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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편과 사는 한국 여자의 잼있게 사는 이야기 3

 


제목 : 프랑스 남편과 사는 얘기 3


월드컵 마지막 주에 도착해서 한국에 3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빨간티 입고 공항에 도착했더니 온 식구가 빨간티입고 공항에 나왔더군요. 막 이탈리아전을 이기고 난 다음 날이라 월드컵열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었구요.

부모님이 편히 있으라고 특별히 안방을 내어 주셨습니다. 긴 비행기 여행 끝이라 안방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엉덩이 깨지는 줄 알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돌침대였습니다. 그것도 옥돌. 양 옆에 온도 조절계까지 달려 있더군요.

너무 더워서 냉면 먹으러 갔습니다. 남편에게 너무 매울것 같아 물냉면 시켜주고 저는 비빔냉면 시켜 먹는데 장인 장모 앞이라 얌전히 먹던 남편, 비빔냉면도 먹어 보겠다고 해서 한 입 줬더니...자기꺼랑 바꾸더군요. 물냉면 밍밍해서 못 먹겠다고.

명동의 꽤 알려진 이태리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먹었습니다. 맛있다고 하더군요. 다 먹고 나서 커피 달랍니다. 프랑스살람 아닙니까? 에스프레소 마셔야지요. 혹시나 하며 물어봤더니 역시나 없더군요. 잘 먹은 스파게티 생각은 다 날아가고 무슨 이태리식당에 에스프레소가 없냐고 투덜댑니다. 자꾸 까탈스럽게 굴려면 프랑스 가! 했더니 좀 기가 꺾입니다. 반성의 기미가 보이길래 스타벅스가서 에스프레소 사줬습니다.

신촌의 유명한 한정식 집에 초대받아서 갔습니다. 구절판에 각종 나물에 생선에 갈비찜에 신선로에...저에게 가만히 묻더군요. 밥 언제 나와? 아시다시피 한정식은 밥을 맨 마지막에 줍니다. 역시 밥돌이답습니다.

제주도에 2박 3일로 내려 갔습니다. 계획없이 제주도에 도착해서 중문관광단지의 한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아침식사 제공이래서 다음날 아침 식당엘 갔더니....가지런히 놓인 밥, 국, 김치, 각종 반찬들. 아무리 밥돌이라도 기질은 프랑스인인지라 아침엔 빵과 커피를 먹어줘야 합니다. 좌절하는 남편을 차마 볼 수 없어 '저- 여기 빵은 없나요' 했더니 남편 얼굴 한번 쳐다보고 초라하게 구운 토스트 두 쪽과 쨈 한 숟가락을 주더군요. 감지덕지 하는 남편. 커피는 별도 주문해야 한다길래 그래도 아침인데 커피는 마셔야지 하고 두 잔 주문했습니다. 말갛게 내린 아메리칸 스타일 헤이즐넛 커피 나옵니다. 남편 못 마시더군요.

갈비집엘 갔습니다. 식당은 이미 일본 관광객, 신혼 부부, 단체여행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더군요. 자리잡고 앉았더니 이것저것 밑반찬 나옵니다. 고픈 배에 갈비는 안 나오고 옥수수랑 과일을 마요네즈에 섞은 사라다(일제시대 발음을 써서 죄송합니다만 식당에선 사라다라고 해야 이해가 쉽습니다)를 두접시 비운 남편, 더 달랍니다. 손님도 많은데 일하시는 분 또 부르기가 뭐해 '살쪄. 그만 먹어' 했더니...고개 들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던 남편. "어니이이이- 요기요오오-" 제 남편 키가 187입니다. 앉아도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큽니다. 일제히 시선은 집중되고 터지는 웃음소리들. 창피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어디서 배웠냐고 했더니 식당에선 다들 그러더랍니다. '언니'는 여자가 손위 여자 부를때 쓰는 말이야 했더니 '아하, 그래서 남자들은 아점마아 하고 부르는구나' 하더군요. 본토에서 터득한 말이라 억양도 저희가 식당에서 쓰는 그대로(목소리는 약간 커지면서 꼬리는 끄는)입니다. 프랑스로 돌아 온 지금은 저 부를때 씁니다. 아점마아아-하구요.

