운로드 대역폭을 나누어서 쓴다. 하지만 ADSL의 경우는, 한 포트에 업로드 800kbps 정도가 배당된다. 그리고 이 800kbps에 24명이 연결되어 있다(하지만 실제 동시 접속자수는 20%정도이며, 많아야 5명 정도이다). 2.2Mbps를 약 80명이 나눠쓰는 케이블과는 달리, 800kbps를 5명이 나눠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DSL의 경우 굳이 업로드 속도 제한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3. 업로드 속도 제한, 무엇이 문제인가
자,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업로드 속도 제한이 어쩔 수 없는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이루어졌고, 몇 명의 사용자들이 업로드 대역폭을 차지해버리면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업로드 제한 조치의 어떤 점이 과연 문제가 되는 것일까?
첫번째,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한마디로 ‘날치기’ 제한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날치기’ 는 대대로 국회에서 두나라당이 시전해온 비술이거늘… 언제 배웠는지 말야. --;). 속도 제한조치로 불편을 겪게 될 당사자인 가입자들에게, 어떠한 조치를 왜 취하며, 언제부터 시행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속도 제한 조치를 걸어버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겠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다음으로,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약관 중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속도 제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속도 제한에 대해 제시하는 근거라고는, ‘다른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라는 간단한 말 한마디뿐이다. 그 어떤 사업자도, ‘모년 모월 모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한양도 멀군 뛰어가면 빨리가리 일대의 몇 명의 사용자가 업로드 대역폭 폭주로 몇 분간 접속 장애를 겪었다’ 라는 식의 명확한 제반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누군가 서버를 돌려서 업로드 대역폭을 폭주시켰다’ 등의 애매한 말로 곤경을 넘어가려고 애썼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걸 대체 누가 돌렸는데?
마지막으로,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의 내부 규정을 보면 속도 제한을 받은 사용자들에게 메일을 통해 속도 제한 사실을 통보해주어야 하는데, 혹시 256kbps로 속도 제한을 당하신 분들 중에 그런 내용의 메일을 받으신 분이 있다면 한 번 손이나 들어보시길 바란다. 보라, 없잖은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면 왜 ISP들이 업로드 속도 제한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똑같이 욕먹을 일이라도 그런 식으로 처리를 하니까 한 마디 먹을 욕을 열 배 스무 배씩 먹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그렇게 꽁꽁 숨겨놓고 어느 날 갑자기 속도제한을 하랬나? 쯧쯧… --;
4. 그렇다면 당나귀 포트 제한은 왜 하는 건데?
업로드 속도 제한과 마찬가지로, 당나귀 포트 제한도 날치기 조치라 할 수 있겠다. 지난 2002년 10월 초부터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을 포함한 각 ISP들은 당나귀(eDonkey 2000)가 주로 사용하는 포트(4661, 4662)를 소리 소문 없이 막는 발칙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역시 당연하게도(?) ISP들은 왜 당나귀 포트를 막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첫번째, 당나귀 포트 제한도 업로드 속도 제한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일 가능성이다. 예전에는 업로드를 하는 사용자들이 적었기 때문에 업로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았지만, 점점 업로드를 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재의 체제로는 도저히 망을 운영할 수 없어서 업로드 제한을 건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2001년 하반기에 등장한 당나귀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또 다시 골머리를 앓게 된다. 당나귀 프로그램의 특성상, 일방적으로 자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쪼개진 자료를 사용자들이 서로 주고 받는 과정에서 업로드 회선의 트래픽이 엄청나게 폭주하였을 것이다.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이번에는 당나귀 포트까지 막아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불법 프로그램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지난 2001년 9월부터 11월경까지 윈도 XP의 불법 복제된 버전(일명 코퍼판)이 당나귀 서버를 통해 집중적으로 유통된 적이 있고(여담이지만, 필자가 이 시절 베타뉴스의 운영진으로 활동할 때 이 공유 관련 글이 문제가 되어 많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지금도 당나귀 서버에 접속해서 검색어만 잘 골라서 넣으면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혹시라도 이런 불법 프로그램 유통을 막기 위해서 당나귀 포트를 막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위에 밝힌 것들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유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히고자 한다.
5. 당나귀 포트 제한의 문제점은?
역시 당나귀 포트 제한에도 문제점이 있다.
먼저, 이미 업로드 속도 제한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당나귀 포트 제한까지 걸어버렸다는 점이 가장 괘씸하다 하겠다. 그나마 이번에는 왜 포트 제한을 하는지 알려주기라도 할 줄 알았더니만, 이번에도 또 날치기다.
업로드 속도 제한으로 어느 정도 숨을 돌렸다면,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는것까지는 막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이제는 당나귀 포트까지 막겠단다. 집에서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필자도 정말이지 짜증이 다 난다.
너거들은 당나귀가 불쌍하지도 않냐?
