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프랑스 남편과 사는 얘기 2
하루하루가 얼마나 빠르게 가는지 벌써 석달 후면 연말입니다. 지난 달엔 지천으로 덮인 뽕나무 열매, 오디(MURE)를 따다가 오디쨈을 잔뜩 만들어 두었지요. 여름 내내 야채 얻어먹은 집들에도 좀 나누어 줬구요. 야생이라 향이 정말 좋구요 아침에 먹고나면 속이 화아-해서 몸에도 좋은거 같습니다. 쨈을 만들다 보니 사람 사는게 참 희안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정말 한국사람이랑 결혼해서 시부모님 잘 모시고 김치담그며 살 줄 알았지 프랑스에서 쨈 만들며 살 줄 누가 알았습니까? 어쨌든 겨우내 먹을 쨈을 만들어 두니 든든합니다.
처음 프랑스 정육코너엘 가니 여기가 무슨 동물원인가 싶더군요. 뭐 흔한 닭부터 꿩, 칠면조, 거위, 오리등은 말할 것도 없고 소고기, 돼지고기 옆에 태연자약하게 놓이는 토끼, 양, 말 뿐만 아니라 부위별로 말리거나 훈제한 햄에 소세지에, 내장, 간, 염통, 꼬리, 발, 혓바닥들도 따로 포장 판매되니까요. 뭐 우리도 몸보신이다 별미다 하며 다 먹긴 하지만 전문식당을 찾아야 하잖아요. 이런 정육코너의 동물원 현상은 성탄절이 가까워 올때 그 절정을 이루더군요.
좀 특별하게 토끼고기 라비올리를 만들고자 처음 토끼를 샀을 때입니다. 포장에 토끼 반마리라고 써 있더군요. 집에 와서 포장 뜯고 저 기절하는줄 알았습니다. 껍질 벗긴 토끼의 머리 정수리부터 수직으로 반을 가른, 빠알간 눈 달린 머리도 반, 내장 부위도 반인 '토끼 반마리'가 정확하게 들어 있더군요.
프랑스식 소고기 포도주 찜(Boeuf bourguignon)을 하려고 적포도주를 찾다가 남편에게 전화했지요. 그때만 해도 진짜 신혼이라 다정하게 '아무거나 따' 하더군요. 장님 문고리 잡는 다고 좀 허름한 걸로 하나 골라 땄습니다. 그걸로 고기재고 한 잔 정도 남겨서 마시는데 잘 모르는 포도주지만 향이 좋은거 같다 했지요.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 빈 병 붙잡고 울었습니다. 뭐 보르도 무슨 무슨 샤또의 1990년 산이라나요. 알게 뭡니까. 어쨌든 그 이후론 아무거나 따라는 서ㅌ부른 소린 안합니다.
참고로 좋은 포도주를 쓰면 요리가 맛있어 진다는데 제 경우 요리할 고기나 생선만 좋으면 싼 와인을 써도 큰 차이는 없더군요. 특히 백포도주는 달지만 않으면 되구요.
먹성좋은 남편과 결혼하고 일년이 지나니 요리의 경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바게뜨를 제외한 왠만한 빵이나 타르트 정도는 눈 감고도 만든답니다. 버터랑 계란으로 부드럽게 부풀린 브리오슈 아시죠? 빵집에서 안 삽니다(비싸서). 저는 작게 자른 쵸콜릿을 넣어서 집에서 만드는데 다음 날 아침에 먹으려고 전날 오후에 만들면 당일 저녁으로 끝이 나고 말지요. 하도 만들어서 이젠 날씨 보고 오늘은 빵이 잘 부풀겠는 걸 합니다. 특히 생선 굽고 나서 집에 냄새가 배었다거나, 혹은 기분 나쁠 때 만들면 좋습니다. 우리나라 수제비처럼 반죽할 때 많이 치대야 맛있거든요.
아침 저녁으로 이젠 추워져서 무우 넣고 푹 끓인 뜨끈한 오뎅 국물 생각 나네요. 외국에서 살면 입맛이 촌스러워 진다던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그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