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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블러드(부제: 악령) - 4

 

난 어렸을 때 유난히도 튀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지금의 소심하고도 내성적인 성격과는 반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발작을 중지하듯 사방에서 정적을 깨는 듯한 소리들은 멍한 상태로 있기도

하는 나를 일으켜 주는 것이기도 했다.

난 어렸을 때 버릇이 또 하나 있었다고 한다. 창문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버릇을.. 그 버릇으로 인해 난 혼자서 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혼자서 창틈을

통해서 주절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성인이 된 지금 없어졌으며

자식까지 생긴 지금은 그저 어렸을 때의 한 과도기에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에서 희수가 돌아올 때가 되었다. 난 희수의 놀이방도 그리고 공부겸

침실로 쓰이는 방도 말끔히 치웠다. 하지만 머지않아 또 지저분해질 것은

뻔했다. 그러나 그 일도 나에겐 한 일과 중 하나였다.

내 남편은 형사였다. 서울 경찰청 수사부 형사과 강력계에서 근무하는...

매번 얼굴 볼 새도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유치원에 이제 막 다니고

있는 희수와 그리고 열 두 살의 내 아들이 있기에..........

아파트 앞.

정문을 지나서 큰길가로 나갔다. 그곳에선 나 말고도 몇 명의 어머니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를 보고선 수군거렸다. 사실 난 어린 나이에

결혼한 탓에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했다고 하는 소문, 애 아버지를 꼬셔서

강제결혼을 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난 엄연히 결혼을 정상적으로 했으며 남에게 해가 갈 정도로 비겁한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나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내 딸 희수의 친구 혜인이라는 아이의 엄마였다.

"어서오세요. 저기 어머니들과 끼어서 같이 기다리고 있죠."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부담 갖지 마세요. 그럼 어서 이리로.."

난 나를 수군거리는 그들 틈에 혜인의 엄마를 통해서 얼떨결에 끼게 되었다.

그 중에선 희수를 마음에 들어해서 희수 얘기를 많이 듣는다는 어떤 어머니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혜인 엄마의 말 때문에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결혼은 언제 했어요?"

"스..스물 네 살이요."

"어머..뭐가 그렇게 급해서.."

"현석 엄마는 속도위반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머머..치현엄마두.."

"현석엄마가 너무 과했어요. 어린 나이에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것으로 문제 삼을게 뭐가 있다고..어쨌든 희수엄마 내가 대신 사과할게.."

"아니에요. 사실 어딜 가나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면 늘 오해를 받는 걸요.뭐.."

난 그냥 웃어 넘겼다.

그리고 현석 엄마도 더 이상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빵빵

저기 반대쪽에서 노랑색의 귀여운 로고가 새겨진 유치원 이름이 적힌 버스가 오고 있었
다.

그리고 그 버스에선 아이들 몇명이 내렸고, 그 중엔 희수도 함께 끼여 있었다.

희수는 뭔가 토라진 듯 나를 보더니 내 품으로 달겨들어 와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울어서 그런지 아이 특유의 알아듣지 못하는 울먹이는 소리로 스포츠

머리카락으로 단정하게 자른 아이를 가리켰다.

"왜 그러니? 저 아이가 너 보고 뭐래?"

"자..꾸..흑흑..싫다는데..흑흑흑흑..내 머릴..흑흑..당기잖아..으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큰 탓에 주변 어머니들은 희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이를 울리게 된 전위를 알게 된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사과를 하라고..그리고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죄를 했다. 왠지 미안함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튿날인 1995년 6월 29일..

아이를 유치원 차에 태우고 아들은 일찌감치 학교로 보낸 뒤 난 내가 다니는

회사로 향했다.

난 아이를 돌보는 것 때문에 직장은 가급적이면 자택근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집안을 돌보기에도 조금 더 수월한 것이었다.

[청소년 상담 전화의 센터]


난 이곳에서 일을 한다.