아니,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은 막고 막고 또 막고, 지겹지도 않나 모르겠다. 업로드 포트도 제한하고, 성인 사이트도 필터링하고, 고객 만족 순위 가지고 장난도 놀고, 모뎀 자급제에도 딴지 걸고, 공유 단속한다고 사기쳐서 배 불리고, 이제는 당나귀 포트까지 제한하고… 참 잘~ 하는 짓이다. 너무나 잘~ 하는 짓이다.
다음으로, 만약 ISP들이 불법 프로그램 유통을 막기 위해 당나귀 포트 제한을 하고 있다면, 이것도 참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혹시라도 ISP들이 그런 근거로 제한을 한다면, 필자가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이 한마디 꼭 해주고 싶다.
“집안 단속이나 잘하셔! 괜히 사용자들 때려잡지 말고”
집안 단속이나 잘하라니, 무슨 소리일지 어리둥절할 분들을 위해 몇 마디 덧붙여 보자면 다음과 같은 소리이다. 현재 대부분의 ISP들은 웹 하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T의 경우에는 아이디스크, 하나로의 경우는 엑스폴더(그래텍이 제공한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웹 하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루넷은 ‘나우와레즈(?)’ 라는 별명을 가진 나우누리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웹 하드 서비스를 본연의 목적인 ‘작업한 데이터 백업’ 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프로그램이나 성인 자료 공유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이 말이다.
뭐, 이런 게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고 더 황당한 사실은, 이러한 웹 하드나 PC통신 서비스를 운영하는 ISP들 중에 이러한 상용자료가 돌아다니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는 ISP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되겠다. 그러한 처지에, 어디에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막는답시고 당나귀 포트를 막아버리는지 원…
그리고 당나귀를 꼭 프로그램 공유하기 위해서 쓰는 사람들만 있는가? 당나귀 본연의 목적인 자료 교환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무조건 당나귀부터 막고 보자는 발상은, 빈대를 잡기 위해 핵으로 초가삼간을 날려먹자는 말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만약 ISP들이 저런 논리로 당나귀 포트를 막았다면, 이건 정말이지 한숨이 나올 일이다. 그나마 업로드 속도 제한의 경우에는 조금이나마 봐줄 구석이라도 있지만, 당나귀 포트 제한은 도무지 왜 막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 마디로 용서가 안된다.
6. 업로드 속도 제한, 당나귀 포트 제한, 풀릴 가능성은 없나?
정녕 이런 속도를 다시 볼 수는 없단 말인가?
이번 기획기사를 쓰다가 열 받은 필자가 더 열심히 쓰다 보니, 드디어 결론부에 도착했다.
자, 그렇다면 위 두 가지 제한은 과연 풀릴 가능성이 있는 걸까?
그나마 당나귀 포트 제한의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자료 교환을 하는 사용자들까지 불편을 겪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풀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하루에 한 통씩 전화하기 등의 방법으로 열심히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을 방법하면(?), 당나귀 포트 제한은 풀리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업로드 속도 제한의 경우에는 풀리기 매우 어렵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밝혀보겠다.
업로드 속도 제한이 풀리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 중, 적어도 하나는 만족시켜야 한다(물론, 두 가지 모두 만족시키면 더욱 좋겠지만).
1)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장비를 늘린다.
2) 케이블 모뎀 사용자들이 지금의 반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위와 같은 두 가지 조건 중, 어느 것도 실현될 수 없는 조건이다.
현재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모두 돈이 없어서 허덕이고 있는데(모뎀을 여전히 벤더 파이낸싱으로 공급받고 있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모뎀 사기에도 빠듯한 형편에 과연 돈이 더 많이 드는 CMTS 장비를 늘리겠느냔 말이다. 더군다나 조금만 더 있으면 DOCSIS 2.0 규격으로 장비를 모두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앞으로 케이블 모뎀 사용자들이 점점 다른 상품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무턱대고 대규모로 장비에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는 것이다.
총알이 모자라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현재 케이블 모뎀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VDSL이나 메트로 이더넷(NTopia, eValley)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반 주택이나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 모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는 것을 바라기는 어렵다. DMT 방식의 장비를 사용하는 VDSL 회선이 일반 주택까지 모두 들어가지 않는 한, 250만에서 300만에 이르는 케이블 모뎀 사용자들이 단순간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로, ‘업로드 속도 제한은 앞으로도 풀리지 않는다’ 라는 것이 이번 기획기사의 결론이 되겠다. 이번 기사와 같이, 원인과 결과를 잔뜩 제시해놓고 희망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때는 필자도 정말 허탈해진다. VDSL이 케이블 모뎀 사용자들을 자꾸 뺏어가면, 위기에 몰린 케이블 모뎀 사업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업로드 속도 제한을 풀지도 모르겠다.
두 달 가까이 달려온 이번 기획기사를 쓰다 보니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연말까지는 앞으로2주 남짓 남았다. 또라이 부시가 이 땅에 직접 날아와서 계란으로 세례당하면서 사과하는 장면을 해가 넘어가기 전에 보기를 기원하면서 제 3부를 마친다.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
제 4부 – 케이블 모뎀, 그 미래를 엿본다’ 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