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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어린 왕자 2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것을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

몹시 슬플 때는 해지는 풍경을 좋아하게 되지..."』

아아...어린 왕자....

너의 그 슬픔은 어느 하루, 해가 지는 한강변에 앉아 그 노을을 바라보며

한 병의 소주를 비우고,

열 편의 이별시를 읊조리고

백 곡의 이별 노래를 부르던 나의 그것과 많이도 닮아 있구나.

물론, 내 어찌 너의 슬픔을 이해하겠니.

너는 나와도, 나의 어린 왕자와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어쩌면 너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세상 아무데도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이 세상의 단 하나뿐인 꽃을 내가 알고 있고

작은 양이 어느 날 아침 무심코 그걸 먹어버릴 수도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수백만 개의 별들 가운데 단 하나에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그는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나의 어린왕자는 수십, 수백억의 가치가 될 수 있는 다른 것들 가운데 나를 택했다.

이 세상 아무데도 없고 오직 하나뿐인 꽃, 그것이 그에게는 나였고

그래서 내가 있을 창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는 행복하다 했다.

내가 떠나면, 그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는 꽃이 아니다. 꽃이 될 자격이 없다.

제법 많은 부분에서, 그 자존심 강하고 허영심 많은 꽃을 닮아 있기는 하지만

아주 결정적인 부분에서 나는 어린왕자의 꽃과는 다르다.

나의 어린왕자가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자신의 아름다움이 최고로 빛을 발할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고 싶어했다.

(중략)

그의 신비로운 몸단장은 그래서 며칠이고 계속되었다.』

생 떽쥐베리의 말처럼 이 꽃은 얼마나 애교스러운가.

해가 떠오르는 것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내,

어린왕자를 억제할 수 없는 감동 속으로 밀어 넣었고,

태어나자마자 까다로운 허영심으로 그를 괴롭혔으며

거만하기 이를데 없이 굴던.....그럼에도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녀가 아닌가 말이다.

자신의 가시로 호랑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고 믿는 그녀는...

『그리하여 어린왕자는 사랑에서 우러나온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몹시 불행해졌다.

(중략)

"나는 그 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그 가련한 꾀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건데 그랬어.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 줄을 몰랐던 거야..."』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ㅡ

이것은 사랑에 빠진 모든 이들의 공통점이다.

상대의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 한 마디에 상심하고, 고민하고, 때로 좌절하기까지 하는...

보라, 어린왕자 역시 '몹시 불행해졌다'고 하지 않는가.

사랑을 하고 있는 그대들아.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말리지 않겠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그러나 아무 의미없는 말에 상처받지는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하라.

그대가 사랑하고 있는 '그'(혹은 그녀)는 지금 당신의 삶을 향기롭게 하고

당신의 마음을 환하게 해 주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대가 사랑하고 있는 상대의 '가련한 꾀' 뒤에는

그대를 향한 큰 애정이 숨어 있음을 간과하지 말기를.

연인이란 그처럼 모순된 존재이므로 '그'(혹은 그녀)로부터 결코 달아나서는 안된다.

당신은 어린왕자만큼 어리지 않을테니 훗날 '난 너무 어려서...'라는 핑계를 댈 수는 없을 것이다.






written by ()
2001-07-26 16: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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