물론 전화는 우리 집에 회선을 연결했기도 했고, 인터넷으로 서버를 구축해서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서 들어오는 익명 혹은 닉네임으로 게재된 것을 보고서

리플을 달아주거나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일종의 보고서 내지는 상담을 하다가 심리치료의 요구가 필요한 사람을

적극 추천을 한다든지 해서 사고를 미연의 방지를 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일하고 있던

그곳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저만치 상담자료 및 서류들이 쌓여있는 곳에서 부산스럽게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소장이 눈에 뜨였다. 이름은 류체연..단발머리카락을 했고, 안경을 낀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이 매력이었다. 그녀도 나를 발견한 듯 전화를 하면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

"그럼 이따가 사람을 보낼게요..네..네..고맙습니다!"

달카닥..

그녀는 전화를 놓더니 바로 옆에 있던 물컵을 들면서 벌컥벌컥 마셔댔다. 목이 무지

마른 듯 했다. 그리고 다 들이킨 듯 그녀는 가슴을 두드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끄윽~ 일 보고 하려고 온 건가?"

"네..여기요..그리고 전화 결과는 거기 노란 파일하고, 거기에 있는 디스크에
저장되어 있어요."

"아이는?"

"유치원 보내고 지금은 한가해요. 조금 있다 두 시에 데리러 가야해요."

"그럼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지..."

"네? 네..."

소장은 노트북을 챙기시며 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난 내 가방을 챙기곤 소장의 뒤를 따라 나섰다.

소장은 차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노처녀였다. 평생을 그녀는 혼자 사는 삶을

택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녀와 갖게 된 술자리를 통해서였다.

술자리라는 것은 묘했다. 사람의 성격과 유대를 더욱 강화시키는 매력을 지닌 것이기도

했으니까..하지만 그런 것은 이제 상관없다. 어쨌든 그녀는 혼자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담력이 강했으니까..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정신병원에 청소년이 감금되었데..그래서 가자는 거야.."

"네? 왜요?"

"글쎄..아까 내가 받은 전화가 그건데..가보면 알겠지만..정말로
기이한 일이야...애가 어른스러운 말을 내뱉는 것이 말만 들어도
기분이 나쁘더군..."

".........."

그녀의 말에 조금 불안감이 생성되었다.

기분 나쁨? 그런 흔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감정...

초조한 기분이 드는 듯 소장은 가방에서 필터가 달린 그것을 꺼내곤

입에 물었다.

"담배 펴도 돼지?"

"창문만 열어두세요."

그녀는 내 주문에 응하듯 차창을 열었다.

차창 밖으로 문이 열리며 어떤 대교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다리를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고 있었다.

경기도 OX시..

소장의 차의 속도 덕분에 그곳엔 무려 한 시간 반 정도를 소요해서야 들어설 수 있었다.

정신병원하면 무조건 하얀 건물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그곳은 여지없이 그것을 무색하게

했다. 그곳은 그저 일반 병원과 별 차이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주변이 산새여서 그런지

날이 맑기에 망정이지..날씨가 만약 흐리거나 비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기분이 나쁠 정도의

음울스런 기분이 드는 곳이기도 했다. 나의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적을 깨는

소장의 음성이 들렸다.

"가지?"

"네.."

그녀를 따라서 간 곳은 청소년들만 특별히 수감하는 곳이라고 했다.

일층 정문에서 들어가서는 안내원에게 소장은 뭔가를 물었다.

"여기 병원장님이 있는 곳이 어디죠?"

안내원은 소장과 그 뒤에 있던 나를 한번 뚫어져라 훑어 보았다.

그리곤 뭔가를 주며 손가락으로 어떤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층 오른쪽 복도를 따라서 가시면 나옵니다!"

소장은 더운 듯 한번 땀을 닦으며 애써 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잠깐만요. 여기 있는 사람과 같이 가세요. 가끔 가다가 정신분열환자가
발작을 일으키거든요."

