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조의 말을 들을 수 없게 된게 어린 왕자는 놀라웠다.
그는 유리덮개를 손에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멍하니 서있었다.
꽃의 그 조용한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너를 좋아해. 넌 그걸 전혀 몰랐지.
내 잘못이었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해....
유리덮개는 내버려둬. 그런건 이제 필요 없어."』
이별의 순간이다.
울고 싶은 심정으로 꽃에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우려는 순간,
어린 왕자는 꽃의 가장 솔직한 일면을 고백받는다.
조용한 다정함.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모습에 어린 왕자는 당황하지만
꽃은 그의 마지막 호의(?)인 유리덮개를 거부함으로서
그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자신이 의지를 강하게 내보인다.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해"라는 말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대들에게 이런 이별을 권했을 것이다.
꽃의 허영에 그토록 괴롭힘 당했으면서도 떠나려는 순간에 그 허영을 채워주려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나
그간의 허영과 거짓을 시인하고 진실한 마음을 고백하는 꽃의 용기.
이 모든 것들이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아름다운 이별의 한 장면이며
그렇기에 지금 나는 더더욱 슬프다.
그러나...
『"그렇게 우물쭈물하지 마. 신경질 나.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어서 가."
꽃은 울고 있는 자기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꽃이었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이 꽃과 가장 닮아 있는 부분이다.
나를 알던 어떤 사람이 나를 이 꽃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이유가 되었으리라 생각되는 부분.
한 때 '자존심 빼면 시체'라는 말까지 들은 필자였으니...
"신경질 나." 내가 얼마나 자주 쓰던 표현인가.
"어서 가"라는 말 역시.
자존심을 세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하긴 남자나 여자나, 어느 정도의 자존심은 있어야 매력이 느껴지는 법이지.
어린 왕자가 소혹성 325호부터 330호에 이르기까지 여섯개의 소혹성들을 찾아다니며 만난
위엄에 넘치는 표정의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누군가는 이 사람을 내가 닮았다고도 했다)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그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이라든가
별을 세고 있는 실업가, 명령에 충실한 가로등 켜는 사람,
기록을 좋아하는 나이든 지리학자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들은 어린 왕자의 말을 빌자면 '정말 이상야릇'한 '어른'들이므로.
자,자,(눈 감고 자라는 말이 아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리하여 어린 왕자는 저 별들을 거쳐 지구로 왔다. 그리고....
『"넌 아주 재미있게 생긴 짐승이구나. 손가락처럼 가느다랗고...."
"그래도 난 왕의 손가락 보다도 더 힘이 세단다."(중략)
"나를 건드리는 사람마다 그가 나왔던 땅으로 돌려보내주지.
하지만 너는 순진하고 또 다른 별에서 왔으니까..." 어린 왕자는 아ㅜ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네가 측은해 보이는구나. 무척이나 연약한 몸으로 이 돌멩이투성이의 지구에 있으니.
네 별이 몹시도 그리울 때면 언제고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을거야. 난.."
"응! 잘 알았어. 한데 넌 왜 그렇게 언제나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니?"
"난 그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뱀이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어린 왕자가 최초로 만난 생명체는 뱀이었다..
이 아이러니... 살아있는 그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 이 땅에 온 왕자는
죽음과 가까이에 있는 뱀과의 조우에서 무엇을 느꼈을 것인가.
안준이 (

) 07/27[15:00]
아름다운 글 많이 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