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1일, 명동에서
200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런데도 아파서 누워있어야 하니 죽을 맛입니다. --;
부디 회원 여러분들은 올 한해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글은 클리에상에서 하마사키 아유미의 Fly High를 들으며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골치아픈 이야기를 떠나서, 지금까지 비씨파크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점을 간단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왜 비씨파크인가
제가 처음 사장님을 만났던것은 지난 2002년 1월 말 베타뉴스 사무실에서였습니다. 당시 제가 썼던 리뷰를 정확히 열 줄도 안 보고 "뭐야 이거, 순 날림이구만" 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실망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납니다(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날림인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가 2002년 3월, 베타뉴스 사무실이 천광빌딩으로 이전하면서 사무실의 반을 나누어서 한쪽에는 베타뉴스, 한쪽에는 비씨파크가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사장님의 모습은 그야말로 폐인에 가까웠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주침야활...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비씨파크가 5월쯤에 사무실에서 나가고, 저도 5월말에 베타뉴스를 나왔습니다.
신상의 이유로 몇 달간을 쉬다가 모 업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용성비즈텔에 이주한 비씨파크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사장님이 비씨파크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하시더군요. 당시에는 저도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고, 좀 더 쉬고 싶어서 생각해보겠다고만 말씀 드리고는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2년 10월 초, 생각을 바꿔서 한번 비씨파크에서 일해보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 뒤로 제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는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계시기에 설명을 생략하고, 대신 왜 생각을 바꿨는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악플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 안된 이야기지만, 제 전 직장인 베타뉴스의 경우 지금도 익명회원과 악플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슬프게도, 말도 안되는 글이 메인에 뜨는것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곽 某회원의 경우, 베타뉴스에서 윈BBS로 자리를 옮겨서 끝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반면 비씨파크의 경우, 익명회원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인신공격을 하거나 서로 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보고, “아, 이 곳에서 일하면 뭔가 나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비씨파크의 컨텐츠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2. 못했던 이야기들, 할 수 없는 이야기들
지난 한 해동안(열심히 놀았던 몇 달을 제외하고) 죽도록 키보드와 싸우다 보니, 이것 저것 느끼는 점들이 많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회원 여러분들이 알고 나면 방송 금지 용어들이 줄줄 입에서 튀어나올 만 정보들이 많이 굴러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은 대부분 공개하면 어딘가로 끌려가거나 법원에 불려 다닐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또, 희한하게도 그런 정보들은 시간이 지나서 공개할 시점이 된 경우에는 그다지 쓸모 없는 정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민감한 글의 경우에는 더욱 더 골치가 아픕니다. 어느 쪽 손을 들어줘도 욕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ISP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너네 참 안됐구나” 라고 써 주면 사용자인 회원 여러분들의 비난의 덧글이 쏟아지고, 그렇다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면 현업에 종사하시는 여러분들의 항의 메일이 쏟아집니다. 어느 쪽으로 쓰기도 곤란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장난이 아닙니다. 쟁쟁한 대선배들이 즐비한 이 바닥(!)에서 제가 이런 소리를 해 봤자 우는 소리밖에 안되겠지만, 그만큼 힘듭니다.