안내원은 안경을 쓴 차가운 인상의 어떤 청년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의료봉사자 김시훈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는 작은 열쇠 꾸러미를 찬 상태의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아니...흰색이 주를

이룬 것이 아니라 간혹 가다가 보이는 미세하게 새겨진 검은 잔상들이 있는 옷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차가워 보이는 그의 인상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우리를 병원장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것이 그의 임무인 듯 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외향상 보다도 차갑고 음산한 복도의 끝을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이 문득 문득 드는 것이 더 숨막혀 오는 듯 했다.

'애도 아닌데..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드는 거야...정신차려..'

계단은 중앙에 한 곳에만 나 있었다. 화재등 비상시에 빠져 나가게 하는 비상구가

있기는 했지만 그곳도 의료 도구들에 의해서 침식되다시피 했다.

툭

"꺄아아악!"

"뭐야..왜 그렇게 놀래?"

"아..아뇨..그냥 맥놓고 있어서.."

"다왔어..아까부터 불렀는데..대답이 없어서..."

소장은 병원장 실이라고 쓰여진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안경을 쓴 차가운 인상의 의료 봉사자라는 사람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목례만 하고선 돌아가 버렸다. 소장은 옅은 눈으로 그를 관찰하듯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 했다. 그리고 난 그 침묵을 깨기라도 하려는 듯 나지막이 말했다.

"관심있어요?"

순간 그녀는 표정부터가 변했다. 그리곤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난색을 하며

나의 말에 반박하듯 했다.

"아니..그건 아니고..이상해..."

"뭐가요?"

그녀의 말에 일단 호기심이 일었다.

"이상하게도..저 사람 되게 무서워..뭔지는 모르지만 사악해 보였어.."

"에이~ 괜한 자격지심 아닌가요?"

"아냐..꼭 뭔가에 홀려 있는 사람처럼 멍해서는 아까부터 너를 쳐다보더라고.."

"정말 왜 그러세요.."

끼이이익~

그 순간..말을 일단에 자르듯 노크했던 문이 열렸다.

소장은 놀란 모양인지 비명을 지르며 내게 달겨들었지만 이내 그것은 멈추었고,

소장도 조금은 민망한 듯 자신의 앞에 있는 문을 연 사람의 정체를 보고선

얼굴이 벌개지고 말았다.

"안녕하세요..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류체연이라고 합니다."

"같이 따라온 채희연이에요."

"아~ 안녕하세요..전화 연락 받고 오셨군요. 전 주지훈이라고 합니다.
그럼 나갈까요?"

"네..."

".........."

기분이 나쁘도록 음산한 통로를 따라서 소장과 주지훈이라는 병원 원장 그리고 난 지하로

향하는 어떤 곳을 향했다.

"이곳은 주로 정신적인 병이 너무나 강하거나 독방으로 쓰이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증상이 너무 크거나 발작을 자주 일으키는 사람이 입실하는 곳이죠."

"그럼 따로 잡아두는 건가요?"

그의 말에 소장은 호기심이 도는 듯 되묻는 듯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시간은 별로

흐르지 않은 듯 했다.

"여깁니다."

그의 말에 소장과 나는 무의식적으로 정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호주머니에서..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의사가운의 왼쪽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쇠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그것은 한눈에 보아도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자물쇠의 입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고는 긴장을 하는 듯한 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이름이 수주운이라고..21세로 고3병과 각종 정신적인 분열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근데 어느 날부터 자신은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라고 하며 발작을 일으키지 뭐에요. 그러면서 물건을 때려부수거나 하는
이상한 행위를 해서..솔직히 저희들도 무서울 지경입니다."

"......."

"........"

"하지만 염려 마세요. 단단히 묶어놓았거든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소장은 섬뜩함이 몰려오는 듯 얼어붙은 표정으로 나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나 역시도 무서운 것은 마찬가지였으므로 그녀가 그런 시선을 보낸다 해서

어색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무섭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자..들어갑니다."


-다음에 계속-



211.204.120.227 임두이: 음~;; 재밋네요^^; 이 소설 책으로내도 되겟다~ [11/10-13:58]

2001-08-01 19: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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