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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어린 왕자 4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가늘고 긴 동물에게서 어린 왕자가 느꼈을

그 절대 무지(無知).

나의 어린 왕자는 과연 어떤 존재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꼈는가.

불행히도 뱀이 뜻하는 것은 죽음이리라.

뱀은 어린 왕자에게 소행성 B612호가 그리울 때면 언제고 도와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어떤 꽃하고의 사이에 골치 아픈 일이 있'는 어린 왕자에게 뱀이 제시한 해결책인지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 왕자와 그런 어린 왕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뱀 사이의

서로 다른 침묵 속에서 나는 지극히 모순된 그 무언가를 보았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꽃을 가졌으니 부자인 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꽃은 그저 평범한 한 송이 꽃일 뿐이야.'(중략)

그래서 그는 풀숲에 엎드려 울었다.』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이라고 믿었던 꽃이 수천 송이나 피어있는 정원에 이르러

어린 왕자는 지독한 상실감으로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부자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어린 왕자의 눈물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아름답고 벅차게만 느껴지던 '그'(혹은 그녀)가

그저 숱한 남자(혹은 여자)가운데 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될 때,

우리는 혼돈과 절망으로 울어버리곤 한다.

마치, 이때의 어린 왕자처럼.

『"'길들인다'는게 뭐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건 너무나 잊혀지고 있는거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만든다고?""그래."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만든다는 게 어째서 너무나 잊혀지고 있다는 것인지,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매우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는 항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며 만나고, 헤어지고,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것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생 떽쥐베리의, 아니 여우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를 매우 부끄럽게 만들었다.

『"넌 아직은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날 필요로 하지 않지.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난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거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꽃 한 송이가 있는데...그 꽃이 나를 길들인 걸거야."』

여우에게 있어, 어린 왕자에게 있어, 또한 생 떽쥐베리에게 있어 길들인다는 것은

사랑을 의미했던 것이다.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에게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

아마도 나의 어린 왕자와 나는 이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큰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여우의 이야기에 이르렀을 때에는

방에서 자고 있던 딸아이가 놀라서 깰 정도로 심하게 울어버렸다.




written by ()
2001-07-28 23:04:23
797 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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