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 해박한 IT지식 갖춰…전자상거래·홈네트워크 성장 기대
IT 업계도 서서히 ‘盧風’의 영향권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그동안 각종 유세나 대선 토론회를 통해 ‘디지털 대통령’을 자처하며 IT 산업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해왔던 사람이다.
정부의 모든 행정 업무를 전산화하는 것은 물론, 월드컵을 통해 다져왔던 ‘IT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더욱 드높일 수 있도록 IT 분야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의지를 천명했다.
노 당선자의 이런 의지는 향후 IT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IT 업계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IT 업계가 노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점수를 주는 것은 그가 내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의 여부가 아니다. 다른 어떤 후보들보다 노 당선자의 IT 산업 이해도는 정확했다는 것이 ‘노풍’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실제로 노 당선자도 한 IT 정책 발표 토론회에서 “93년 민주당 최고의원 시절에 9천만원을 들여 서버급 컴퓨터를 구입해서 그룹웨어로 사무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면서 “지금도 집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하면서 미래시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노 당선자는 IT 산업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문제 의식 또한 뚜렷하다는 평이다. 노 당선자가 비교적 IT 산업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데는 LG전자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를 맡고 있는 아들 노건호씨의 도움이 컸다. 노 당선자는 “아들을 통해 IT 기술 흐름에 대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노 당선자, 아들 통해 IT 흐름 파악
노 당선자의 IT 정책은 ‘수요 시장 촉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공공시장의 수요를 촉발시켜 민간시장으로 확대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배어 있다.
세계적인 IT 강국답게 정부 및 공공부문의 정보화 기반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IT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전통산업의 IT 인프라 촉진과 아울러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IT 인프라를 기반 시설로 확충함으로써 관련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노풍’은 IT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가운데 특히 콘텐츠와 전자상거래, 홈 네트워크 관련 소프트웨어, 그리고 솔루션 분야가 집중 육성됨으로써 관련 기업들의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노 당선자는 가장 시급히 육성해야 할 분야로 ‘콘텐츠’를 꼽았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천만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이에 비하면 콘텐츠 시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시장 규모는 형편 없을 정도로 작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운집해 있는 업체들 대부분이 군소 영세업체들이어서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는 그의 IT 정책 4대 비전 가운데 하나인 ‘튼튼한 정보화 기반의 지식강국 건설’을 위해 콘텐츠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는 내로라하는 대표 기업이 없는 실정이다. 휴대폰에 아바타를 제공하거나 벨소리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업체(CP)들 가운데 야호커뮤니케이션과 다날, 오사이오 등이 있지만 이 업체들은 무선사업만 할 뿐 유선사업에는 아직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라고 하면 영화, 음반, 만화, 게임, 아바타, 전자북 등 매우 다양하다. 교육 관련 콘텐츠 사업을 하는 곳도 많고,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도 대국민 서비스용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곳도 많다.
따라서 노 당선자는 민간에서 창출하지 못하는 시장을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일궈내겠다는 의도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시장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 당선자는 여러 번에 걸쳐 “콘텐츠 시장이 발전해야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활성화될 수 없는 여건이라면 공공시장을 창출시켜 관련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국가와 기업의 정보화는 곧 신뢰성과 투명성을 가져다준다고 내다봤다. 그의 공약 가운데 ‘IT와 정보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실현’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이 그렇다. 경제의 투명성이야말고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각별한 관심
이와 같은 경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 촉진이 필수적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전통산업을 IT와 접목시키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어서 앞으로 기업과 소비자간(B2C) 뿐만 아니라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다음커뮤니케이션, 인터파크, 옥션, 한솔CSN 등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의 주가에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노 당선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무조건적인 육성보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육성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택 육성할 분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보다 홈 네트워크나 리눅스 같은 우리 기업의 기술 수준에 적합한 분야를 선택해서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
노 당선자는 후보 연설에서 “소프트웨어는 한 국가나 사회의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니 만큼 무조건 육성한다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을 목표로 개발 투자하기보다 세계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종목으로 개발 정책이 집중화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당선자는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사장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입지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의 IT 접목 확대와 전자정부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솔루션 도입이 늘어나면서 아이티플러스나 펜타시스템테크놀로지 같은 솔루션 구축 전문업체들의 입지도 강해질 전망이다.
또 공공분야의 IT 투자 확대는 IT 수요를 창출하는 시발점으로 작용하면서 IT 산업이 보다 안정된 기틀을 다지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99년∼2000년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던 IT 산업계는 2000년 하반기부터 필요 이상 투자된 IT 인프라로 인해 더 이상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저조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내수시장 침체로 더 이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당선자가 시장 회복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국내 1천2백개 IT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 실사지수에서도 지난 달 체감 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악화됐지만 내년 1월에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 가운데 정보통신 기기 부문과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관련 서비스 부문은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1/4분기쯤 경기 호전이 예상되는 분야다.
따라서 IT 관련 종목들은 앞서 언급한 콘텐츠, 전자상거래, 인터넷, 소프트웨어 관련주뿐만 아니라 장비업체나 부품업체 등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노 당선자가 향후 5년간 펼쳐나갈 대 정부 관련 IT 정책 기조는 ‘핵심 기술력 확보’와 ‘인력 양성’에 있기 때문에 한국 IT 경쟁력 확보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불어닥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글 윤미경 머니투데이 기자 (mkyun@money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