저는 글이라는 것은 ‘최대한’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숫자 하나, 용어 하나, 글자 하나, 그림 하나. 그런 정보들 하나라도 틀리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고 또 살핍니다. 그런 뒤에야 안심하고 글을 올릴 수 있지만, 참조한 자료들이 아예 틀린 것이었다면 확인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냉철한 지적이 덧글로 들어오면, 다음에는 틀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사이트에 올린 글 뿐만 아니라 작성한 원고도 수정해놓으면서 쓴웃음 한번 짓고 맙니다.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눈여겨 봐둬야 할 웹사이트도 많고, 히라가나 가타카나에 한자까지 난무하고, 가끔 세로쓰기도 나와서 짜증나게 만드는 외국 잡지(Dos/V Magazine, ASCII)도 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써야 하는 글에 대한 관련 정보도 PDA에서 보든, 오프라인으로 인쇄를 하든 출퇴근할 때를 이용해서 봐둬야 합니다. 하지만 그 재밌다는 애니도 가만 놔두지 않고, 김두한과 마루오카 경부의 승부는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궁금합니다. 가끔은 酒햏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잠도 자고 싶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결국 날림 기사가 나올게 뻔하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씩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제 힘을 빼는 것, 그리고 글 따위 다 때려치고 놀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로 스타쉬피스한 덧글들입니다. 글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가끔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덧글을 달아놓는 분들이 있습니다. 글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비판을 하시는 분들은 더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저, 글 솜씨가 모자라서 그러려니 하고 반성합니다. 무엇이 부족했기에 저런 덧글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 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꿋꿋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의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필자들은 독자들의 관심을 먹고 삽니다. 필자들은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글이 생활에 보탬이 있었다는 사람이 나오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설령 비판적인 덧글이 달린다고 해도, 그것은 그만큼 그 글에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이번 CI 배너 광고에 나오는 딴지왕 같은 분들은 빼고 --; ).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에 대해서 관심을 보여주셨던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저 같은 날림 필자도 키보드를 부술세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좀 더 정확하고 읽기 쉬운 글, 읽고 나면 무언가 얻을 것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3. 회원 여러분들에게 한마디
회원 여러분들이 저를 포함한 여러 필자분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듯이, 필자들도 회원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첫번째, 질문을 하실때는 조금만 더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가끔 문의 메일을 보내시는 분들 중에는, 글에 이미 설명해 놓은 내용을 다시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궁금해서 그러시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글을 찬찬히 읽어보시면 질문하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빨리 답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다른 회원분들도 존중해 주세요. 간혹 글에 붙는 덧글이 논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피가 튀깁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만을 문제삼아 고성이 오고 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 덧글을 달 때 한번만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 덧글이 엄청나게 달리면,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고 싶어하는 다른 회원들의 로딩속도가 늘어납니다. 물론 덧글이 편하긴 하지만, 논쟁은 되도록 메일로 하신다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조금 주제에서는 벗어난 이야기지만, 제발 악플은 그만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뭐 고구마 장사나 순위 경쟁하는 덧글이 안올라오긴 하지만, 왜 다른 사람들 게시물에 악플들을 다시는지 참 이해가 안갑니다. 남의 애인이 예쁘지 않다고 해서, 꼭 글 올린 사람이 인상을 찌푸릴만한 덧글을 달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자기가 보기에 예쁘지 않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지신 회원 여러분들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제 이야기만 하다 보니 글이 벌써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부디 2003년 새해에는 필자도, 회원 여러분들도 서로 이득이 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머리맡에 놓인 월간 ASCII 2003년 1월호가 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른 자고 일어나서 다시 살펴봐야겠군요. 재미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 이 자리를 빌어 컨텐츠팀 여러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입사일자 및 가나다순)
권봉석 ( ID sakurachan, E-Mail : sakura골뱅이bcpark.net )
소속 : 컨텐츠팀
담당분야 : ADSL과 케이블 모뎀등을 맡고 있다. 리뷰도 쓰고, 강좌도 쓴다.
ID의 의미 : 별 다른 것 없다. 그냥 ‘사쿠라쨩’ 으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특기사항 : 가끔 올라오는 황당한 배너도 이 사람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있다. 최근 인센티브로 받은 128MB 메모리 스틱으로 인해 클리에 폐인 생활에 더 깊게 빠졌다고 한다.
정우진 ( ID homoludens, E-Mail : homoludens골뱅이bcpark.net )
소속 : 컨텐츠팀
담당분야 : 무선랜을 담당하고 있다.
ID의 의미 : 라틴어로 ‘놀이하는 인간’ 이다. 본인은 ‘노는 인간’ 이라고 하지만, 뉘앙스가… 거 참. --;
특기사항 : 그의 주변에는 IBM의 트랜스노트, 소니의 VAIO PCG-GT1 등 희귀기기 내지는 명기가 넘쳐난다. 집에는 더 엄청난 장비들이 쌓여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은종우 ( ID pporori, E-Mail : pporori골뱅이bcpark.net )
소속 : 컨텐츠팀
담당분야 : 역시 무선랜을 담당하고 있다.
ID의 의미 : 혹시 보노보노에 나오는 귀여운 핑크색 다람쥐, 포로리를 기억하는가?
특기사항 : 사장님의 대학 동문이다. 정우진씨와는 학원에서 MCSE 강좌를 같이 들었다고 하며, 아이팩의 배터리 개조 소문을 누군가에게 전해듣고 지금쯤 배터리 개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