중문해수욕장엘 갔습니다. 파도가 너무 세서 물엔 못 들어가고 해변에서 파도구경하고 조개 좀 줍고 호텔로 돌아 갔지요. 그 한시간 사이에 햇볕이 얼마나 강했던지 남편이 새빨갛게 탔습니다. 피부는 열로 뜨거운데 그 큰 사람이 춥다고 덜덜 떠니 겁이 나더군요. 저녁도 못 먹고 밤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뒤척이다 비행기 시간 바꿔서 다음날 아침 바로 집으로 올라 왔습니다. 말 그대로 새빨갛게 탄 프랑스 사위 옷 벗겨서 눕혀놓고 저희 부모님이 그 날 갈아붙인 생감자가 3KG 였습니다.

남편의 한국에 대한 인상입니다. 예쁜 여자가 정말 많다-용인 캐러비안 베이에 데려 갔더니 예쁘고 잘 꾸민 여자들에 남편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친절하다-슈퍼 점원이나 슈퍼 주차장의 안내원들이 늘 웃고 있다나요. 선하고 도둑이 없다-저희 부모님 아파트앞에 아이들 자전거 많이 놓여 있는데 아무도 손 대지 않는걸 보고. 안 먹는 풀이 없다-수많은 나물, 산나물 무침을 보고.

대부분의 국제결혼 커플처럼 저희도 참 힘들게 결혼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외동딸이 외국사람과 결혼한다느니 차라리 죽었다고 하신다던 제 아빠 마음이 바뀐건 미국 출장가셔서 본 월마트의 "Missing Girls" 벽보였답니다. 저렇게 딸을 잃는 사람들도 있는데..하셨다더군요.

제가 '결혼하자는 사람이 있는데요..'한 이후 저랑 인연을 끊는다며 몇 달 동안 전화 한 통 없으시던 아빠의 뜬금없는 첫 마디는 '그 놈, 옷 싸이즈 뭐냐?' 였습니다.

제 남편이 한국에 있는 동안 제가 주면 안 먹을 것도 제 엄마가 주면 꾸벅꾸벅 잘 받아 먹어서 이젠 한국음식 잘 먹는 사위로 소문났답니다. 말 안 통하는 사위를 옆에 앉혀두고 손만 쓰다듬던 제 아빠 차엔 작년 결혼식때 남편이 선물한 쟈끄 브렐의 CD가 꺼질 날이 없구요. 가족을 두고 떠나오는 공항에선 혹시 눈물이 날까 뒤도 안 돌아보고 출국실을 지나 여권심사 앞에서 엉엉 울었답니다.

자잘하게 싸울 일도 많고 서로에게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돈이다, 학벌이다, 결혼의 기준도 많이 복잡하지만 누구와 결혼하든 함께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으로 저는 사람의 됨됨이와 서로에 대한 사랑을 꼽습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게 참 희안한 거라 대체 누구를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위의 두가지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큰 결정하셔도 좋다고 봅니다.



Etranger
2003-01-11 06:08:54
1537 번 읽음
  총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정기현 '03.1.31 7:54 AM 신고
    ^^ 아점마아아아~ 가 압권 'ㅅ'bbbbbb ↓댓글에댓글
  2. 2. 정기현 '03.1.31 7:55 AM 신고
    ^ㅅ^ 외국인과의 결혼은 국내인과의 결혼보다 차이점이 많겠죠?
    아.. 뭐 비하시키면서 말하는것은 아니구요 -_-;;;; 털썩 ↓댓글에댓글
  3. 3. 김지수 '03.1.31 1:28 PM 신고
    아니...언제적글인데 이제사 목록에 올라오다니....ㅡㅡ;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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